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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넘어 부암동과 혜화까지, 작가의 전시 후 산책 루틴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길 위에서 발견한 4월의 회화적 영감

프로필 by ESQUIRE CLUB MEMBER 2026.04.30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최근 북촌 전시를 마친 작가의 시선으로 기록한 서촌과 부암동의 고즈넉한 풍경
  • 서촌의 세월을 간직한 '커피방앗간'에서 시작해 부암동 성곽길과 산책로로 이어지는 여정
  • 가장 오래된 카페와 북카페를 거쳐 영감이 갈무리되는 이어지는 미학적 동선
  • 서촌 전시를 보고 난 후 들르기 좋은 카페와 산책하기 좋은 코스 소개

꽃이 막 필 무렵, 북촌에서의 전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4월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서촌 골목의 풍경과 카페 커피 방앗간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4월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서촌 골목의 풍경과 카페 커피 방앗간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겨울 끝에 봄이 오는 것처럼, 창작자에게 전시의 끝은 또 다른 관찰의 시작입니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막을 내린 이후에야 천천히 시야에 들어옵니다. 4월의 햇살이 가득한 서촌에서 출발해 부암동의 언덕을 지나 혜화의 골목까지, 창작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서울의 장면들을 공유합니다.


이번 산책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전시 이후 흩어진 감각을 다시 모으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서촌에서 부암동으로, 선과 면의 확장

서촌의 전시들을 관람 한 후 오래된 풍경에 잠시 머뭅니다. 정독도서관 옆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마주하게 되는 '커피방앗간'은 2007년부터 운영한 이름만큼이나 구수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곳입니다. 낡은 한옥 건물을 개조한 커피방앗간의 투박한 나무 의자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전시 기간 동안 팽팽했던 긴장감을 느슨하게 풀어줍니다. 벽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과 창 너머로 스치는 빛은, 작업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감각을 환기시킵니다.


고요한 정취의 부암동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서촌의 낮은 한옥 지붕들은 부암동의 높은 지형과 만나 입체적인 풍경으로 변모합니다. 골목의 선들이 점차 넓은 면으로 확장되는 듯한 이 변화는, 평면에서 시작된 이미지가 공간으로 확장되는 순간과도 닮아 있습니다. 걷는 속도에 맞춰 풍경의 밀도가 달라지고,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의 리듬이 만들어집니다.



성곽길이 내려다보이는 부암동 카페 뤼도 발로즈의 테라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성곽길이 내려다보이는 부암동 카페 뤼도 발로즈의 테라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뤼도 발로즈: 성곽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뤼도 발로즈의 테라스는 자연을 눈에 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입니다. 테라스에 앉아 4월의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창작의 피로를 씻어줍니다.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전체를 한 번에 바라보게 만들고, 그 안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관계와 흐름을 발견하게 합니다.


청운문학도서관의 한옥 창문 너머로 보이는 폭포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청운문학도서관의 한옥 창문 너머로 보이는 폭포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시인의 언덕으로 향하는 둘레길의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시인의 언덕으로 향하는 둘레길의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청운문학도서관 & 시인의 언덕: 한옥으로 지어진 청운문학도서관의 창문 너머로는 폭포는 한 폭의 그림입니다. 시인의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선과 면이 펼쳐진 화폭같습니다.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라선 능선을 보며 수묵화의 선을, 풍경을 담으며 산수화를 떠올립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방향과 빛이 머무는 지점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고,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장면이 만들어집니다.


걷는 동안 특별한 목적 없이도 충분히 충만해지는 감각은 오히려 전시장에서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합니다.


혜화의 밤, 전통과 현대의 조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인 학림다방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인 학림다방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테라스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 나지트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테라스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 나지트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부암동에서 건너간 혜화는 옛 감성이 짙게 배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다시금 내면의 기록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낮의 움직임이 차분히 가라앉고, 저녁의 공기가 스며드는 시간대에 혜와의 분위기는 더욱 또렷해집니다.


나지트 & 학림다방: 대학로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인 학림다방의 낡은 소파와 클래식 음악은 디지털 기기를 잠시 내려놓게 만듭니다. 북카페 나지트에서 내 생각이 아닌 타인의 문장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가 쌓인 이 공간들에서는,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 대신 천천히 쌓이는 감각이 남습니다. 한 문장, 한 장면이 조용히 머무르며, 다시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줍니다.




맺음말

피는 계절은 준비의 시간입니다. 북촌에서의 전시 이후 떠난 이번 영감 산책은, 꽃이 하늘을 향해 피듯 하늘을 보며 쉬는 시간입니다. 서촌의 정취와 부암동의 고요함, 혜화의 멈춘 시간이 교차하는 이 계절에, 영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걷는 모든 발걸음 속에 있음을 다시금 느낍니다.


전시가 끝난 자리에서 시작된 이 작은 이동은 작업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됩니다.

MEMBER WRITER
김현지
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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