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명장 대안스님이 말하는 ‘제대로 먹는 법’
식이양생. 음식으로 생명을 기른다는 뜻이다. 사찰 음식을 연구하는 금수암의 주지 대안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 표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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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암의 주지 대안스님은 사찰 음식 연구와 교육을 통해 한국 전통 음식 문화의 가치를 전해온 수행자다. 지난 2019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불교조계종으로부터 ‘사찰 음식 명장’으로 지정됐다. 출가 이후 해인사에서 채공 소임을 맡으며 사찰 음식의 길에 들어섰고, 사찰 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운영하는 레스토랑 ‘발우공양’의 초대 총책임자를 맡으며 그 기반을 다졌다. 이후 연등회 보존회 국장과 불학 연구소장을 거쳐 지금의 금수암 주지에 이르렀다. 제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절제된 조리법, 더불어 “맛없는 건 용서 못 해”라는 말에 담긴 확고한 음식 철학. 대안스님은 수행과 교육을 이어가며 삶에서 발견한 지혜를 밥상에 담아 전하고 있다. 제대로 만든 한 그릇의 음식에서 우리는 ‘웰니스’의 진정한 의미를 들여다본다.
금수암 한편에 매화가 활짝 폈어요. 이곳에 자리를 잡은 계기가 있나요?
처음엔 건강 때문이었습니다. 해인사 국일암에 있을 당시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지요. 그래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왔습니다. 선방을 다니며 이곳에 먼저 암자를 만드신 선배 스님께 들렀다가, 간밤에 거북이를 손으로 만지는 꿈을 꿨어요. 이후 아는 스님께 말씀드렸더니 “그 터가 스님과 인연이 있나 봅니다”라고 하시더군요. 마침 속가의 형제들이 마음을 모아 추렴해 주어 지금의 암자를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사를 시작하고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사찰 음식과 건강을 돌아보기 시작한 곳이 바로 금수암입니다.
금수암을 오며 건강도 회복하셨다고요.
산을 타는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때는 동네에서 산꾼을 따라 약초 캐러 다니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죠. 이후 한방에 관심이 생겨 침도 배우고 나중에는 중의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처음에는 약초를 많이 알지 못했어요. 나물은 해인사에 있을 때 노스님들께 많이 배워 익숙했지만, 약초는 어떤게 좋고 위험한지 구분하기도 어려웠지요. 그런데 산을 다니며 배우다 보니 지금은 500여 종은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알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약초나 식재료는 사찰 주변에 밭을 만들어 가까이에서 직접 재배해 먹고 있습니다.
가장 처음 배운 약초는 무엇이었나요?
‘부자’라는 약초입니다. 예전에는 사약 재료로 쓸 만큼 독성이 강한 약초지요. 봄에 자라는 것은 오두, 가을에 자라는 것은 부자라고 부릅니다. 처음 약초를 캐러 산에 갔을 때 길가에 있는 부자를 발견하고 따려 했더니, 함께 있던 분들이 “스님, 그거 독초예요. 만지지 마세요”라고 말리더군요. 그 말을 듣고 보니 과거 아버님께서도 부자를 드셨다가 잘못되셨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몸에 좋다는 말만 듣고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지요.
지리산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식재료가 있나요?
지리오가피가 많이 납니다. 간 보호, 기력 회복,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닌 약재이지요. 또 산청 일대는 밤 산지가 많습니다. 밤은 과실류지만 다섯 가지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어 약재로도 볼 수 있죠. 위경련이나 장염이 있을 때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식재료입니다. 평소 강의할 때도 밤을 일종의 비상약처럼 집에 구비해 두라고 이야기하지요. 삶거나 구운 밤을 으깨 흰죽에 넣어 끓여 먹으면 위가 쓰리거나 아플 때 도움이 됩니다. 밤의 타닌 성분이 위벽을 보호해 통증을 완화하기 때문이죠.
금수암에 도착하면 장독대로 둘러싸인 ‘자연바루’가 가장 먼저 눈에 띄어요.
서울에 있을 때는 사찰 음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종단에서 여러 직책을 맡아 일했습니다. 그러다 모든 일을 내려놓고 금수암으로 내려오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전 제 음식을 먹던 분들이 계속 연락을 주셨어요. “스님 밥이 그립다”며 금수암까지 찾아오는 분들도 많았지요. 코로나 이전에는 오시면 밥을 해 드리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함께 있는 보살님도 연세가 많아 다인원의 공양을 준비하기 어려웠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쉬어 갈 공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연잎 밥상을 맛봤는데, 구성이 정말 실하고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더라고요.
제대로 내어 드려야죠. 어디 가서 돈 내고 밥 먹었는데 시원찮으면 기분이 좋지 않잖아요. 밥은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바루는 가격의 60% 정도가 재료비예요. 연근도 앞마당에서 기른 것을 쓰고 두부 역시 국산 콩으로 직접 만든 것을 씁니다. 설사 적자더라도 허술한 밥상을 내놓지 않는 것이 신념이고요. 그 밥상을 통해 사찰 음식의 표본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요. 식재료부터 제대로 살펴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고 안전한 것이 바로 사찰 음식입니다.
한 상에 뿌리부터 열매까지 다양한 재료가 담기는데, 불교엔 발우공양이라는 수행이 있어요. 먹을 때도 순서가 있을까요?
발우공양에서는 밥그릇에만 주의하면 됩니다. 밥그릇은 ‘어시발우’라고 해서 부처님께 올리는 그릇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밥 외에 국이나 반찬을 넣어 먹지 않습니다. 그 외에 특별히 정해진 순서는 없어요. 그럼에도 한 가지만 말하면 따뜻한 음식부터 먹길 권유합니다. 차가운 음식은 언제 먹어도 차가우니까요.(웃음)
요리할 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스님이 생각하는 좋은 재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값이나 희소성보다 매일 마주하는 식재료라도 신선하고 건강한 상태인지 보아야 해요. 사람도 몸에 문제가 생겨 병이 드는 것처럼 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식물이 가진 에너지를 먹어 몸을 양육하는데, 시든 채소를 아깝다고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건강한 상태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그럼 시든 채소는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버리지 않고 절임 반찬으로 만듭니다. 절임 음식은 발효 과정을 거치며 좋지 않은 성분을 분해하지요. 봄에는 냉이, 가을엔 산초와 같이 계절 식재료를 모아 동량의 설탕을 넣어 발효액을 담가 사용하기도 합니다.
스님이 생각하는 ‘잘 먹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대로 먹는 것이지요.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찰 음식은 원래부터 제대로 먹는 자세가 담긴 음식이에요. 직접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과 좋은 참기름, 들기름을 사용해 음식을 만들지요. 그리고 계절에 맞는 자연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김치도 묵은지 하나로 1년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봄에는 봄동겉절이를 먹고, 더 익으면 묵은지를 활용한 음식을 먹는 것처럼요. 그러므로 사찰 음식은 굳이 치유식이나 건강식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좋은 음식입니다.
최근 봄동을 활용한 ‘봄동비빔밥’이 큰 인기를 끌었어요. 채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채소나 나물은 기본적으로 데쳐 먹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집간장과 참기름, 깨를 넣어 무쳐 먹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맛있게 먹는 방법이지요.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도 있지만 시금치처럼 수산이 많은 것은 생식이 좋지 않습니다. 또 요즘 심혈관 질환 환자가 늘면서 다량의 칼륨 섭취도 문제가 될 수 있지요. 그럴 땐 채소를 삶은 뒤 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가 칼륨을 빼고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돌아가 ‘제대로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직장인들은 제때 제대로 챙겨 먹는 게 쉽지 않죠. 좀 더 쉬운 방법 없을까요?
가능하면 모든 걸 쪄서 먹길 추천합니다. 쪄 먹으면 기름 섭취를 최대한 줄일 수 있어요. 찐 뒤 자신이 좋아하는 소스에 찍어 먹거나 살짝 곁들이면 좋지요.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대부분 술과 육류인데요, 이런 음식들은 대부분 기름이 혈관을 막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것보다 미리 식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마지막으로 ‘제대로 먹는 삶’을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이 있다면요?
모든 변화는 ‘인지’에서 시작됩니다. 불교에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윤리가 있지요. 모든 것은 비어 있는 공성에서 시작되어 끊임없이 변화하며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로 공의 빈 공간을 보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지, 보이지 않는 것은 그저 지나치지요.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먹는 것이 무엇인지, 제때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하면 실천할 수 없습니다. 먹을 때 먹고, 잘 때 자고, 일할 때 일하는 것. 이 기본적인 생활 리듬을 지키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하지요. 우리가 경험했다고 착각하는 과정에서 생긴 관념들, 즉 선입견은 생각보다 많은 걸 놓치게 합니다. 지나간 것은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결국 잘 먹고 잘 사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01 : 방풍장아찌
」강한 향을 지닌 방풍나물은 면역력 증진과 항균, 염증 완화 등여러 효능을 지닌 식재료다. 스님은 설탕 대신 원당과 조청을 사용해 방풍 특유의 쓴맛을 담백하게 다스린다.
재료방풍 200g, 집간장 2큰술, 송표간장 1/2컵, 조청 1/2컵, 소주 2큰술, 원당 2큰술, 물 3컵
레시피1 방풍은 손질해 깨끗이 씻은 뒤 채반에 밭쳐 물기를 뺀다. - 2 간장과 조청, 원당을 넣어 장물을 만든다. - 3 장물을 끓인 다음 소주를 넣고 섞는다. - 4 방풍을 항아리에 담고 장물을 붓는다. - 5 일주일 지나 한 번 더 장물을 끓여 붓는다.
02 : 취나물만두
」만두는 계절에 따라 시기에 맞는 제철 재료를 넣어 만든다. 여름엔 오이만두, 가을엔 버섯만두, 겨울엔 김치만두를 먹는다. 4월엔 향이 좋은 취나물을 선택해 풍미를 더한다.
재료 취나물 150g, 만두피 1봉(25개), 건표고 4~5개, 두부 1모, 당근 40g, 숙주 100g, 애호박 1개, 풋고추 2개, 들기름 적당량, 집간장 1큰술, 들깻가루 1작은술, 소금 적당량, 후춧가루 약간, 덧가루용 밀가루 1/4컵
레시피 1 취나물은 깨끗이 손질해 살짝 데친 뒤 썰어 집간장과 들기름으로 무친다. - 2 채수를 낸 건표고를 곱게 다진 후 집간장, 들기름으로 밑간해 덖는다. - 3 두부는 끓는 물에 데친 뒤 베보로 싸서 으깬다. 물기를 짠 뒤 들기름과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밑간한다. - 4 숙주는 삶아서 물기를 짠 뒤 다져 들기름과 집간장으로 무친다. - 5 고추와 당근은 다져 물기를 짠다. - 6 애호박은 다져 소금으로 버무린 뒤 10분 지나 물기를 짜낸다. - 7 준비한 재료를 들깻가루와 버무려 만두소를 만든다. - 8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어 만두를 빚는다. - 9 김이 오른 찜솥에 10분 정도 만두를 쪄낸다.
03 : 봄동겉절이
」본래 봄동은 가을에 파종해 수확하고 남은 배추가 언 밭 속에서 다시 순을 틔우며 잎이 벌어져 자란 것을 말한다. 스님은 생채소를 다른 재료와 비벼 먹기보다는 채소 본연의 맛을 살려 그대로 조리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재료 봄동 1포기(소), 무 100g, 당근 30g, 사과즙 1/2컵, 생강즙 1큰술, 집간장 1큰술, 고춧가루 4큰술, 소금 약간, 통깨 1큰술
레시피 1 봄동을 씻어 채반에 밭쳐 물기를 뺀다. - 2 무는 얇게 썬 다음 소금에 버무려 둔다. 5분 후 물기를 제거한다. - 3 당근은 곱게 채 썬다. - 4 볼에 양념을 모두 섞는다. - 5 봄동을 적당히 자른 후 무, 당근을 넣고 버무린다.
04 : 냉이타락죽
」타락죽은 우유와 쌀 등을 함께 끓여 만드는 죽으로, 불교 전승에서는 수행자가 쇠약해졌을 때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올리는 공양 음식이다. 쌀을 불려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으깨어 부드럽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재료 냉이 100g, 불린 쌀 2컵, 우유 500mL, 소금 약간
레시피 1 쌀은 2시간 전에 씻어 불려 놓은 후 손으로 으깨 여러 번 헹군다. - 2 냉이는 손질해 잘게 썬다. - 3 냄비에 쌀과 물 1컵을 넣고 저어가며 끓이다 우유를 붓는다. - 4 한소끔 끓어오르면 불을 낮추고 뜸을 들이며 죽을 젓는다. 다진 냉이를 넣어 저어가며 냉이가 익으면 불을 끈다. - 5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한다.
Credit
- PHOTOGRAPHER 하태민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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