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허수아비에서 박해수가 연기하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박해수와 이희준이 <허수아비>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연쇄 살인마를 붙잡는 액션 활극이 아니다.범인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답답함을,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을, 고통 속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를 기억하는 마음이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박해수) 재킷, 셔츠, 넥타이 모두 페라가모. (이희준) 재킷, 셔츠 모두 렉토.
드라마 <허수아비> 정말 잘 봤습니다. 제일 먼저 여쭤보고 싶은 질문은 이건데요. 강태주(박해수)와 차시영(이희준)의 관계를 뭐라고 설명하는 게 가장 정확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희준이 형이랑 이야기를 참 많이 했어요. 드라마가 종영한 시점에 제가 보기엔 ‘애증의 관계’ 같아요. 사실 애증이라는 표현도 완벽하게 둘의 관계를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보다 더 나은 표현이 없는 것 같아서요.
친구이기도 했다가 경쟁 상대이기도 했다가 동료이기도 하니까요.
맞아요. 두 캐릭터 전부 가정폭력 또는 그 시대 특유의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피해를 당했던 상처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거기도 하고요. 처음엔 단편적으로 차시영이 강태주에게 학교폭력을 가한 것처럼 그려지지만, 드라마 중반부가 지나면서 차시영도 강태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였다는 게 드러나죠. ‘우리’라는 말로 묶이는 것조차 역겨워하는 사이지만 연쇄 살인마를 잡아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도 둘의 복잡한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고요.
희준 씨와는 다른 작품에서 여러 번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죠?
가장 최근엔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에서 만났고요. 그전엔 <키마이라>와 <푸른 바다의 전설>이 있었죠. 이번처럼 투 톱으로 나서서 정면 충돌하는 건 처음이고요. 드라마 촬영 중이었던 것 같은데, 문득 ‘(희준이 형이 아니라) 다른 배우였다면 이렇게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 연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허수아비>를 촬영하면서 형이랑 연습실에서 즉흥 연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요?
드라마에는 아역 배우의 연기로 묘사됐던 장면을 저랑 희준이 형이 따라 해봤어요. 어렸을 때 강태주가 느꼈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요.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즉흥 연기를 부탁하기 어려웠을 텐데 워낙 제가 희준이 형을 좋아하기도 하고, 같은 소속사이기도 해서 의견을 주고받기 한결 편했어요.
해수 씨가 보는 희준 씨는 어떤 모습인가요?
항상 탐구적이에요. 카메라 앞이나 촬영장이 아닌 곳에서도 끊임없이 머릿속에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오죽하면 회식 자리에서도 “방금 같은 상황에 차시영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작품 이야기를 이어나갈 정도로요. 그럼 저도 자연스럽게 같이 고민을 하고 상상을 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하게 돼요. 인간적으로나 일적으로나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허수아비> 촬영이 지난해 여름 전남 해남에서 진행됐죠?
정말 더웠어요. 메이크업을 해도 몇 컷만 찍고 나면 땀 때문에 싹 지워질 정도로요. 누가 저더러 ‘못생김도 연기하신 거냐’고 물어보던데 그냥 힘들어서 나온 표정이었을 겁니다.(웃음) 자세히 보면 강태주는 옷도 매번 비슷한 것만 입어요. 머릿속에 범인을 잡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그렇죠.
촬영하기 유독 어려웠던 장면이 있다면요?
심적으로 힘들었던 건, 제 동생으로 나온 (강)순영이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을 때였어요. 35년 전에는 혼외자가 종종 존재하던 시절이지만 지금으로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그걸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확신이 없었어요. 오죽하면 감독님에게 해당 신의 촬영을 다른 날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볼 정도였죠. 제 스스로도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판단했어요. 근데 감독님이 스턴트맨에게 부탁해서 차를 빠르게 몰고 오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거칠게 멈추는 걸 저한테 보여주시더라고요. “지금 강태주는 이런 감정일 거야. 어때 할 수 있겠어?”라면서요. 신기한 점은 그걸 보고 나니까 저한테 어떤 이상한 감정들이 막 몰려왔어요. 덕분에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난감했던 장면을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죠.
평소 인물에 대한 자료 조사나 공부도 많이 한다고 알고 있어요. 이번 작품도 그랬나요?
<허수아비> 감독님이 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 PD였어요. 드라마 촬영이지만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방대한 자료를 참고했죠. 보면서 마음이 정말 많이 아팠어요. 수십 년이 지난 일이지만 실제 사건에 기반한 작품이기에 배우로서 느끼는 부담감이나 책임감도 더 컸고요. 행여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레더 재킷 랄프 로렌 퍼플 라벨. 스카프 벨루티.
결말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솔직히 저도 답답했어요. 흔히 하는 말로 ‘고구마’ 엔딩이니까요. 사실 감독님도 잠시 고민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라도 통쾌하게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결말에 대해서요.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허수아비>의 결말은 그렇게 마무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 없는 게 진짜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겪었을 심정이니까요.
30년이라는 세월을 넘나들며 혈기 왕성한 청년 형사인 강태주와 노년의 강태주를 연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노년 배역은 감독님의 배려로 촬영 막바지에 한 달 정도 몰아서 찍었는데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깊은 상처를 지닌 강태주가 30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그려보는 과정이 어렵지만 즐거웠어요. 드라마에 나오진 않았지만, 원래 대본에는 강태주가 미국으로 건너가 프로파일링에 대해 공부하는 대목도 있었거든요.
서지원 역을 맡은 곽선영 배우가 “30년 동안 그 무거운 짐을 어떻게 지고 살았어”라며 강태주의 외로움에 공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강태주처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대쪽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땐 어떤 식으로 몰입하는 편인가요?
방금 이야기해 주신 것처럼 상대 배우를 통해 제 배역을 구축해 나가는 방법이 있어요. 강태주의 입을 통해 감정이나 상황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의 입을 빌려서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셈이죠. 대본이 워낙 탄탄해서 저는 그저 맡은 역할을 충실히 따르기만 했습니다.(웃음)
허수아비라는 제목에 대해서도 곱씹게 돼요. 처음엔 그저 범인을 가리키는 줄 알았는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중의적인 의미가 감추어져 있다는 걸 느꼈어요.
촬영할 땐 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에요. 최종본을 보면서 비로소 작가님과 감독님의 큰 그림을 이해했죠. 허수아비라는 존재가 해석하기에 따라서 극과 극으로 보일 수 있어요.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무능력한 모습도 있고, 반대로 뙤약볕 아래서 누가 뭐래도 제 할 일을 수행하는 십자가를 짊어진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으니까요.
차기작에선 또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드라마는 아닌데, 오는 9월에 3주 동안 뉴욕에서 <벚꽃동산>이라는 연극 무대에 섭니다.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열리는데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이에요.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한다는 점도 이례적이고요. 100년도 넘은 고전을 사이먼 스톤이라는 연출가가 한국 스타일로 각색한 작품인데 2024년에 초연했을 때부터 반응이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도 뉴욕에 머무는 게 처음이라 조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요.
<허수아비>로만 세 번째 커플 화보를 찍고 있는 희준 씨에게 남기는 말로 인터뷰를 끝내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이 촬영으로 정말 <허수아비>와 이별을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싱숭생숭한데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저는 희준이 형이랑 다른 작품에서도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저는 형이 계속 꿈꾸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 꿈을 좇아갈 수 있게요.
레더 재킷 랄프 로렌 퍼플 라벨. 스카프 벨루티.
Credit
- PHOTOGRAPHER 채대한
- STYLIST (박해수)이명선
- (이희준)박선용
- HAIR (박해수)공탄
- (이희준)박재경
- MAKE UP (박해수)유혜수
- (이희준)김정남
- ASSISTANT 정서현
- ART DESIGNER 최지훈
MONTHLY CELEB
#장원영, #플레어유, #김남길, #손종원, #남주혁, #에스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