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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고' 보고 정주행 할 K-오컬트 명작들

여고괴담’부터 ‘파묘’까지 한국형 공포의 근간을 만든 명작 6선을 통해 전 세계를 홀린 K-호러의 저력을 조명한다.

프로필 by 김지성 2026.04.30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한국 학교 공포의 시초이자 입시 경쟁 등 사회적 부조리를 날카롭게 짚어낸 장르적 고전.
  • <장화, 홍련>: 고전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탐미적 미장센과 기괴한 사운드트랙으로 완성한 미학적 공포.
  • <곡성>: 무속 신앙과 심리전의 결합으로 인간의 의심이 빚어낸 거대한 혼돈을 그린 나홍진 감독의 역작.
  • <손 the guest>: 한국적 샤머니즘과 엑소시즘을 결합해 TV 장르물의 한계를 깨고 안방극장에 오컬트 붐을 일으킨 수작.
  • <사바하>, <파묘>: 신흥 종교를 소재로 신의 존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서사적 깊이를 더한 미스터리와 전통 풍수지리와 묫자리라는 토속적 소재를 현대적 문법으로 풀어내 ‘천만 관객’을 매료시킨 오컬트 대작.

전 세계가 다시 한번 한국형 공포에 매료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가 공개 직후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4위에 오르며 무서운 기세로 흥행 중이다. <무빙> 시즌 1에서 공동 연출을 선보였던 박윤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파격적이면서도 기괴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리고>의 전 지구적 흥행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간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꾸준히 쌓아온 오컬트 장르의 탄탄한 기반이 있기에 가능했다. <기리고>를 다 본 후 아쉽다면 정주행 해야할 K-오컬트 명작들을 정리했다.


1.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1999)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포스터 / 사진제공: 시네마버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포스터 / 사진제공: 시네마버스

1998년 <여고괴담>이 한국 공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면, 이듬해 개봉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공포 영화가 어디까지 예술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김태용, 민규동 감독의 공동 데뷔작인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여학교 내 동성애와 교환 일기라는 소재를 통해 사춘기 소녀들의 위태로운 감정을 섬뜩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대를 앞서간 마스터피스"라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 영화 명작 반열에 올랐다. 특히 1999년이라는 시대상을 고려할 때 동성애라는 금기시된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 점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오죽하면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를 최고의 한국 영화 중 하나로 손꼽았을까. 단순한 공포를 넘어 인간 관계의 심연을 다룬 이 작품은 지금 보아도 그 세련됨이 독보적이다.


2. ‘장화, 홍련’ (2003)

<장화, 홍련> 포스터 / 사진제공: 청어람

<장화, 홍련> 포스터 / 사진제공: 청어람

전래동화 ‘장화홍련전’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한국 공포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미장센을 가진 작품으로 단연 1순위에 꼽힌다. ‘장르의 마술사’라 불리는 김지운 감독은 벽지의 무늬와 조명의 색감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설계하여 관객을 기묘한 집 안으로 완벽히 초대한다. 김지운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은 공포 영화도 충분히 탐미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음악이다. ‘어떤날’의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이병우 음악감독의 서정적이면서도 섬뜩한 사운드트랙은 비극적인 자매의 서사에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칸 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정도로 K-호러의 자존심을 세워준 작품이다.


3. ‘곡성’ (2016)

<곡성> 포스터 / 사진제공: 20세기 폭스 코리아

<곡성> 포스터 / 사진제공: 20세기 폭스 코리아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곡성>은 한국 무속 신앙과 외지인에 대한 공포를 결합해 관객에게 유례없는 심리적 혼란을 안겼다. “뭣이 중한디”라는 대사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묵직한 질문이 되었다. 황정민, 천우희, 곽도원 등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는 상영 시간 내내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나홍진 감독은 올해 차기작 <호프>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 다시 한번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곡성>을 다시 보며 그가 설계한 거대한 의심의 늪에 빠져보는 것은 차기작을 기다리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4. ‘손 the guest’ (2018)

<손 더 게스트> / 사진제공: OCN

<손 더 게스트> / 사진제공: OCN

OCN에서 방영된 <손 the guest>는 한국적 샤머니즘과 서양의 엑소시즘을 결합해 안방극장에 오컬트 붐을 일으켰다. 매회 영화 같은 퀄리티로 화제를 모았으며, 특히 강렬한 비주얼을 선보인 '수중 구마 씬'은 장르물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전설적인 장면으로 회자된다. OCN 드라마 최초로 주간 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장르물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5. ‘사바하’ (2019), ‘파묘’ (2024)

<사바하> 포스터 / 사진제공: CJ 엔터테인먼트

<사바하> 포스터 / 사진제공: CJ 엔터테인먼트

<파묘> 포스터 / 사진제공: 쇼박스

<파묘> 포스터 / 사진제공: 쇼박스

한국 오컬트의 역사는 장재현 감독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은 사제들>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두 번째 작품 <사바하>를 통해 신흥 종교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신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치밀한 고증과 탄탄한 서사는 오컬트 장르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어 2024년, 그는 <파묘>를 통해 마침내 천만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전통적인 풍수지리와 묫자리라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스릴러 문법으로 풀어내는 그의 능력은 경이롭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민속적 색채를 세계적인 공포로 승화시켰다”라는 극찬을 이끌어낸 그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 땅의 역사와 한을 오컬트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독보적인 스토리텔러다.


Credit

  • 사진제공
  • 시네마버스
  • 쇼박스
  • CJ 엔터테인먼트
  • OCN
  • 20세기 폭스
  •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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