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뉴욕에서 만난 로터스 에메야의 혁신

로터스가 뉴욕에서 900마력짜리 EV 4도어 GT 모델 ‘에메야’를 공개했다. 그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내건 가치는 다름 아닌 ‘혁신’이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3.10.02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로터스는 경량화의 대명사로 통한다. 엔진 성능을 향상시켜 보다 강력한 출력을 달성하려는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달리 로터스는 1948년 브랜드가 탄생했을 때부터 줄곧 자동차를 더 가볍게 만드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죽과 같은 내장재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운전석에 앉으면 알루미늄 차체가 훤히 보이는 식이었다.
2017년 출시된 ‘엘리스 컵 250’의 경우 최고 출력이 243마력에 불과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9초 만에 도달한다. 883kg밖에 되지 않는 가벼운 무게 덕이다. 가벼운 무게는 가속뿐만 아니라 민첩한 코너링에도 유리하다. 모터바이크의 출력이 자동차에 비해 한참 낮지만 가속 성능과 코너링이 뛰어난 것과 같은 이치다.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영국판이 진행한 서킷 테스트 결과에서 로터스는 자신보다 출력이 200~300마력 높은 차보다 더 빠른 랩타임을 기록했다.
그랬던 로터스가 전기차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으나 2020년 선보인 2000마력짜리 전기 하이퍼카 ‘에바이야(Evija)’를 시작으로 지난 6월에는 전기 SUV 엘레트레를 유럽 시장에 출시한 것이다. 130대만 생산하지 않은 에바이야와 달리 엘레트레는 양산 모델이다. 그리고 한국 시간으로 9월 8일, 로터스의 두 번째 양산 모델인 ‘에메야(Emeya)’가 뉴욕 맨해튼에서 처음 공개됐다.
“로터스는 경량화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구조적으로 무거울 수밖에 없죠. 그동안 로터스가 추구하던 가치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건가요?” 질문을 들은 마이크 존스톤 로터스 부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로터스가 그동안 경량화를 무기로 내세운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로터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경량화보단 ‘혁신’에 가깝습니다. 혁신적인 차를 만들기 위해 경량화라는 도구를 사용했던 것이죠.”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로터스는 에메야를 공개하기에 앞서 3대의 차를 먼저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첫 번째는 1952년 제작한 2인승 로드스터 ‘마크 6’다. 로터스의 첫 양산 모델이자 당시로선 혁신적인 소재였던 알루미늄을 이용해 차체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1976년 출시된 ‘에스프리’다.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1970년대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차는 영화 007 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본드카로 쓰였으며, 시대를 풍미했던 쐐기형 자동차 중에서도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자랑한다. 마지막은 ‘타입 72’다. 타입 72는 포뮬러 1 경주용차 최초로 라디에이터를 운전석 앞이 아니라 양옆으로 옮겼다. 그 결과 로터스는 1970년대에만 두 번의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십과 세 번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거머쥐었다. 이후 다른 팀들도 사이드 라디에이터 설계를 채택했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로터스의 역사를 대표하는 이 3대의 차가 지닌 공통분모는 혁신입니다. 소재의 혁신, 디자인의 혁신, 공기역학적 설계의 혁신이죠.” 에메야 론칭을 총괄한 롭 보렛의 설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메야는 로터스가 추구하는 혁신의 결과물이다. 일단 최고 출력이 무려 900마력이다. 경쟁 모델인 타이칸 터보 S의 최고 출력인 761마력을 상회하는 수치다. 넘치는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반적인 전기차와 달리 2단 변속기를 장착했으며 에어 서스펜션도 기본이다. 참고로 국내에 출시된 차 중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통틀어 900마력이 넘는 모델은 페라리의 SF90 스트라달레가 유일하다. 로터스가 에메야를 출시하며 슈퍼카를 넘어 ‘하이퍼카’라는 수식어를 내건 이유다.  
물론 900마력이 혁신의 전부였다면 애당초 말을 꺼내 지도 않았다. 에메야에는 ‘지금까지 이런 차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첨단 편의 사항이 대거 적용되어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오토매틱 도어, 경우에 따라 10단계로 투명도를 조절 가능한 글라스 루프, 흐린 날에도 또렷한 화질과 화각을 제공하는 디지털 사이드미러, 돌비 3D 서라운드 시스템이 적용된 KEF의 카오디오가 대표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기술 사양과 제원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자동차 앞뒤에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가 촘촘히 장착되어 있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엔비디아(NVIDIA)와 협업 중인 점을 미루어볼 때 반자율주행과 같은 주행 보조 기술 역시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메야를 관통하는 디자인 키워드는 캡 포워드입니다.” 로터스 디자인 부사장 벤 페인의 말이다. 캡 포워드란, A필러의 위치를 앞바퀴 쪽으로 한껏 끌어당긴 디자인을 가리킨다. A 필러를 앞바퀴 쪽으로 밀고, 보닛의 높이를 낮춰 전체적으로 물방울 형태를 이룬다. 이 경우 유선형에 좀 더 가까워져 공기저항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어서 그는 “전기차는 엔진을 넣을 필요가 없어 공간 활용 면에서 내연기관보다 자유로운 편입니다. 캡 포워드는 그걸 최대한 살리기 위한 디자인이에요. 덕분에 휠베이스를 무리해서 늘리지 않고도 4도어 GT에 걸맞은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죠.”

‘Born British, Raised Globally’ 에메야 소개 자료에 등장한 문구다. 로터스는 영국에 디자인 센터, 독일에 R&D 연구소,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말 그대로 영국에서 태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중국 지리자동차가 로터스를 인수하며 15억파운드(한화 약 21조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한 결과다. 시장에 이미 다수의 고성능 전기차가 출시되어 있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로터스의 경쟁 상대는 어느 브랜드일까? 마이크 부사장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우리는 경쟁자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따름이죠”라는 자신감 넘치는 답을 내놓았다. 로터스가 정말 자동차 시장에 혁신을 몰고 올 수 있을지는 에메야가 출시되는 2024년에 확인할 수 있다. →

 

 

Dan Balmer APAC Director Interview 


코오롱모빌리티그룹과 손을 잡은 이유는?
코오롱 그룹은 오랫동안 여러 자동차 브랜드와 일하며 자동차 분야에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또한 패션, 건설, 에너지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이라는 점도 앞으로 라이프스타일 위주로 브랜딩을 펼치고자 하는 로터스의 비전과 잘 맞아떨어진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과 전폭적인 투자 역시 고무적이다.
수입차 브랜드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건 A/S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터스의 엔지니어링은 독일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그들의 기술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 수준이다. 한국 소비자가 A/S에 민감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보다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 독일의 엔지니어들을 한국에 파견해 정비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할 예정이다.
로터스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 
한국은 잠재력이 아주 큰 시장이다. 데이터를 보더라도 지난 10년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나면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우린 그들의 취향을 공략할 것이다.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 로터스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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