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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유치, 과연 우리가 쏟아부어야 할 가치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과연 도심에서 자동차 경주를 벌이는 게 누구에게 좋은지.

프로필 by 박세회 2025.05.05

지난 3월 16일 호주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2025 포뮬러 1 시즌이 개막했다. 연이어 중국, 일본에서 대회가 개최되고 중동으로 넘어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주가 펼쳐진다. 시즌 오픈을 시간대가 비슷한 오세아니아와 아시아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내년이나 내후년엔 대한민국 인천이 F1 캘린더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인천광역시는 지난해부터 F1 그랑프리 유치라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는 도시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F1을 20년 정도 봐온 팬으로서 F1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건 가슴 설레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서울도 아니고 코리아 그랑프리 서킷이 있는 전라남도 영암군도 아닌 인천시가 F1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건 약간은 의아하게 들린다.

인천시는 송도나 영종도에 시가지 서킷을 마련해 2027년, 빠르면 2026년 F1 개최를 원한다. F1 유치 이유로, F1과 같은 대규모 국제 이벤트로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경제적 효과,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포츠 유치로 인천 가치를 높인다는 도시 브랜드 가치 강화 그리고 스포츠와 문화 활성화 등을 들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면 F1을 유치하면 진짜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고 도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며 도시가 발전하고 지역 문화 활동이 증가할까?

싱가포르와 모나코, 멜버른은 F1 유치로 가장 실질적인 효과를 얻은 도시로 손꼽힌다. 싱가포르는 야간 레이스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올림픽, 월드컵 등을 개최할 수 있는 국가 크기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F1에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진다. ‘F1의 꽃’이라 불리는 모나코는 좁고 구불구불한 시가지 서킷이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멜버른은 시즌 개막전으로 오랫동안 개최됐는데, F1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잘 정비된 앨버트파크 서킷은 경주의 재미를 더한다. 이 세 도시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시가지 서킷이고 관광산업이 큰 몫을 차지하는 곳이다.

그러면 인천 송도와 영종도는 어떨까? 위 세 도시와 마찬가지로 시가지 서킷이다. 하지만 야경이 아름다운 마리나베이의 싱가포르, 지중해를 끼고 있는 초호화 휴양지인 모나코, 호주의 문화 수도로 불리며 F1을 비롯해 호주 오픈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멜버른에 비하면 송도와 영종도는 사실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관광 인프라와 국제적 브랜드 가치가 낮은 건 그만큼 관중 동원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가 1조75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것처럼 관광, 숙박 등 관련 산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F1은 명실상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지만, 동시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스포츠 사업이다. F1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제자동차연맹(FIA)에 지불해야 하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개최권료는 물론, 국제 규격에 맞는 서킷 건설 및 유지 보수 비용, 대회 운영 및 안전관리 비용 등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때문에 과거 F1을 유치했던 국가와 도시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흑자를 기록한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적자에 허덕이다가 개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영암 서킷에서 펼쳐진 코리아 그랑프리다. 당시 영암군은 F1 유치와 서킷 건립을 위해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다행히 F1을 유치했지만 대회 기간 동안 관중 동원 실패와 운영 미숙 등으로 매년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제시간에 서킷을 완성할 수 없었던 조직위는 천연 잔디 대신 담요와 비슷한 인조 잔디를 깔았다. TV에서 볼 때 오히려 천연 잔디보다 더욱 싱그러원 보였다. 하지만 경주차에 계속 밟히던 인조 잔디는 결국 떨어져 나갔고, 큰 조각이 루이스 해밀턴의 경주차에 걸려 펄럭거렸다. 이 광경을 세계 모든 F1 팬이 실시간으로 봤다.

이 외에도 코리아 그랑프리는 불편한 게 많았다. 경주장 진입로가 좁아 지체가 심했고, 주차하고 너무 많이 이동해야 했다. 관람석 시트가 제대로 체결되지 않아 불편했고, 경주장 주변으로 숙박시설이 없어 광주나 목포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코리아 그랑프리 조직위는 4년 만에 F1 개최권을 반납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4년간 적자가 대략 1900억원에 달했다. 영암 F1 그랑프리의 실패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F1 유치가 얼마나 큰 경제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1조7500억원의 라스베이거스만 볼 게 아니라, 1900억원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영암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인천시는 영암군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더 많은 관중을 모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고, 송도와 영종도엔 파라다이스시티, 인스파이어리조트, 그랜드 하얏트 등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 많다. 또 시가지 서킷으로 경주장 건설비용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2022년 서울 잠실에서 개최된 포뮬러 E도 한 번 개최로 끝나버렸다. 이유야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때문이라고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3배 정도 비싼 티켓 가격과 저조한 관중 동원이 가장 큰 이유였다. K-팝 콘서트까지 했음에도 관중 동원과 수익 창출은 소원했다. 이처럼 서울 그것도 강남에서 대규모 자동차 경주가 열려도 이벤트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 인천에서 F1이 열린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관중을 동원하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며 경주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포뮬러 E조차 지속되지 못한 상황에서, 훨씬 더 큰 비용이 드는 F1이 인천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F1 유치를 통해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을 발전시키고, 엘리트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다른 스포츠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차원적으로 대입한 피상적인 논리일지 모른다. 그간 한국은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엘리트 스포츠 육성 방식을 취해왔고, 이 방식으로 올림픽에서 더 많은 메달을 따냈으며, 일부 종목의 경우 국제 스포츠에서의 성과가 국민 스포츠의 저변 확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이 방식을 모터스포츠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선수 한 명을 육성하는 데 100억원이 드는 모터스포츠를 소위 ‘엘리트-성취-대중화’의 방식으로 확대하는 게 가능할까?

일단 자동차경주는 한국에서 대중적인 스포츠라고 보기 어렵다. 또 누구나 직접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F1 유치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소수의 특정 산업과 관련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불균형적인 투자로 비쳐질 수 있다. 어딘가에 투자해야 한다면 선수 한 명을 육성하는 데 최소 100억원이 든다(토토 울프가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는 F1의 활성화보다는 국민 대다수가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 활성화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영암 외에도 스페인 발렌시아, 독일 뉘르부르크링과 호켄하임, 튀르키예 이스탄불, 말레이시아 세팡 등이 재정적인 어려움과 무관심으로 F1 개최권을 반납했다. 현재 상황에서 인천시가 이 도시들보다 경제적 타당성, 사회적 효용성, 인프라 구축에서 월등히 낫다고 보기 힘들다. 또 인천시가 막대한 지방 재정을 투입하면서까지 F1을 유치해야 할 명확한 이유도 모르겠다.

물론 F1이라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한국에서 다시 개최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영종도의 높은 빌딩 숲 사이를 질주하는 F1 경주차를 보고 싶다. 하지만 감성적인 접근보다는 객관적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F1 유치의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F1 유치는 단순히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적인 사업이다.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우리가 F1을 유치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진정으로 투자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모터스포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스포츠에 적용되는 고민이기도 하다. 진정으로 한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한다면, F1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스포츠 저변 확대와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 수립,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진우는 <자동차생활> 기자, <톱기어> 에디터를 거쳐 <모터 트렌드>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17년 동안 자동차 전문기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프리랜스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약 중이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WRITER 이진우
  • ILLUSTRATOR MYCDAYS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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