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와 떠난 로트트립
에미라, 에메야, 엘레트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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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RA

에미라, 에메야, 엘레트라를 번갈아 운전했는데 에미라만 타고 나오면 유독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것 같아요.
강정윤(이하 강) 미드십 모델 특유의 등 뒤에서 넘실거리는 엔진 소리가 듣기 좋았어요.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푸슈슉’ 하며 터보차저 터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요. 다른 미드십 차량도 여럿 경험해봤지만 에미라만큼 다양하고 적나라한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최서영(이하 최) 운전할 때 습관처럼 음악을 듣는 편인데, 그 규칙이 아주 오랜만에 깨졌어요. 정윤 씨 말처럼 음악보다 에미라가 내는 소리에 더 집중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 소리가 음악을 들으려야 들을 수 없을 만큼 요란하기도 했고요.(웃음)
차 밖에서 들으면 운전석에서 느낀 것보다 소리가 덜해요.
최 맞아요. 저도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궁금해 일부러 창문을 내리고 달렸어요. 로터스가 의도한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운전자와 주변 사람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부분이네요. 스포츠카의 굉음을 듣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강 4기통 모델을 시승할수록 ‘6기통 모델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출력이나 제로백 성능과 별개로 V6 엔진이 주는 특별함이 분명 있으니까요. 흔히 말하는 팝콘 튀기는 소리 같은 것들이요. 거기에 수동변속기까지 더해졌더라면 차에서 내리기 싫었을 것 같아요.
요즘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차가 손에 꼽아요. 수동 애호가들에겐 에미라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죠. 참고로 수동변속기는 6기통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어요.
강 로터스가 수동변속기를 좀 더 강조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미드십 레이아웃에 수동변속기 조합은 에미라가 국내에서 유일하니까요. 도발적으로 다른 스포츠카들에는 이렇게 말하는 거죠. ‘너희가 스포츠카라고? 웃기지 마! 내가 진짜 스포츠카야’라고요. 니치마켓을 공략하는 식으로요.
최 수동 운전을 즐기지 않는 제 입장에선 패들시프트를 튕기면서 DCT 변속기와 호흡을 맞추는 걸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드라이브 모드를 투어에서 스포츠로 바꾸면 변속 로직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드라이브 모드 말고 서스펜션을 투어와 스포츠 중 고를 수 있는 것 알고 계셨어요?
최 출시할 때 보도자료에서 봤던 것 같아요. 차를 주문하는 단계에서 서스펜션 세팅을 다르게 할 수 있다고요. 가변식 서스펜션이 들어간 차는 봤어도 출고 단계부터 아예 다른 부품이 쓰이는 건 신기하네요. 오늘 저희가 탄 건 둘 중 어떤 옵션이었나요?
스포츠 서스펜션이요. 다음엔 같은 4기통 모델 에미라인데 서스펜션 세팅만 다른 2대를 가져다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최 어머, 당연히 투어 서스펜션일 줄 알았어요. 에미라를 200km 넘게 운전해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걱정했어요. 허리가 아플까 봐요. 근데 예상보다 편했어요.
강 투어 서스펜션을 타봐야 알겠지만, 스포츠의 경우 예전 로터스에서 느꼈던 향수를 느낄 수 있었어요.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고무 부싱이 눌리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엉덩이로 바닥을 훑고 가는 듯한 직관적인 움직임이요. 로터스 마니아들은 이런 삐걱거림을 두고 ‘오히려 좋아!’라고 말하거든요.
디자인적으론 어떤 부분이 제일 눈에 들어오나요?
강 보닛 위에 있는 에어 인테이크요. 사이드에서 리어로 이어지는 에어 터널은 다른 스포츠카에도 자주 쓰이는 디테일이지만, 보닛 위에 이런 식으로 길게 라인을 잡고 구멍까지 뚫어놓은 건 처음 봤어요. 굉장히 독특해요.

최 근데 그 디테일이 단지 멋을 부리려고 만든 게 아니라 실제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더 놀라워요. 역동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가짜로 그릴이나 에어 인테이크를 만드는 브랜드도 더러 있잖아요.
강 디자인만 놓고 보면, 에미라보다 2~3배 더 비싼 다른 2도어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어요. 희소성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더 주목받을 수도 있고요. 저도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와, 저 차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만들기가 결코 쉬운 게 아니지만. 근데 에미라는 보자마자 특별한 차라는 분위기를 막 풍겨요. 그럼 게임 끝이죠.
EMIRA최 에미라는 ‘베이비 에바이야’ 아닐까요? 에바이야에서 보여준 디자인 언어가 에미라에 가장 잘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에바이야만큼은 아니지만 에미라도 차체 군데군데 에어로다이내믹 성능 향상을 위한 구멍이 여러 개 있는 게 대표적이죠.
강 사실 영국차는 다른 건 몰라도 디자인 측면에선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힘줄 땐 주고 뺄 땐 빼는 강약 조절을 정말 잘해요. 직선과 곡선을 조화롭게 잘 써서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게 전통적인 영국차 디자인입니다.
인테리어는 어때요?
강 예전 모델과 비교하면 편의 기능이 대폭 늘었어요. 에어컨도 옵션으로 선택하던 로터스에서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하는 날이 오다니요.(웃음)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예전 로터스처럼 차체를 그대로 드러낸 부분이 있으면 해요. 좋은 가죽과 알칸타라로 뒤덮은 차는 많지만, 차체를 그대로 살린 차는 별로 없으니까요.
디자인을 수정할 수 있다면 어떤 부분을 다듬고 싶어요?
강 만약 제가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였다면 차에 볼륨을 살짝 추가했을 것 같아요. 디자인업계에선 ‘R값’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지금 에미라가 체지방 한 자릿수의 보디빌더 같은 몸매라면 저는 살을 조금 찌워서 체지방 12% 정도로 맞추는 식이죠. 근데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2박 3일 동안 여행을 떠난다면 드라이브 코스는 어디를 추천하고 싶으세요?
최 제주도 해안도로가 떠올라요. 에미라는 시트 포지션이 많이 낮아서 SUV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죠. 마치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고 표현하면 너무 시적인가요?(웃음) 에미라가 코너링 머신인 건 맞지만, 굳이 엔진을 쥐어짜지 않고 여유롭게 달리기에도 충분한 모델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뒷모습에서 전기 하이퍼카 에바이야가 떠오른다.
EMIRA
파워트레인 1991cc I4 가솔린 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364마력 최대 토크43.9kg·m 가속력(0→100km/h)4.4초 가격(VAT 포함)1억4500만원
EMEYA S

에메야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모델이죠.
최 평소 작은 차를 선호하는 편인데. 에메야를 운전할 때 차가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5m가 넘는 대형 세단인데도 말이죠. 보통 이 정도 크기의 차를 타면 코너를 돌아 나가거나 좁은 길을 지날 때 신경이 곤두서거든요.
강 결론부터 말하면, 이 차도 로터스다운 핸들링을 보여주고 있어요. 파워트레인이나 차체 크기를 고려했을 때 앞서 이야기한 에미라와 운동 성능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다른 브랜드의 대형 세단이나 EV 모델과 비교하면 분명 에미라 쪽이 더 날렵하고 경쾌하게 움직여요.
로터스는 에메야를 ‘하이퍼 GT’라고 부르고 있어요.
최 GT답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느낀 건 고속 안정성이었어요.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려면 고속 안정성이 필수인데, 에메야는 기차가 선로 위를 달리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내달려요. 주행 보조장치를 사용해도 고속 안정성이 유지돼요. 라이다를 4개나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그 덕분인지 불안한 기색 없이 차선을 잘 유지하더라고요. 장거리 이동할 때 유용할 것 같아요.
강 에메야 R의 918마력이라는 최고 출력은 확실히 ‘하이퍼’의 영역이긴 하죠. 근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주행 가능 거리예요.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저희가 시승한 에메야 S는 500km 넘게 달릴 수 있더라고요. 연비 주행을 하면 분명 그보다 더 먼 거리까지 갈 수 있겠죠.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500km 이상은 달려야 GT라는 이름을 내걸 수 있다고 봐요.

최 시트에서도 이 차가 GT에 어울리는 차라는 걸 느꼈어요. 앉았을 때 무척 편했거든요.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2시간 내리 운전만 했는데도 말이죠. 에미라랑 달리 에메야는 가변 리어 스포일러가 있어서 고속 안정성이 더 뛰어난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죠. 속도에 따라 2단계로 움직이는 리어 스포일러가 다운포스를 만들어 차체를 눌러주니까요. 엘레트라에도 같은 장치가 들어가 있긴 한데, 아무래도 차체 높이가 낮은 에메야에서 그 효과가 더 크게 느껴져요.
아까 정윤 씨도 에메야 시트를 칭찬하더라고요.
강 인테리어를 구성할 때 시트가 보통 제일 비싸요. 그래서 어떤 차들은 1열 시트와 2열 시트가 눈에 띄게 다르기도 하죠. 근데 에메야는 1열과 2열 모두 디자인과 퀄리티가 동일해요. 고객이 어디에 앉아도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죠. 혹시 2열에 앉아봤는지 모르겠는데, 편한 건 기본이고 눈에 들어오는 뷰가 만족스러웠어요. 앞에서 볼 땐 예쁜데 뒤에서 보면 별로인 차는 매력이 확 떨어지는데 에메야는 그렇지 않아요.
같은 EV 모델이지만 에메야와 엘레트라는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강 운전석의 생김새를 보면 그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에메야의 운전석은 운전자 중심의 성향이 강해요.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센터페시아, 동승석과 구분된 암레스트가 그렇죠. 반면 엘레트라는 운전석과 동승석이 대칭적이고 좀 더 개방적이에요. 어느 쪽이 더 좋다기보단 차가 추구하는 바가 다른 거겠죠. 아무래도 SUV는 가족이 함께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익스테리어 중에 인상 깊은 점은요?
최 저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보닛 위 앞유리와 맞닿는 곳에 카본으로 장식된 부분이요. 카본 장식이 들어간 차를 많이 봤지만 저 부분에 있는 건 처음이에요. 동료 한 명은 에메야를 보자마자 이걸 가리키며 ‘튜닝한 거야?’라고 묻더라고요. 그만큼 눈에 띈다는 의미겠죠.
강 앞 범퍼에 있는 커다란 에어 인테이크요. 이 정도 사이즈의 4도어 모델에서 에메야보다 더 큰 프런트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을 가진 차는 없을 거예요. 참고로 속도에 따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액티브 플랩도 들어갔죠. 차체 크기가 5m가 넘어가면 디자인이 자칫 둔해 보이기 쉬운데 에메야는 강렬한 얼굴 덕에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어요. 대조적으로 측면 디자인은 심플해요. 만약 측면까지 디자인이 복잡했다면 전반적으로 너무 과해 보였을 겁니다. 강약 조절을 참 잘했어요.
최 듣고 보니 이해가 돼요. 처음엔 두 줄로 된 헤드램프 디자인이 ‘투 머치’ 하지 않나 싶었는데 조금 멀리서 45도 각도로 차를 바라보니 단정한 측면과 강렬한 헤드램프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것 같아 보여요.
시승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강 로터스를 좋아했던 팬으로서 최근 출시된 모델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어요. 사진으로만 봐선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가장 큰 궁금증이 에메야인데, 전기차는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의 비율이 껑충해 보여요. 엘레트라 같은 SUV는 원래 차체가 높으니 그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에메야는 아니죠. 근데 오늘 직접 보니까 알겠어요. 배터리 탓에 어쩔 수 없이 통통해진 차체를 날렵한 캡 포워드 디자인과 과격한 전면부 디자인으로 상쇄한 거예요.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옆이 아닌 앞을 보게 만드는 거죠. 뻔하지 않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로터스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상상이 돼요.
최 제대로 타본 적도 없었는데 막연히 로터스는 불편한 차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아마 어디선가 ‘로터스에는 에어컨도 없더라’라는 말을 들어서 그랬겠죠. 근데 오늘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특히 에메야는 로터스가 추구하는 럭셔리를 가장 잘 보여줘요. GT카에 걸맞은 운동 성능, 노면 충격을 잘 걸러내는 에어 서스펜션, 손 닿는 곳마다 부드러운 인테리어 소재들이 그렇죠. 직업 특성상 주변에서 자동차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데, 에메야를 적극 권하고 싶어질 정도로요.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2열 시트도 마찬가지다.
EMEYA S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1단 자동 최고 출력612마력 최대 토크72.4kg·m 가속력(0→100km/h)4.1초 가격(VAT 포함)1억6990만원
ELETRE R

엘레트라가 ‘슈퍼 전기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어요.
최 경쟁 모델이 뭐가 있을까 한참 고민했는데 딱 들어맞는 차가 없어요. 최고 출력이나 크기를 생각하면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 정도가 떠오르지만, 그 차들은 내연기관이죠. 가격도 엘레트라보다 2배 가까이 비싸고요. 보통 어떤 새로운 차를 시승할 땐 그전에 경험했던 차들과 비교하게 되는데 엘레트라는 그럴 수가 없었어요.
강 우루스와 카이엔이 내연기관 시대의 스포츠카 브랜드에 퍼포먼스 SAV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숨통을 틔워주었다면, 로터스 엘레트라는 전기차 시대의 슈퍼 SUV를 정의하는 듯한 디자인과 성능을 보여주고 있어요.
운전할 때 어땠는지부터 하나씩 이야기해볼까요?
최 일단 가속 성능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고성능 전기차의 토크가 뛰어난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엘레트라는 그 힘을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요. 다른 차들이 왈칵 힘을 쏟아내면서 거칠게 속도를 높인다면 엘레트라는 우상향 그래프처럼 점진적으로 속도를 쌓아요. 제로백이 2.9초밖에 되지 않을 만큼 순식간에 빨리지기 때문에 언뜻 밖에서 봤을 땐 그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직접 가속페달을 밟으면 확실히 느껴져요.
강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고배기량 자연흡기 차를 운전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시승차가 엘레트라 R 모델이라 더 그랬을 거라 생각해요. 엘레트라 S와 달리 R 모델은 2단 변속기를 탑재하고 있거든요. 두 번째 기어가 고속에서도 힘이 꺾이지 않도록 돕는 거죠. 그 효과가 미비하다는 의견도 있지만요. 아무튼 엘레트라 R을 운전하면서 고속에서도 시원시원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

와인딩을 경험하기 위해 구룡령에 올라갔을 때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최 힘이 넘치니까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도 마음만 먹으면 속도를 화끈하게 올리더라고요. 내연기관은 출력이 높더라도 언덕에서 힘을 더 쓰면 rpm이 올라가면서 티가 나는데, 전기차는 평지나 언덕이나 쑥쑥 잘 올라가니까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강 2.6톤이나 되는 차를 끌고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해발 1000m까지 올라간다길래 ‘괜찮을까?’ 싶긴 했어요. 날이 풀리긴 했지만 그늘진 곳에는 살얼음이 남아 있기도 했고요. 근데 생각보다 불안한 기색 없이 코너를 잘 돌아 나가더라고요. 윈터 타이어의 힘인지 엘레트라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큰 차로도 와인딩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생경했어요.
최 내려올 때 회생제동을 엔진 브레이크처럼 쓸 수 있어서 좋았어요. 회생제동이야말로 내연기관과 구분되는 전기차만의 특성이잖아요. 브랜드마다 회생제동이 개입하는 정도와 단계가 천차만별이기도 하고요. 엘레트라는 회생제동 기능을 끄는 0단계부터 가장 강하게 개입하는 3단계까지 있는데, 다운힐에서 주행 상황에 따라 2~3단계를 오가며 주행했어요. 덕분에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거의 없었죠.
강 맞아요. 저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게다가 엘레트라는 패들시프트로 회생제동 레벨을 조절할 수 있어서 내연기관 차량을 타며 엔진 브레이크를 쓰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어요. rpm이나 속도처럼 정확한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각 단계별 회생제동의 개입 정도도 제 기준에선 적당했어요. 더 강했으면 멀미가 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약하면 기능을 사용하는 의미가 퇴색되는데 엘레트라는 그 정도를 잘 지켰어요.
산을 내려온 다음엔 국도를 한참 달렸는데 군데군데 노면이 거친 구간이 꽤 있었어요.
최 과속방지턱도 진짜 많았어요. 어떤 마을 입구엔 연속해서 3개의 과속방지턱이 설치된 곳도 있었어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 그런지 포트홀도 있었고요. 근데 엘레트라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정말 잘 잡아요. 심지어 스포츠 모드여서 차체를 살짝 낮춘 상태였는데도요. 에어 서스펜션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여담이지만, 엘레트라는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시트가 등허리를 탄탄하게 감싸는데, 그 느낌이 남자 친구한테 백허그를 당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웃음)
강 이번 시승 코스에 오프로드 주행이 없는 게 아쉬워요. 에메야와 달리 엘레트라는 오프로드 모드가 있잖아요. 포장도로에서 매끈하게 달리던 엘레트라가 비포장도로에선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해요. 같은 에어 서스펜션이어도 에메야랑 엘레트라는 승차감이 달랐어요. 엘레트라 쪽이 더 여유로운 느낌이에요.
가만히 서 있으면 엘레트라가 전기차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강 저는 그게 좋은 디자인이라고 봐요. 사실 전기차라고 해서 꼭 프런트 그릴이 없어야 한다거나 공기저항에 유리한 유선형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봤을 때 한 번 더 보고 싶고 타고 싶고 갖고 싶게 만들면 되죠. 그런 면에서 엘레트라는 슈퍼 SUV 디자인의 정답에 가까워요. 저 보닛 아래에 V8 엔진을 넣어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거든요. 전체적인 비율로 보나 딱 벌어진 차체로 보나 그냥 영락없는 SUV죠.
최 지붕과 뒤 유리창이 만나는 지점에 달린 작은 스포일러 2개 보셨어요? 처음에 옆에서 봤을 땐 루프 라인을 위한 장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SUV 뒤에 생기는 와류 현상을 줄이기 위한 기능을 가진 장치더라고요. 하필 시승차가 빨간색이고 스포일러가 카본 소재라 위에서 보면 붉은 악마 뿔 같아 보여요. 하나로 길게 이어진 건 봤어도 이렇게 2개로 분리된 루프 스포일러는 처음 봐요.
운전석에 앉았을 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한 가지만 소개한다면요?
최 이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말할 수 있어요. KEF 카오디오 시스템이요. 23개의 스피커, 2160와트의 출력 같은 수치는 차치하더라도 그냥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대박’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아까 말한 것처럼 운전 중에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시승할 때마다 카오디오에 유독 관심을 많이 갖는 편이거든요. 뱅앤올룹슨, B&W 등 내로라하는 카오디오를 다양하게 경험해봤는데 엘레트라의 KEF의 퍼포먼스는 최상위권이에요.
강 저는 반대로 운전할 때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에요. 근데 서영 씨가 극찬하길래 궁금해서 경험해봤는데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엘레트라는 A필러와 지붕이 연결되는 부분에도 스피커가 들어가 있어요. 돌비 애트모스와 협업해 소리의 깊이와 선명도를 정교하게 조율했다고 하더라고요.

ELETRE R
파워트레인전기모터 2개, 2단 자동 최고 출력918마력 최대 토크100.5kg·m 가속력(0→100km/h)2.9초 가격(VAT 포함)2억900만원
Who's the writer?
강정윤은 2024 BMW X5를 디자인한 자동차 외관 디자이너 출신으로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 및 복합문화공간 ‘오렌지디스트릭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민대학교에서 자동차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Who's the writer?
최서영은 자동차 전문 유튜브 채널 <차봤서영>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다. 현재 MBC 및 TBN 한국교통방송에서 자동차 전문 코너 진행을 맡고 있으며, 미쉐린 코리아 앰배서더와 <모터트렌드> 고정 필진으로도 활동 중이다.
Credit
- PHOTOGRAPHER 조혜진
- ART DESIGNER 최지훈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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