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AI가 그린 페라리 리무진은 어떻게 생겼을까?

<에스콰이어>가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를 활용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9대의 차를 만들었다.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하기엔 그럴싸한 이 디자인들에 대해 두 명의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가 코멘트를 남겼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3.07.02
 

#LAND ROVER #SEDAN #FAMILY #COMPORT

결과물을 얻기 위해 가장 오랜 시간을 쏟은 모델이다. 랜드로버를 세단으로 만드는 걸 시스템적으로 막아놓았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 100번 중 한 번 얻은 결과물 역시 랜드로버가 아니라 재규어를 본뜬 디자인일 때가 잦았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같은 그룹에 속한 브랜드라서 벌어진 일이다. 이미지 속 세단형 랜드로버는 플래그십 모델인 레인지 로버보단 레인지 로버 벨라와 더 닮았다. 미드저니는 정통 SUV답게 선이 굵고 볼륨감이 있는 레인지 로버보단 비교적 날렵한 실루엣의 벨라가 세단을 디자인하는 데 더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차의 지붕이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A필러 색깔을 검은색으로 처리하는 랜드로버의 디자인 특징을 반영하지 않은 점은 의외다. 세단인데 사이드 스텝처럼 보이는 장치가 들어가 있는 것도 옥의 티다.
 
“SUV를 강제로 압축시킨 듯한 디자인입니다. 프런트 디자인의 무게중심이 너무 높아 차가 자꾸 위로 떠오를 것 같은 인상이에요.” - 리차드 여
“AI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귀찮아서 대충 만든 것 같은 결과물이에요. 신선하거나 재미있게 느껴지는 포인트가 없어요.” - 정영철
 

 

#KIA #ROADSTER #TWO-SEATER #COMPACT

지난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제네시스 콘셉트카 ‘엑스 컨버터블’은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양산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인기는 배가 됐다. 반면 같은 그룹 내의 기아는 감감무소식이다. 사실 기아는 1996년부터 약 3년간 로드스터를 만든 적이 있다. 영국 로터스로부터 인수해 개량한 ‘엘란(Elan)’이 그 주인공이다. IMF의 여파로 고작 1000여 대밖에 생산되지 못했지만,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독특한 디자인과 희소성 덕에 중고차 시장의 귀한 몸으로 통한다. 엘란의 재림을 기원하는 마음을 미드저니가 눈치챈 걸까? 기아의 핵심 디자인 요소인 ‘타이거 노즈 그릴’을 탑재한 경량 로드스터가 탄생했다. 사진만 봐서는 지붕이 소프트톱일지 하드톱일지 알 수 없지만 날렵하게 쭉 뻗은 사이드미러와 올록볼록한 근육질의 보닛 디자인만으로도 이 차를 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예전 폭스바겐 콘셉트카 에코 레이서와 블루스포츠가 떠올라요. 기아의 타이거 노즈 디자인을 조금 더 녹였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 리차드 여
“AI가 억지로 짜깁기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마음에 듭니다. 전체적인 비율도 안정적이고요.” - 정영철
 

 

#BMW #PICKUP #TRUCK #SPORT

“BMW에서 픽업트럭도 만드는구나.” 옆자리 패션 에디터가 스쳐 지나가며 건넨 말이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는 미드저니가 실제 사진에 버금갈 정도로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가상의 BMW 픽업트럭이 꽤 그럴듯한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둥근 파란색 엠블럼 말고도 이 차가 BMW처럼 보이도록 하는 건 ‘호프마이스터 킨크’ 덕이다. 호프마이스터 킨크란, C필러 하단의 끝부분이 차의 앞부분을 향해 살짝 꺾인 디자인을 가리킨다. 1961년 처음 등장한 후 거의 모든 BMW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리어램프와 배기구가 BMW보다 볼보와 더 닮은 점은 의문이다.
 
“옆모습이 X5를 살짝 닮은 것 빼면 BMW의 느낌을 찾기 어려워요.” - 리차드 여
“되레 앞모습이 궁금해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커다란 키드니 그릴을 AI가 어떻게 풀어냈을지 보고 싶거든요. 뒷모습은 그냥 평범한 수준입니다.” - 정영철
 

 

#PORSCHE #PICKUP #TRUCK #OFF ROAD

포르쉐와 오프로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 ‘911 다카르’와 ‘911 사파리’를 검색해보길 바란다. 지난해 말 공개된 ‘911 다카르’는 최저 지상고를 높이고 오프로드 전용 런치 컨트롤을 지원하는 모델로 과거 1984년, 포르쉐가 다카르 랠리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SUV와 4도어 세단, 왜건 등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내면서도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온전히 유지한다는 면에서 포르쉐는 유일무이한 브랜드다. 그들의 다양성의 마지막 퍼즐을 장식하기 위해 픽업트럭을 주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꽤 그럴듯하다. 참고할 데이터가 많아서인지 디테일도 살아 있는데, 예를 들면 적재함에 실린 예비 타이어나 오프로드 주행 중 요동치는 몸을 잡아주는 버킷 시트가 그렇다. 충돌에 대비해 범퍼와 휠하우스를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두른 것도 칭찬할 만하다.
 
“신형 911이 아니라 예전 964 모델과 더 닮았네요. 전체적으로 인하우스에서 디자인했다기보단 애프터 마켓에서 튜닝한 것 같은 느낌이 강해요.” - 리차드 여
“보자마자 ‘오, 포르쉐에 대해 뭘 좀 아는 AI인가’ 싶었어요. 최근 핫한 사파리 혹은 오버랜드 스타일의 포르쉐라 반갑네요. 완성도가 높아 보입니다.” - 정영철  
 

 

#ROLLS ROYCE #PICKUP #TRUCK #FULL SIZE

흔히 롤스로이스를 마법의 양탄자에 빗대곤 한다. 노면 상태와 상관없이 언제나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리키는 말이다. 감히(?) 롤스로이스를 타고 오프로드를 간 적은 없지만, 어지간한 흙길에서도 안락한 주행감을 뽐낼 것이 분명하다. 롤스로이스 픽업트럭이 필요한 이유다. 이미지 속 차량 형태는 전반적으로 롤스로이스 SUV 컬리넌과 유사하다. 양문형 냉장고처럼 열리는 ‘코치 도어’는 물론 네모난 리어램프까지 판박이다. 옆 유리창을 감싼 은빛 프레임은 롤스로이스의 기함인 팬텀에서 빌려왔다. 픽업트럭에 어울리는 요소로는 앞바퀴 위에 달린 보조 거울 ‘펜더 미러’와 상단부만 젖혀 간이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테일게이트가 있다. 풀사이즈 픽업트럭이라고 하기엔 적재함이 좁아 보이지만, 돌을 잔뜩 싣고도 뒷바퀴 서스펜션이 우뚝 솟아 있는 걸 보면 적재중량이 뛰어난 듯하다.
 
“옛날 링컨 픽업트럭이 떠올라요. 리어 범퍼가 두툼하게 툭 튀어나온 게 특히 그렇죠. 이 부분을 깔끔하게 다듬기만 해도 한결 롤스로이스다운 디자인이 될 것 같아요.” - 리차드 여
“다소 저렴해 보이는 휠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크게 어색한 부분은 없어요. 롤스로이스 이름에 걸맞은 넉넉한 2열 공간에 적재함 길이까지 더하면 실제 차는 6m가 훌쩍 넘을 것 같네요.” - 정영철
 

 

#HYUNDAI #COUPE #V8 #TWO DOOR

미리 말하자면, 현대자동차가 V8 엔진을 품은 2도어 쿠페를 선보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만에 하나 등장하더라도 제네시스 엠블럼을 달고 나올 테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도 마찬가지다. V8 엔진을 기다리느니 수소 전기 모터가 장착된 ‘N 비전 74’의 양산을 기다리는 편이 더 빠르다. 하지만 궁금했다. 효율과 실용을 무기로 성장해온 현대자동차가 비효율의 상징과 같은 V8 2도어 쿠페를 만들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말이다. 색깔을 지정하지 않았는데도 미드저니는 로고와 비슷한 파란 계열로 차를 덮었고 쿠페에 어울리는 낮은 루프라인과 보닛은 길고 트렁크는 짧은 ‘롱노즈 숏데크’ 디자인을 적절히 버무렸다. 여기에 21인치는 족히 되어 보이는 커다란 휠이 차에 스포티한 이미지를 더한다.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한 수준인 것 같아요. 그랜저랑 애스턴 마틴을 섞은 것으로 보이네요. 기발하진 않지만 고개를 끄덕일 법한 디자인입니다.” - 리차드 여
“만약 현대가 진심으로 V8 쿠페를 만든다면 이것보다 훨씬 멋질 겁니다. 이미지 속 차는 이상하진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거든요.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 현대가 만든 차가 조금 심심했다는 말일 수도 있겠네요.” - 정영철
 

 

#ASTON MARTIN #MINIVAN #MINIBUS #SLIDING DOOR

애스턴 마틴은 제임스 본드가 타는 차다. 애스턴 마틴은 멀끔한 슈트를 차려입은 것 같은 정제된 디자인과 달리 500마력은 우습게 내뿜을 정도로 강력한 모델을 여럿 보유 중이다. 그런 애스턴 마틴과 미니밴의 조합이 영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들은 2011년 토요타와 손잡고 ‘시그넷’이라는 경차를 출시한 적이 있다. 과연 메르세데스-벤츠와 렉서스의 미니밴보다 한 단계 더 고급스러운 미니밴을 원하는 사람에게 미드저니가 제안하는 ‘애스턴 마틴 미니밴’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쉽지만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사다리꼴 모양의 프런트 그릴과 브랜드 특유의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차체 컬러를 제외하면 애스턴 마틴의 흔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차체 옆면 하단에 들어간 쓰임을 알 수 없는 불필요한 장식과 지나치게 화려한 휠 디자인 역시 정돈이 필요하다.
 
“디자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미드저니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결과물인 것 같아요. 비율을 봤을 땐 미니밴보단 미니버스에 더 가까워 보이고요.” - 리차드 여
“다른 결과물과 비교했을 때 가장 흥미로운 콘셉트였어요. 전체적으로 유리를 큼직하게 사용해 탑승객의 시야가 좋겠네요. 다만 옆 유리창을 조각조각 나누어놓은 이유가 궁금해요.” - 정영철
 

 

#LAMBORGHINI #WAGON #SHOOTINGBRAKE #FOUR-SEATER

왜건을 이야기할 때 넓은 트렁크 공간을 강조하는 게 보통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건의 매력을 트렁크에 한정하는 건 서글픈 일이다. 세단이나 SUV에서 느낄 수 없는 왜건만의 디자인 매력이 있다. 페라리의 GT4루소, 포르쉐의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 아우디 RS6 아반트가 그 예다. 람보르기니가 왜건으로 바뀌면 엔진이 차체 중앙에 위치하는 ‘미드십’ 구조를 포기해야 하지만, SUV 모델인 우르스의 성공을 통해 엔진을 운전석 앞으로 옮겨도 황소 여전히 강력하다는 걸 증명했다. 그러나 이미지 속 왜건은 약 10년 전 람보르기니의 디자인의 흔적이 가득하다. 가장 최신 모델인 레부엘토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도드라지는데 차체의 면을 삼각형, 육각형과 같은 형태로 디자인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곡선의 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살펴봤어요. 직접 리어램프 디자인을 바꿔보고 싶을 정도로요. 람보르기니에 걸맞게 좀 더 날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리차드 여
“2013년 대학생 때 같은 콘셉트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결과물도 꼭 닮았고요. 근데 그건 10년 전이잖아요. 지금 기준으론 올드하게 느껴집니다.” - 정영철
 

 

#FERRARI #LIMOUSINE #SEDAN #FOUR DOOR

페라리는 리무진을 만든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세단은 있다. 1980년 피닌파리나가 페라리 400GT의 섀시를 기반으로 제작한 콘셉트카 ‘피닌(Pinin)’이다. 획기적인 모델이었지만 양산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AI가 피닌의 이미지를 차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닮은 점은 하나 있다. A필러를 차체와 다르게 검은색으로 처리해 앞 유리창이 옆 유리창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는 최신 모델인 SF90이나 296 GTB에서도 동일하게 쓰이는 요소로 ‘모놀리식(Monolithic)’ 디자인이라 불린다. 촘촘한 형태의 프런트 그릴은 데이토나 SP3와 푸로산게를 떠올리게 한다. 자세히 보면 엠블럼 하단의 범퍼가 끊어져 있는데 아마 공기역학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페라리가 적용하고 있는 ‘티 트레이(Tea tray)’와 같은 장치를 표현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 손잡이는 둘째치고 사이드미러가 아예 없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페라리가 보면 기절할 것 같은데요? 휠베이스가 지나치게 길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어색해요. 다른 회사 차라고 해도 될 정도로 페라리의 느낌이 잘 느껴지질 않아요.” - 리차드 여
“문이 어떻게 열리는지 궁금한 디자인이네요. 테슬라 로드스터의 세단 버전 같기도 하고요. 뜬금없이 뒷문에 공기흡입구가 뚫려 있는 것도 혼란스럽고요.” - 정영철





WHO’S THE RECOMMENDER?
리차드 여는 스바루, 혼다, 폭스바겐을 거쳐 지금은 볼보에서 현직 디자이너로 있다. 
정영철은 ACCD 졸업 후 디지털 모델러, 자동차 에디터를 거쳐 자동차 전문 기획 에이전시 에레보의 대표로 있다.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 미드저니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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