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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1®의 공식타임키퍼로 돌아온 태그호이어

포뮬러 1®의 시간을 잰다는 것.

프로필 by 임건 2025.04.29

태그호이어가 포뮬러 1®의 공식 타임키퍼로 돌아왔다. 75년 포뮬러 1® 역사상 태그호이어만이 유일하게 두 번이나 타임키퍼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포뮬러 1® 타임키퍼 타이틀이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하려면 포뮬러 1®의 인기를 먼저 알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9000만 명 이상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한 스포츠로 2024 시즌에는 전 세계 15억 명이 경기를 시청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포뮬러 1® 드라이버인 막스 베르스타펜은 2024년 8100만 달러(약 1200억원)의 총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 세계 운동선수를 통틀어 17위의 기록이다. 국내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여러 산업이 얽힌 거대한 스포츠다.

태그호이어는 1911년 자동차 대시보드에 장착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를 최초로 선보였다. 그리고 5년 후에는 1/100초 단위 측정이 가능한 최초의 스톱워치 ‘마이크로그래프’를 출시하며 정밀 시간 측정의 표준을 마련한다. 1950년대 포뮬러 1® 개최 초기에는 손목에 착용하는 크로노그래프를 제작한다. 그런 선구적인 업적에 힘입어 포뮬러 1® 역사에서 거대한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 1969년 잭 호이어는 스위스 출신의 드라이버 조 시페르트를 후원한다. 이 파트너십으로 시페르트는 1969년 시즌 동안 로브 워커 로터스 49B 경주 차량에 호이어 로고를 달고, 그의 레이싱 슈트에는 호이어 실드를 부착했다. 또 그는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칼리버 11이 탑재된 화이트 다이얼의 오타비아(Ref. 1163)를 착용하며 브랜드를 홍보했다. 이는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가 아닌 시계 제조사가 포뮬러 1® 드라이버를 후원한 최초의 사례로 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또 조헨 린트 일화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70년 포뮬러 1® 시즌 중 이탈리아 그랑프리 예선에서 사고로 사망했음에도 그해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선두를 유지하여 포뮬러 1® 역사상 유일한 사후 월드 챔피언이 되었다. 그가 레이싱 커리어 동안 호이어의 오타비아 시계를 착용한 것이 알려지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태그호이어는 2016년부터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 팀을 후원하고 있다. 특히 팀의 간판 드라이버인 막스 베르스타펜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포뮬러 1®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 팀은 2022년과 2023년에 월드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태그호이어는 이제 특정 팀의 스폰서이자 포뮬러 1®의 공식 타임키퍼가 되었다. 이건 포뮬러 1® 역사를 통틀어 유례 없는 기록이다. 태그호이어의 CEO 앙투앙 팡은 이렇게 설명한다. “포뮬러 1®은 정신적 회복력, 신체적 강인함, 전략, 혁신, 퍼포먼스로 정의된다. 태그호이어가 공식 타임키퍼로서 포뮬러 1®의 중심에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포뮬러 1®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만든 수십 년의 역사로 우리는 승자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인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들었다. 이 놀라운 유산 위에서 태그호이어는 또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써갈 거다”. 태그호이어의 향후 행보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막스 베르스타펜. 포뮬러 1® 오스트레일리아 그랑프리 곳곳에 전시된 태그호이어 모나코 시계. 모나코 그랑프리 최초의 타이틀 파트너가 된 태그호이어. 포뮬러 1® 오스트레일리아 그랑프리를 찾은 덱스.

Interview with MAX VERSTAPPEN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스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 건 매우 어렵지만 첫 포뮬러 1® 레이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첫 승리’ ‘첫 챔피언십’ 같은 최초의 기억들이 어쩔 수 없이 가장 선명하다.

그럼 레이스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사실 매년 각기 다른 도전들이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힘들었는가보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어떤 교훈을 얻고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최초가 선명하다고 해서 말인데, 인생 첫 시계는 무엇이었나?

13~14세 무렵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시계. 태그호이어 제품이 아니라 이 자리에서 말하긴 그렇다. (웃음)

평소 어떤 시계를 차나?

오늘 찬 건 모나코 컬렉션이다. 그중에서도 커스텀으로 제작된 모나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다. 이 모델을 가장 좋아하고 자주 착용한다. 꼭 스플릿 세컨드 모델이 아니라도 모나코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좋아한다. 언젠가 태그호이어 공장을 방문해 그 제작 과정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인상 깊었다.

지난 시즌 드라이버 챔피언에 올랐지만 팀은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을 아쉽게 놓쳤다. 올 시즌 경기에 임하는 전략이 있나?

목표는 컨스트럭터스 타이틀을 되찾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드라이버 챔피언도 목표로 한다. 쉽진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어 도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이르지만 모든 팀이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와본 적 있나?

안타깝게도 없지만 언젠가는 꼭 방문해보고 싶다. 레이싱을 계기로 방문할 수 있다면 좋겠고 아니더라도 꼭 여행하고 싶은 나라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한국 포뮬러 1® 팬들을 위해서라도 언젠가 한국에서 다시 레이스가 열리기를 바란다.


TAG HEUER MONACO CALIBRE 11 CHRONOGRAPH

1969년 론칭한 호이어 모나코는 스위스 워치메이킹 역사 최초의 사각 방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워치다. 잭 호이어가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이름을 따온 이 아이코닉한 시계는 대범한 사각형 케이스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거기에 블루와 레드를 과감하게 활용한, 전에 없던 혁신적인 디자인. 또 시계 내부에 탑재된 크로노매틱 칼리버 11은 워치메이킹 역사상 처음으로 판매된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다. 모나코가 널리 알려진 건 스티브 맥퀸의 공이 크다. 영화 <르망(Le Mans)>의 주인공이었던 스티브 맥퀸이 촬영 내내 모나코 시계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한 <르망>의 열기는 ‘맥퀸 모나코(1133B 모델)’의 인기를 견인해 컬렉터들 사이에서 가장 소장하고 싶은 워치로 등극했다. 태그호이어는 이 전설적인 모델을 복원했다. 39mm 사이즈의 케이스, 왼쪽에 위치한 크라운, 전설적인 페트롤리움 블루 다이얼과 두 개의 화이트 카운터, 6시 방향 날짜창, 빈티지 ‘Heuer’ 로고 각인, 칼리버 11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와 100m 방수 기능은 모두 오리지널 모나코의 유산이다. 2시와 4시 방향에 위치한 두 개의 푸시 버튼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디자인했고, 러그는 크기를 키웠다.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케이스백을 제작해 칼리버의 모든 움직임을 볼 수 있게 업데이트한 점이 눈에 띈다.


TAG HEUER MONACO CHRONOGRAPH SKELETON PINK

태그호이어는 모나코라는 모터스포츠의 상징적인 유산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혁신적인 신모델을 계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모나코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핑크 모델이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에서 착안한 이 시계는 블랙 DLC 코팅 처리한 티타늄 케이스와 3시, 9시 방향의 핑크 카운터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인덱스와 초침에도 핑크를 활용해 시인성도 매우 뛰어나다. 태그호이어의 시그너처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TH20-00의 움직임은 스켈레톤 다이얼에서 볼 수 있다. 3시 방향에는 30분 카운터, 6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드 및 날짜창, 9시 방향에는 시간 카운터를 배치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에서는 12시 방향의 칼럼 휠과 조형적인 로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스켈레톤 다이얼에 다양한 요소를 사용했지만 균형 잡힌 배치 덕에 꽤나 조화로운 인상이다. 스트랩은 엠보싱 처리한 카프스킨과 러버 소재를 섞어 제작했다. 케이스 지름은 39mm, 러그투러그는 47.4mm, 두께는 15.2mm.


Interview with TAG Heuer CEO/ ANTOINE PIN

커리어를 시작한 브랜드에 CEO로 돌아왔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마치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 잘 아는 곳이라 편안한 동시에 책임감도 막중하다. 처음 태그호이어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는 거의 제로 상태였다. 이후 다양한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와 프레데릭 아르노와 브랜드의 명성을 끌어올리는 여정을 함께했다. 이제는 그가 이뤄 놓은 기반 위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내야 한다. 다행인 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워치메이킹 등 전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간 차이는 결국 사람에서 비롯된다.

태그호이어 부임 전 불가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두 브랜드 운영은 많이 다른가?

같은 럭셔리 워치 업계지만 세그먼트, 수량, 가격 포지션, 브랜드 표현 방식까지 모두 다르다. 만약 ‘거기서 거기’라고 접근하면 낭패를 볼 것이다. 수량의 차이만으로도 제품 개발이나 리드 타임(부품을 주문한 시점부터 실제로 납품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준다. 반면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해도 과거의 경험이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유사점과 차이점을 정교하게 구분하는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늘 경각심을 가지고 불가리에서 했던 방식과 연결되어 있는지, 혹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태그호이어 CEO로 부임한 이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팀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고객의 시선에서 태그호이어를 특별하게 여기는 요소가 무엇인지, 브랜드 정체성이 무엇인지 팀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일일이 역할을 지정하지 않아도 방향만 명확하면 각자 알아서 위치를 찾기 때문이다.

태그호이어가 포뮬러 1® 타임키퍼를 맡으며 브랜드나 경기에서 달라지는 게 있다면?

포뮬러 1®에서 공식 타임키퍼가 되는 건 브랜드의 위상이자 품격이다. 태그호이어는 유일하게 두 번이나 타임키퍼를 맡았다. 이번 파트너십이 끝날 즈음이면 총 20년 이상을 포뮬러 1® 타임키핑을 책임지는 거다. 또 이번 파트너십은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선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포뮬러 1®이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글로벌 스포츠로 도약하는 여정을 함께할 것이다. 감정, 기술, 긴장감이 교차하는 드라마인 포뮬러 1®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 팀 소속 막스 베르스타펜을 보면 최근 모나코를 자주 착용한다. 팀 스폰서인 태그호이어의 마케팅 일환인가?

그는 태그호이어의 거의 모든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촬영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착용하는 시계는 전적으로 그의 선택이다.

레이싱과 워치메이킹의 공통점은?

조화다. 레이싱은 드라이버와 머신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스포츠다. 인간 신체를 기계로 확장하는 개념인데 이는 워치메이킹도 마찬가지다. 워치메이커의 손과 도구, 기술은 정확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 숙련도가 품질을 좌우한다.

신형 태그호이어 포뮬러 1 크로노그래프의 디자인을 설명해준다면?

디자이너가 포뮬러 1®에서 착안한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시계에 반영했다. 케이스, 다이얼, 인덱스 모두 레이싱카의 노즈(전면부) 부분에서 힌트를 얻었고 결과적으로 쿠션형 모양이 됐다. 또 쿼츠를 사용한 기존 모델에 기계식 무브먼트를 이식해 디자인과 성능도 전체적으로 달라졌다.

TH20-00 같은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도입할 계획도 있나?

새로운 무브먼트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TH20-00은 아니다. 포뮬러 1에 현대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포뮬러 1뿐 아니라 실버스톤, 몬자 같은 헤리지티 모델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시계 애호가가 많다.

우리 아카이브에는 정말 뛰어난 헤리티지가 많다. 실버스톤, 몬자, 까레라, 링크, S/EL, 오타비아 등 아이코닉한 모델들이 있지만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 어떤 모델을 선보일지 매우 까다롭게 접근하고 있고 설령 복각한다고 해도 단순 복제품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디자인이 될 것이다. 당분간은 포뮬러 1 컬렉션에 집중할 계획이다.

요즘 즐겨 차는 시계는?

모나코와 포뮬러 1. 그리고 아쿠아레이서.

시계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다음 트렌드를 예상하면?

강력하고 분명한 브랜드 메시지를 가진 시계들이 주목받을 것이다. 독립 시계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뚜렷한 철학과 자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고유의 정체성에 집중할 것이며 우리가 절대 하지 않을 것과 할 것을 분명히 구분할 거다. 명확한 개성과 강렬한 표현이 중요한 시대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않아도 괜찮다.

한국 시계 시장을 어떻게 보나?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다.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고, 고품질에 대한 감각과 기술, 디자인의 진보에 대한 기대가 공존한다. 일본과 유사하게 정밀도에 대한 이해가 깊지만 더 현대적이고 다이내믹한 특성을 지닌 시장이다. 그래서 태그호이어와 잘 맞는다. →

Credit

  • PHOTO 태그호이어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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