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듀유 노 폴스타?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었을 땐 북극성(Pole Star)을 보고 길을 잡는다.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폴스타를 쫓으면 된다. 그들이 제시하는 길이 곧 미래 전기차 시장의 흐름일 테니까.

프로필 by 박호준 2022.08.29
 
선택 가능한 옵션이 늘어난 업데이트된 폴스타 2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350kg이나 줄였다고 전해진다.

선택 가능한 옵션이 늘어난 업데이트된 폴스타 2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350kg이나 줄였다고 전해진다.

 
도로 위에 부쩍 보이기 시작한 차가 하나 있다. 스웨덴의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가 내놓은 폴스타 2다. 지난 1월 출시됐는데 1주일 만에 4000대의 사전 계약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내에 첫발을 내딛은 신생 브랜드인 폴스타에 이토록 많은 관심이 쏠린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인기 비결은 크게 3가지다. 디자인과 안전 그리고 편의성이다. 폴스타는 단순한 선과 면을 이용해 미니멀한 형태를 추구하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베이스로 한다. 여기에 조미료처럼 고성능 퍼포먼스 브랜드의 맛을 살짝 더했다. 휠 사이로 힐끗 보이는 노란색의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나 날렵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같은 것들 말이다. 최고 408마력을 뿜어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7초 만에 도달하는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로앤캡(Euro NCAP)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서 전기차 부문 최고 평점을 받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볼보와 같은 맥락이다. 편의성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가리킨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는 자사 내비게이션 대신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미러링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폴스타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TMAP과 협업해 국내 도로 사정과 전기차 운전자에 특화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해 폴스타 2에 탑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여느 수입차 운전자와 달리 폴스타 2 오너는 휴대폰 거치대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CEO는 짧은 기간 내에 브랜드의 존재감을 높였다.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CEO는 짧은 기간 내에 브랜드의 존재감을 높였다.

 
폴스타의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웨덴의 레이싱 리그엔 얀 플라시 닐손(Jan Flash Nilsson)이라는 레이서가 있었다. 그는 볼보 차량을 튜닝해 레이싱에 참가했으며 스웨덴 투어링 카 챔피언십에서 두 번이나 시즌 챔피언을 차지한 인물이다. 이후 포뮬러에 진출하기도 했다. 카레이서로 활약하던 그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플라시 엔지니어링(Flash Engineering)’이란 모터스포츠 팀을 만들었다. 폴스타의 원류로 불리는 플라시 엔지니어링은 고성능 패키지 등의 개발에 주력했고 스웨덴을 넘어 유럽 모터스포츠 시장까지 진출한다. 2005년 회사 소유주가 바뀌면서 회사 이름을 ‘폴스타 레이싱(Polestar Racing)’으로 바꿨다. 같은 스웨덴 브랜드로서 폴스타 레이싱의 행보를 지켜보던 볼보는 2009년 폴스타 레이싱을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한다. 기존 모터스포츠 분야는 ‘폴스타 레이싱’이 맡되 볼보의 고성능 차량 개발을 전담하는 ‘폴스타 퍼포먼스’를 신설해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던 볼보는 2015년, 아예 폴스타를 인수하기로 결정한다. 폴스타를 BMW의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와 같은 고성능 브랜드를 만들 계획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며 성장하던 폴스타는 2017년, 결국 볼보에서 독립한다. 독자적인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브랜드 출범과 변혁을 이끈 이가 바로 현재 폴스타 CEO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다. 볼보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이었던 그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그룹 디자인센터 총괄을 거쳐 2012년 볼보에 입사했다. 볼보 합류 후 201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 쿠페(Concept coupe)’를 선보였는데, 매끈한 쿠페 비율의 차체에 카본을 대폭 적용했으며, 최고 출력 600마력을 뿜어내는 성능을 품은 차였다. 기존 볼보의 이미지를 탈피한 긴 보닛과 짧은 오버행, 낮은 루프가 만들어내는 ‘스포츠카스러운’ 차체 비율을 통해 ‘볼보가 달라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폴스타가 독자 브랜드로 독립한 2017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단연 전기차였다. LA를 기반으로 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일반 운전자에게 전기차라는 새로운 옵션을 제시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폴스타는 2017년 10월, 볼보와 지리홀딩스를 공동 투자자로 하는 전기차에 중점을 둔 독립 브랜드로 출범했다. 볼보 산하에 있던 폴스타와 전혀 다른 성격의 브랜드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독립적인 브랜드의 시작과 함께 선보인 첫 모델 ‘폴스타 1’은 과거 토마스 잉엔라트가 제시했던 콘셉트 쿠페의 디자인을 적용한 모델이다. 양산 모델에 적용되는 여러 안전 규제 때문에 겉모습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폴스타 1은 쿠페형 2도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스포츠카에 가깝다. 2019년 첫선을 보인 후 매년 500대씩 총 1500대만 한정 생산되다가 2021년 공식적으로 단종된 이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은 전기차를 지향하는 폴스타 라인업에서 내연기관이 적용된 처음이자 마지막 차다. 폴스타 1이 기존 볼보 모델의 디자인과 감성적인 부분을 계승했다면, 폴스타2는 온전히 폴스타의 방향성을 제시한 모델이다.
 
폴스타 1의 영감이 된 콘셉트 쿠페다. 세단보단 스포츠카에 가깝다.

폴스타 1의 영감이 된 콘셉트 쿠페다. 세단보단 스포츠카에 가깝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폭우가 발생하는 지금,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다. 폴스타는 브랜드를 출범할 때부터 지속가능성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그 예로 초소형 나무 집 코야(KOJA)를 들 수 있다.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숲속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설계된 코야는 숲속 오두막 같은 형태다. 당연히 친환경 소재만 사용했다. 또한 스웨덴 하이엔드 자전거 제조 기업 알레바이크와 협업한 ‘알레바이크 알파 폴스타 에디션’도 있다. 폴스타에 들어가는 올린즈 댐퍼를 장착한 알레바이크는 가벼운 무게와 뛰어난 디자인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폴스타 2와 마찬가지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이동수단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토마스 잉엔라트가 “지속가능성은 디자인, 기술과 마찬가지로 폴스타가 초점을 둔 핵심 가치이며 (폴스타가 지향하는) 순수하고 진보적인 미래에 대한 노력이므로 중요도가 매우 높다”고 말한 이유다.
 
코야는 거대한 리조트를 짓지 않아도 숲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친환경 오두막이다.

코야는 거대한 리조트를 짓지 않아도 숲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친환경 오두막이다.

 
폴스타가 선택할 수 있었던 쉬운 길은 이미 잘 구축된 모기업 브랜드인 볼보의 브랜드 가치와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브랜드 독립과 함께 단절을 택했다. 닮은 점을 굳이 찾는다면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안전에 집착하는 태도다. 볼보라는 훌륭한 자양분을 토대로 폴스타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 오두막 등 여러 디자인 협업을 통해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판매 방식에서도 기존 오프라인 매장 및 딜러 중심의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메인 채널로 활용한다. 거점 도시에 위치한 쇼룸은 판매보다는 브랜드 경험을 위한 공간의 성격이 강하다. 전통적인 자동차산업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자 노력하는 브랜드의 관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를 넘어 가이딩 스타가 되려 합니다.” 함종성 폴스타 코리아 대표이사의 말이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8월 16일 상품성을 강화한 폴스타 2가 새로 등장했다. 소소한 디자인 변화와 편의사양이 추가된 것 외에도 생산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1대당 1350kg이나 줄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레이싱 무대에서 태어났지만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는 자동차 시장의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질주하는 폴스타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 폴스타
  • ART DESIGNER 김동희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