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쓰겠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처음으로 다작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뭔가를 쓰고 있다. 그는 쓰면서 깨달았다. 결국 쓰는 것은 나와 내가 아는 것의 문제라는 사실을.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스켈레톤 워치, 왼손 중지에 낀 화이트 골드 LOVE 링, 오른 손목에 레이어링한 화이트 골드와 핑크 골드 LOVE 브레이슬릿, 오른속 약지의 핑크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링 모두 까르띠에. 재킷 렉토.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가 그 문제의 부채를 들고 왔어요. 너무 궁금했어요. 2년 전 인터뷰했던 날, 주차장에서 왜 제 차 창문을 두드리며 부채를 주고 떠나셨는지요.
그 부채를 아직도 갖고 계세요? 어떻게 생겼어요? 아, 이거였구나. <나의 해방일지> 이후에 첫 화보였죠. 그냥 반가워서 드렸던 것 같아요. 제가 워낙 뭘 많이 줘요.
할머니들이 집에 돌아가려는 손님이 있으면 ‘가만있어봐라. 맨손으로 보낼 순 없고 뭘 주나’ 하는 그런 마음인가요?
비슷해요. 한국인의 정? 인사하면서 뭔가를 줘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마음인 거죠.
오늘 까르띠에와의 촬영은 어땠나요?
좋았죠. 제가 진심으로 산토스를 좋아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아름다운 워치 시리즈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프랑스의 유명한 비행기 조종사인 알베르 산토스 뒤몽이 비행 중에 위험하게 포켓 워치를 꺼내 보지 않을 수 있도록 고안한 까르띠에의 첫 손목시계라는 점도 좋았어요.

옐로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오른손 약지에 낀 옐로 골드 라지 LOVE 링,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모두 까르띠에. 재킷, 셔츠, 팬츠 모두 버버리.
그날 인터뷰에서 다작을 얘기했어요. 그 뒤로도 여러 인터뷰에서 다작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요. 쭉 살펴보면 정말 그 뒤로 미친 듯이 페이스를 달렸더군요.
힘들어요. 그날 우리가 만나서 얘기하고 난 뒤로 거의 2년 반을 정말 쉴 틈 없이 작업했다고 보면 맞을 거예요. 이제야, 지금부터 한 서너 달 쉬게 됐어요.
안 그래도 저도 ‘이제 좀 쉴 때가 된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어요. 브레이크를 밟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액셀에서는 발을 떼야 하지 않을까’라고요.
맞아요. 연기도 창작의 일종이잖아요. 그래서 작품을 하나 하고 그다음 작품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을 좀 둬야 하더라고요. 제가 그걸 전혀 몰랐어요. 요령이 없었던 거죠. 심지어 쉬기는커녕 두 작품을 한 달 정도 겹쳐서 촬영하기도 했으니까요. 제작사에 제가 먼저 겹쳐서 촬영하자고 얘기한 적도 있어요. 내가 쉬고 싶은 기간을 딱 정해두고 지켜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처럼 한 3년은 못 쉬고 계속 찍게 되더라고요. <D.P.>(시즌 2)랑 <카지노>랑, <살인자ㅇ난감> 세 작품을 동시에 찍었으니까요.
아이고….
그렇게 하더라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거죠. 스스로가요. 캐릭터들 외형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세 캐릭터를 차별성을 두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계산에 넣지 못한 게 있어요. 바로 체력이었어요.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죠. 보통의 회사원도 9시에 출근하고 6시 넘어서 야근하다 퇴근하는데, 새벽 무슨 체력이 달리냐고요. 조금 다른 게 그 당시에는 5시나 6시에 일어나서 촬영장에 갔다가 들어와서 씻고 잘 준비를 하고 누우면 밤 11시나 12시더라고요. 하루에 4~5시간을 자게 되는 거죠. 촬영이 없는 날은 실은 더 바빠요. 화보도 찍고, 광고도 찍고, 미팅도 하고, 사전 대본 회의도 하고.
그 뒤로도 찍어둔 작품이 두 개나 더 있잖아요. 그 작품들 찍으면서 한계를 느꼈군요.
<나인 퍼즐>을 촬영하면서도 육체적으로 부침이 좀 있었는데 끝나자마자 바로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들어갔거든요. 늘 그런 식으로 곧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다 보니, 어떤 해에는 세 작품에 출연을 하게 되더라고요.

블랙 래커 마감이 돋보이는 산토스 뒤몽 워치, 왼손 검지에 낀 화이트 골드와 블랙 세라믹 소재의 미디엄 트리니티 링, 왼손 약지에 낀 화이트 골드 클래쉬 드 까르띠에 링, 트리니티 네크리스 모두 까르띠에. 재킷 노드비메이드.
정말 큰일 나요. 다른 건 몰라도 잠을 그렇게 계속 적게 자면 사고 나요. 사람이 수면이 모자라면 성격도 바뀌고, 심혈관계에도 심각한 이상이 오더라고요.
그렇더라고요. 몸이 안 좋아지는 게 피부로 느껴지더라고요. 이제 진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정말 큰 각오를 하고 이제 좀 쉬게 된 거예요. 최근에 여행도 좀 다녀오고 그랬더니 확실히 낯빛이 돌아오더라고요.
어디로 다녀왔어요.
일 때문에 싱가포르에 가는 김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열흘 정도 지냈어요.
뭘 하면서요?
싱가포르 시내에서 하루에 8~10km를 매일 걸었어요. 싱가포르 시내가 그렇게 크지 않잖아요. 그래서 아침에 갔던 데를 저녁에 또 가기도 하고, 사람들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와서인지 거리 공연을 하는 예술인들이 많아서 그걸 하염없이 보기도 하고, 푸드코트에 가서 혼자 밥을 먹었어요. 그게 힐링이 되더라고요. 몸도, 낯빛도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제가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다녀와서 여행을 좋아하게 됐어요. 정말 나를 되찾는 시간이었죠. 제가 노는 걸 그닥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래서인지 휴식의 필요성을 잘 못 느꼈는데, 이번에 알았어요. 쉬는 것과 노는 것은 정말 다르다는 사실을요. 뇌를 멈춰야 하더라고요.

앤트러사이트 그레이 다이얼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듀얼 타임 워치, 왼손 중지에 낀 화이트 골드 LOVE 러브 링, 왼손 약지에 낀 다이아몬드 세팅의 화이트 골드 LOVE 링, 오른손 약지에 낀 화이트 골드 LOVE 라지 링 모두 까르띠에. 코트, 재킷, 셔츠, 팬츠 모두 테일러블.
배우들은 일상에서 감정의 라이브러리를 쌓기 위해서도 휴식기가 필요하지요. 그래야 다음 작품을 할 때 쏙쏙 뽑아서 일상의 감정들을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요. 감정도 그렇거니와 일단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사고들로 채워져 있어야 하는데, 그 당시의 저는 사고의 우물이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서 그 밑바닥을 어떻게든 긁어서 긷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1인 제작사도 세웠어요.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걸로 알고 있고요. 뭔가를 만들려면 지금처럼 여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아요.
맞아요. 작가분들하고 얘기하다 보면,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내가 좋은 소재를 찾고, 그것에 대해 뭔가를 써보려 해도 ‘내가 그것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면 안 써진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왜 그 소재를 쓰고 싶은가, 그 얘기를 자기 자신과 먼저 해봐야 한다는 뜻 같아요. 오래전에 <언프레임드>라는 옴니버스 작품에서 <재방송>이라는 단편영화를 찍은 적이 있어요.
엇! 알아요. 제가 정말 감동하며 본 작품이에요.
그 작품의 각본과 연출을 제가 맡았는데, 진짜 한 3개월을 썼는데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이미 답이 안 나온 채로 시작을 한 영화이긴 한데, 실은 그 작품 전에도 다른 단편 하나를 포기한 적이 있었거든요. 또 포기하기는 죽기보다 싫었던 거죠. 촬영날은 다가오는데, 각본은 안 써지고 우울 증세가 정말 심하게 왔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그때는 <최고의 이혼> 문정민 작가님이 제 곁에 계셨어요. 작가님이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석구 씨, 대본 쓸 생각은 접어두고 내가 왜 이 얘기를 단편영화로 만들고 싶어 하는지를 써봐요”라고요. 그래서 한참 동안 제가 왜 그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를 썼어요. 쓰면서 어느 순간에는 제 자신이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그걸 완성해서 작가님께 보냈어요. 그랬더니 작가님께서 “이제 될 것 같아요. 이제는 이 작품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라고 해주시더라고요. 물론 제가 쓴 대본에서 거의 환골탈태 수준의 편집으로 완성된 작품이긴 합니다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 뭔가를 쓸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옐로 골드 케이스와 그레이 앨리게이터 레더 스트랩을 매치한 산토스 뒤몽 워치, 화이트 골드 LOVE 브레이슬릿, 오른손 중지에 낀 화이트 골드 LOVE 링, 왼손 약지에 낀 화이트 골드와 블랙 세라믹의 미디엄 트리니티 링, 왼손 약지에 낀 화이트 골드 클래쉬 드 까르띠에 링 모두 까르띠에. 셔츠 로리앳. 슈즈 아미리. 팬츠,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떤 지점에서 울컥했어요?
30대 초반의 제 자신이 생각나고 그때의 정서가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 경험을 하고 나자 뭔가가 손에 잡히는 듯했고, ‘이건 내가 만들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승전결도 제대로 안 잡힌 시나리오였지만, 그게 담은 정서, 아니 담을 수 있는 정서만은 표현하고 전달해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하고 싶은 건 많고, 혈기는 넘치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조금은 소심한 울분이 그 영화에 표현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인터뷰에서 ‘결국 표현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이라고 하신 거군요.
그렇죠.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면, 그때 한 얘기는 어떤 작가가 농사짓는 얘기를 쓰든, 우주여행에 관한 얘기를 쓰든, 망망대해에서 낚시하는 얘기를 쓰든 간에 결국 그 작품에서 표현되는 주제와 정서는 ‘내가 아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제 주변의 작가 친구들을 보면 다들 아이디어도 좋고, 플롯도 좋고 다 좋아요. 그런데 어떤 작품은 알맹이가 없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최근에도 쓰시는군요.
그럼요. 물론 잘 안 써져서 갑갑하긴 하지만요.

옐로 골드 케이스와 블루 앨리게이터 레더 스트랩의 산토스 뒤몽 워치, 오른손 검지의 라지 트리니티 링, 왼손 약지에 레이어링한 미디엄 트리니티 쿠션 셰이프 링과 라지 트리니티 쿠션 셰이프 링 모두 까르띠에. 셔츠 노드비메이드.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
- FEATURES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신선혜
- STYLIST 이영표
- HAIR 공탄
- MAKEUP 설희
- NAIL 임미성
- ASSISTANT 송정현/남가연
- ART DESIGNER 김대섭
CELEBRITY
#리노, #이진욱, #정채연, #박보검, #추영우, #아이딧, #비아이, #키스오브라이프, #나띠, #하늘, #옥택연, #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