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세계 곳곳에 우뚝 선 시계탑

기록적인 시간이 흐르고 있다.

프로필 by 이하민 2024.11.15

시테 궁전 시계탑 (TOUR DE I’HORLOGE DU PALAIS DE LA CITE)

세계에서 오래된 공공 시계 중 하나가 프랑스 파리에 있다. 바로 시테 궁전 북동쪽 탑에 있는 시계다. 로렌 지방의 엔지니어 앙리 드 빅(Henri de Vic)이 설계했다고 알려진 이 시계는 1370년 샤를 5세의 의뢰로 제작된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교회의 종소리로 시간을 파악했기 때문에, 시테 궁전의 괘종시계는 왕의 권위를 알리는 도구로도 작용했다. 시계는 탑 꼭대기가 아닌 아래쪽에 위치해 있으며, 양옆에는 법과 정의를 상징하는 동상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지난 2012년엔 장장 18개월간의 대대적인 복원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되찾았다.



프라하 천문 시계 (PRAGUE ASTRONOMICAL CLOCK)

1410년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 세워진 천문 시계. 체코어로는 프라시스키 오를로이(Pražský orloj)로 불린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천문 시계이며 지금까지 작동하는 것 중에선 가장 오래됐다. 이 시계는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태양과 달의 위치를 알리는 천문 다이얼, 두 번째는 그림 시계판이다. 천문 다이얼은 천문학을 이해하는 귀족과 지식인만 볼 수 있었던 반면, 별자리와 농경 단계가 그려진 그림 시계판은 글을 모르는 농부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지막은 매시 정각마다 ‘사도들의 행진’을 주제로 움직이는 인형 조각상이다. 시계 위 작은 창문 너머로 인형들이 돌아가며 움직인다.


빅 벤 (BIG BEN)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북쪽에 있는 시계 종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탑이자 가장 큰 자명종이 달린 시계이기도 하다. ‘빅 벤’이라는 이름은 건설책임자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며 201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며 ‘엘리자베스 타워’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 됐다. 오거스투스 찰스 푸긴(Augustus Charles Pugin)이 설계한 고딕 양식의 탑은 1859년 완공됐고, 시계는 에드문드 베켓 데니슨(Edmund Beckett Denison)과 조지 에어리(George Airy)가 제작했다. 312개 유리 조각으로 완성한 지름 7m의 다이얼, 길이 4.2m의 분침이 위용을 드러낸다. 타워의 사면을 둘러싼 네 개의 시계는 오늘도 든든하게 런던을 지키고 있다.


코스모 클락 21 (COSMO CLOCK 21)

일본 요코하마의 대표 명소 코스모 클락 21 관람차. 시계가 달린 관람차 중 가장 크다. 1989년 계획도시 미나토미라이 21에서 열린 YES’ 89 요코하마 박람회를 위해 제작됐으며 한가운데엔 거대하고 선명한 전자시계가 자리하고 있다. 처음 완공되었을 때의 높이는 107.5m였고, 1997년 재건축을 거쳐 112.5m까지 높아졌다. 재건축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관람차이기도 했다. 100만 개의 LED 전구로 치장된 코스모 클락 21은 15분에 한 바퀴씩 회전하며 오후 5시와 6시, 7시에 5분간 화려한 루미네이션 쇼를 펼친다.


필라델피아 시청사 (PHILADELPHIA CITY HALL)

존 맥아서 주니어(John McArthur Jr.)가 설계한 필라델피아 시청사는 30년의 공사를 거쳐 1901년 완공됐다.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예산이었던 2400만 달러가 투입됐으며 오로지 벽돌만을 사용했다. 건물 중앙에는 167m의 시계탑이 우뚝 솟아 있는데, 완공됐을 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계탑이기도 했다. 한동안은 멀리서 정확하게 시간을 읽을 수 없던 시민들을 위해 매일 밤 8시 57분 불을 껐다 9시에 다시 켜는 독특한 방식으로 시간을 알렸다. 시계탑 위로는 3톤에 달하는 청동 독수리를 배치했고, 꼭대기엔 펜실베이니아를 개척한 윌리엄 펜(William Penn)의 동상을 늠름하게 세워두었다.


마카 클락 로열 타워 (MAKKAH CLOCK ROYAL TOWER)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있는 마카 클락 로열 타워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계탑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일곱 동의 고층 빌딩이 군집해 있는 거대한 단지 가운데서도 독보적으로 높은 건물. 높이는 무려 601m에 달한다. 시계 다이얼의 지름은 40m, 시침은 17m, 분침은 22m이며 시계판에는 200만 개가 넘는 LED가 설치되어 있다. 그 위로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이 조각되어 있고 밤이 되면 시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기 컬러인 녹색으로 빛난다. 압도적인 크기와 높이, 밝기 때문에 10마일 밖에서도 시간을 읽을 수 있다고.


짐머 타워 (Zimmer Tower)

천문학자이자 시계 제작자 루이스 짐머(Louis Zimmer)가 벨기에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1930년 자신의 고향 리르(Lier)에 선물한 천문 시계. 시계가 있던 탑은 1425년 이전에 지어졌고, 시계를 달기 위해 탑의 상당 부분을 재건축해야 했다. 이후 거의 다시 태어난 시계탑은 루이스 짐머의 이름을 따 짐머 타워라는 명칭을 얻었다.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시계는 일반적인 시간을 나타내는 중앙 다이얼과 그 주변을 둘러싼 열두 개의 다이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다이얼은 달의 위상, 메톤 주기, 시간 방정식, 별자리, 태양 주기, 조수, 계절, 요일, 날짜, 세계지도 등을 보여준다. 독특하고 정교한 형태 덕분에 20세기의 여러 인상적인 시계 중 하나로 남아 있다.

Credit

  • EDITOR 이하민
  • ASSISTANT 이유나
  • PHOTO 게티 이미지스 코리아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