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퍼블릭 워치

서울의 시간을 굳건히 지켜온 공공 시계. 여전히 우리는 같은 시계 아래서 시간을 공유한다.

프로필 by ESQUIRE 2023.09.16
 
 
서울대학교병원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 건물 꼭대기에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탑이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전신이자 대한민국 사적 제248호인 대한의원은 고종 황제의 칙령으로 1907년 설립됐는데 당시에는 시계가 귀한 시절이었기에 병원 밖 시민에게도 시간을 공유하고자 시계탑을 설치했다. 1981년 전자식 시계로 교체된 적도 있지만 2014년 보관되어 있던 무브먼트를 복원해 다시 기계식 시계로 회귀했다. 영국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명동성당
시계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에는 종교 건축물에 설치된 종이 시보 역할을 했다. 기술이 차츰 발전하며 시계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1898년 서울 중심에 세워진 명동성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민중의 안식처였던 명동성당은 신앙 자유화,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곳. 종탑의 시계 또한 그 격동의 시기를 함께한 역사의 증인이다. 시계는 한동안 기능을 상실했다가 1971년 수리 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문화역서울284
일명 ‘파발마’. 서울역 외부 벽면에 설치된 지름 1.6m 대형 시계의 별칭이다. 파발마는 공무를 급히 전하는 사람이 타던 말을 뜻하는데 당시 철도는 사람들에게 새롭고 놀라운 이동수단이었고, 서울역 광장이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였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 상징적인 시계는 1925년 경성역에 설치된 이래 역무원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던 3개월을 제외하곤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대한민국의 표준 시계 역할을 한 대표적 근대 공공 시계다.
 
 
롯데월드
1990년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 놀이공원 롯데월드. 초대형 시계가 설치된 잠실 롯데월드 지상 입구 역시 오랜 시간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해왔다. 한때는 매시 정각마다 세계 각국 전통의상 차림의 인형들이 시계 아래 상자에서 문을 열고 나와 춤을 추기도 했다. 춤추는 인형들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시계만큼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잠실 주민과 롯데월드 이용객에게 시간을 알리는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고려대학교
시간표가 존재하는 학교에서도 시계의 역할은 중요하다. 고려대학교 문과대 서관 꼭대기에도 커다란 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높이 솟은 석조 건물 벽면에 검은색 바 형태로 설치되어 넓은 교정 어디에서든 학생들에게 시간을 알려준다. 1961년 당시 쌍용그룹 회장이었던 김성곤 교우가 기증한 것. 오전 9시엔 교가가, 정오엔 ‘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도서관 
서울광장 앞, 옛 서울시청사였던 서울도서관의 시계는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쳤다. 1975년 처음 시계가 설치되었을 때엔 전광판 형태의 디지털 시계였고, 2003년에는 스와치가 기증한 시계로 교체됐다. 이후 2012년부터 지금까지는 단청의 붉은색과 청자의 푸른빛이 어우러진 로만손 시계가 시간을 알리고 있다. 중요한 국가 행사나 응원, 집회 등 국민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면 어김없이 광장 시계 앞으로 모인다.
 
 
서울시의회
지난 8월 28일, 서울시의회 시계탑의 복원 제막식이 열렸다. 1935년 일제가 ‘부민관’이라는 문화시설로 지은 이곳은 해방 후 극장, 대한민국 국회, 세종문화회관 별관으로 사용됐으며 지금은 서울시의회로 쓰이고 있다. 당시 경성에서 가장 높은 46.6m 높이의 본관동 건물 3면에 설치된 시계는 공공시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75년 공사로 철거되었다가 시계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50여 년 만에 복원되었다.

Credit

  • EDITOR 김유진
  • PHOTOGRAPHER 최용준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