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나약한 도시남이 디펜더의 야성에 잡아먹힌 날
2024 올 뉴 디펜더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강원도 인제로 향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도시 남자의 야생성이 살짝 눈을 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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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올 뉴 디펜더 D300 X-다이나믹 HSE

지난 3월, JLR코리아가 내게 인도한 오프로드 차량은 2024 올 뉴 디펜더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디펜더 130의 디젤 모델 D300 X-다이내믹 HSE 모델이었다. 일단 최대 8인이 탑승 가능한 이 오프로더의 첫인상은 <피지컬 100>의 코리안 타노스 김민수 씨를 떠올리게 했다. 제원표를 보면 전장이 무려 5358mm, 전폭은 1996mm, 전고가 1970mm, 휠베이스는 3022mm에 달하고 공차중량은 2695kg이다. 한국인의 의식구조 속에서 ‘보통의 차량’을 상징하는 K5의 전장이 4950mm, 공차중량이 1495kg이니, 길이는 40cm가량 더 길고, 무게는 거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런데 막상 시승을 시작하고 안에 앉아 이 모델을 운전해보니 놀랍게도 반응성이 상상 이상으로 민첩하다. 반응성을 생각하면, 김민수 씨라기보다는 198cm의 키에 129kg의 몸무게로 1m가 넘게 뛰어오르는 NBA의 괴물 포워드 자이언 윌리엄슨을 떠올리게 했다. 반면 도로에서의 정숙성은 2024 올 뉴 디펜더의 외모에서 풍기는 야생성과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었다. 빠르게 시승을 시작하느라 미처 자동차 오디오에 연결 못 하고, 아이폰 스피커로 듣고 있던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의 피아노 음들이 전부 들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센터페시아의 파사드가 풍기는 건축적인 조형미다. 센터페시아의 모든 부분을 디스플레이로 뒤덮어버리고, 모든 버튼을 그 디스플레이 안에 전자식으로 구겨 넣는 최근 자동차들의 추세와는 달리, 디펜더는 ‘자동차’라면 우리가 응당 떠올리는 버튼들은 아날로그적인 형태(그러나 물론 전자적으로 작동하는)로 남겨뒀다. 그 덕에 운전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센터페시아의 전면부는 디스플레이가 점령한 미래적인 곡선 형태가 아니라, 과거를 계승하는 각지고 튼튼한, 가죽과 알루미늄의 단단하고 질긴 성질이 잘 드러나는 형태로 지어졌다. 특히 앞좌석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 카 빔은 차량의 철골 구조를 실내에 드러낸 것으로, 마치 잘 그은 동양화의 한 획처럼, 랜드로버라는 브랜드가 지닌 구성주의 디자인 철학의 상징으로 빛났다. 이러한 디자인은 JLR코리아가 LG전자와 함께 만든 ‘피비 프로’ 시스템에 꼭 필요한 기능만을 담았기에 가능했다. 인포테인먼트 외의 다른 기능들, 예를 들면 차량의 지상고를 조절하는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이나 에어컨디셔너 조절, 루프톱 제어 등의 기능들은 디스플레이 밖에 버튼 형태로 위치한다.

글로브 박스 위쪽으로 보조석부터 앞좌석 센터페시아까지 가로지르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 카 빔은 뼈대의 일부분을 드러내 디자인의 요소로 살렸다.
그 움직임이 얼마나 정확하고 강한지를 경험하는 방법은 최대한 천천히, 시속 3~4km의 속도로 움직여보는 것이다. 물가로 나와 물에 잔뜩 젖은 자갈과 진흙이 있는 코스에 접어들자 인스트럭터가 말했다. “지금 디펜더의 여러 장치들은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엄청나게 강력한 접지력을 효과적으로 바퀴에 전달하고 있어요. 보통의 차량처럼 탈출을 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세게 밟을 필요가 없습니다. 천천히 원하는 속도로 밟아보세요.” 젖은 진흙과 자갈 위를 빨리 달려 넘는 것은 어떤 자동차라도 할 수 있다. 시속 4km의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다.
물과 진흙으로 가득 찬 수륙양용차 체험장을 나와 우리는 기룡산으로 올랐다. 평상시에 등산은 가능하지만, 차량은 통행을 통제하는 기룡산의 산길은 차량이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지만 온갖 돌멩이들이 부리를 내밀고 있어 여간 울퉁불퉁한 게 아니다. 디펜더로 길을 오르며 서스펜션과 조향 기능의 세밀한 조정을 느껴보기 위해 등과 발에 감각을 집중해본다. 지면 위로 15cm 가까이 솟아 있는 돌멩이를 밟고 넘어도, 급격한 코너에 젖은 지면이 나타나도 전혀 미끄러지지 않고 큰 덜컹거림 없이 안정적이다. “자갈 진흙 주행 모드를 활성화하면 우리가 조작하지 않은 수많은 조향 보조장치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도록 운전자를 도와주죠. 그건 정말 차를 많이 몰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어요.” 인스트럭터가 말했다. 아무런 장애 없이 그런 산길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달려 기룡산 정상에 올랐을 때 한 자동차 기자 선배가 말했다. “디펜더를 탈 때는 차를 믿어도 되는 것 같아”라고. 시승을 마치고 JLR코리아가 준비한 버스를 타고 잠실로 돌아왔고, 주차해둔 나의 시티 카를 몰고 올림픽대로를 달렸다. 그렇게 좋아하던 차인데, 운전하는 게 참 지루했다. 너무 낮고, 앞도 잘 안 보이고, 카메라를 아무리 눌러봐도 차량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디펜더의 카메라는 오프로드 모드에서 차량 하부를 보여준다.) 그런 줄 몰랐는데, 그 한나절 동안 디펜더 탓에 나의 야생성이 조용히 끓어올랐던 것이다. 자, 시티 보이여,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JLR코리아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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