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우리가 원했던 디펜더 ‘옥타’의 등장

정육각형을 넘어 정팔각형 자동차가 왔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5.05.30

더 좋아질 수 있을 줄 몰랐다. 5월29일 국내 출시한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이하 옥타) 말이다. 2020년 2도어 숏보디 모델인 디펜더 90과 4도어 모델인 디펜더 110이 등장한 후 새로운 디펜더가 등장한 건 약 5년 만이다. 2023년 초, 롱바디 모델인 디펜더 130이 등장한 적 있으나 시트 개수만 늘어난 모델이었다.

오프로드 시승에 앞서 옥타의 달라진 스펙을 간단히 살펴보자. 기존 직렬 6기통 엔진 대신 V8 트윈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을 토대로 제로백이 고작 4초다. 635마력의 최고 출력과 76.5kg·m의 최대 토크도 일품이다. 차체 크기는 전폭 68mm, 전고 28mm가 늘었다. 2665kg 나 되는 옥타를 안정적으로 멈춰 세우기 위해 400mm 브레이크 디스크와 6 피스톤모노 블록 캘리퍼를 장착한 것도 눈에 띈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건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이다. 전후, 좌우, 상하의 움직임을 전부 컨트롤하는 디펜더의 신형 서스펜션 시스템은 유압 댐퍼와 에어 서스펜션을 조합해 승차감과 주행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놀라운 건, 대부분의 차에 들어가는 ‘안티롤 바’가 옥타에 없다는 것. 안티롤 바는 양쪽 바퀴를 연결하는 장치로 차체가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지 않도록 돕지만, 고저 차이가 심한 험로를 돌파할 땐 걸림돌이 된다.

덕분에 앞뒤 차축을 임의로 조절해야 하는 다른 오프로드 모델과 달리 디펜더는 차가 알아서 각 바퀴의 접지력을 모니터링 해 최적의 접지력을 만들어 낸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JLR 코리아는 한쪽 바퀴가 완전히 공중에 뜨는 오프로드 구간과 앞바퀴 모두를 미끄러운 롤러 위에 올려 뒷바퀴만으로 빠져나오는 인공 구조물을 마련했다. “제가 콕 집어 언급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장애물을 극복한 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만큼 옥타의 밸런스와 오프로드 주파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이죠” 랜드로버 인스트럭터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옥타는 ‘이걸 지나갈 수 있다고?’ 싶은 길을 아무렇지 않게 통과한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그럼 온로드에선 별로인 거 아니야?’라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옥타는 아스팔트 위에서도 뛰어난 승차감을 구현한다. 경쟁 오프로드 차량뿐만 아니라 도심형 SUV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옥타와 번갈아 시승한 디펜더 130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승차감이 한결 정숙하고 부드럽다. 높은 차체와 무거운 무게 탓에 격한 와인딩을 즐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곧게 뻗은 길을 크루징하며 달릴 땐 고급 세단을 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온오프로드를 두루 잘 달리는 차는 흔치 않다. 그 중에서도 옥타는 현시점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옥타의 유일한 경쟁자는 같은 브랜드의 ‘사막의 롤스로이스’ 레인지로버 밖에 없다. 옥타를 두고 다른 어느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2025년 올해의 차’라고 평했다. 아직 하반기가 남아 있으니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렵지만, ‘2025년 상반기의 차’임에는 틀림이 없다.

Credit

  • JLR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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