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도로위를 질주하는 환상적인 컨버터블 7대

묵은 체증이 싹 가실 만큼 상쾌한 드라이빙을 선사하는 최신 오픈 톱 모델 7대의 면면.

프로필 by 박호준 2023.06.13
 

FERRARI 

Roma Spider

고작 5mm다. 페라리 홍보 담당자가 콕 찍어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런 장치가 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쿠페형 모델과 달리 로마 스파이더는 지붕과 맞닿는 앞유리창의 상단부를 5mm 돌출시켰다. 공기역학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차체에 부착하는 이러한 장치를 '놀더(nolder)’라고 부르는데 지붕을 열고 고속으로 달릴 때 실내로 들이치는 소음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바람을 막는 장치도 있다. ‘윈드 디플렉터’다. 페라리의 설명에 따르면, 로마 스파이더에 적용된 새로운 형태의 윈드 디플렉터는 기존 제품보다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을 약 30% 정도 더 차단한다. 차를 멈춰 세우고 수동으로 설치해야 하는 몇몇 컨버터블 모델과 달리 로마 스파이더는 시속 170km로 달리면서도 전자동으로 윈드 디플렉터를 작동할 수 있다. 최근 선보인 SF90 스파이더나 296 GTS와 달리 패브릭으로 만든 ‘소프트 톱’ 형태다. 시속 60km로 달리며 13.5초 만에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파워트레인 3855cc V8 가솔린 트윈터보, 8단 DCT
최고 출력 620마력 최대 토크 77.4kg·m
가속력(0→100km/h) 3.4초
가격(VAT 포함) 3억원대

 

MCLAREN 

750S Spider

지붕을 열고 닫는 모든 종류의 자동차가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다. 지붕을 열고 닫기 위한 장치 때문에 일반 모델에 비해 무게가 더 무겁고 차체 강성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맥라렌은 ‘탄소섬유’를 선택했다. 맥라렌의 ‘탄소섬유 사랑’은 30년 전인 1993년부터 시작됐는데, 비싼 가격 탓에 모터스포츠 영역에서만 쓰이던 탄소섬유를 양산차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덕에 750S 스파이더는 여기 함께 소개된 차들 중 가장 가벼운 1438kg의 공차중량을 자랑한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차와 달리 헤드레스트 뒷부분이 유독 우뚝 솟아 있다. 지붕을 열고 달리다 전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를 지키기 위해 마련해놓은 ‘롤 오버 프로텍션’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에도 탄소섬유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롤 오버 프로텍션이 없었다면 750마력이나 되는 ‘오픈카’를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속 50km로 달리며 11초 만에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파워트레인 3994cc V8 가솔린 트윈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 750마력 최대 토크 81.5kg·m
가속력(0→100km/h) 2.8초
가격(VAT 포함) 4억원대

 

BMW

Z4 20i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콤팩트한 사이즈의 컨버터블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메르세데스-벤츠 SLK, 아우디 TT, 폭스바겐 골프, 푸조 207이 그 예다.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건 BMW의 Z4뿐이다. 대부분의 자동차는 세단과 SUV를 가리지 않고 신모델일수록 휠베이스가 길다. 넓은 실내 공간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이다. Z4는 반대다. 휠베이스를 26mm 줄이면서 차의 앞뒤 무게 배분을 50:50으로 맞췄다. 시트 포지션도 낮은 편이라 지붕을 열고 달리면 레이싱 카트를 타는 듯한 날것 그대로의 주행감이 느껴진다. 디자인으로 보나 핸들링으로 보나 ‘악동’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게 사실이지만,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은 생각보다 적다.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려도 머리 윗부분만 살랑이는 수준이다. 시속 50km로 달리면서 10초 만에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파워트레인 1998cc I4 가솔린 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 197마력 최대 토크 32.6kg·m
가속력(0→100km/h) 6.6초
가격(VAT 포함) 7250만원

 

PORSCHE 911 

Targa 4 GTS

흔히 지붕이 열리는 차를 부르는 명칭을 컨버터블로 통칭하지만 세분화하면 차의 생김새와 브랜드에 따라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스파이더, 볼란테 등 명칭이 다양하다. 타르가도 그런 여러 명칭중 하나다. 소프트 톱과 하드 톱이 섞여 있는 것 같은 타르가의 독특한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선 포르쉐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 했던 196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요구하는 엄격한 안전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포르쉐는 가운데 기둥(B필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전자 머리 위만 벗겨내는 묘수를 떠올렸다. 작동 안정성을 위해 박스터나 911 카브리올레와 달리 정지 상태에서만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게 작은 흠이지만 다른 어느 컨버터블 모델과도 한눈에 구분되는 은빛 B필러는 타르가 오너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다.

파워트레인 2981cc F6 가솔린 트윈터보, 8단 DCT
최고 출력 490마력 최대 토크 58.2kg·m
가속력(0→100km/h) 3.5초
가격(VAT 포함) 2억6990원대

 

MASERATI

MC20 Cielo

1926년, 마세라티가 처음으로 만든 차는 ‘티포 26’으로 자동차 경주를 위해 제작된 모델로 지붕이 없는 2인승 로드스터 모델이었다. 멋진 엔진 소리로만 유명한 줄 알았던 마세라티가 사실은 오픈 에어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태지역 총괄 기무라 다카유키가 “마세라티의 시작은 컨버터블이었습니다”라는 말로 MC 20 첼로의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 이유다. 참고로 첼로는 이탈리아어로 하늘을 의미한다. 다른 컨버터블 모델과 달리 첼로만 지닌 특장점은 ‘글라스 루프’다. 글라스 루프 덕에 지붕을 열 수 없을 때에도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그냥 유리가 아닌 ‘고분자 분산형 액정’을 적용했는데, 쉽게 말하면 유리의 투명도를 버튼 한 번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머리 위 해가 너무 뜨거울 땐 투명도를 어둡게 하는 식이다. 시속 40km로 달리면서 12초 만에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파워트레인 2992cc V6 가솔린 트윈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 630마력 최대 토크 73.4kg·m
가속력(0→100km/h) 3초
가격(VAT 포함) 3억8360만원

 

FORD

Mustang GT Convertible

뒷자리에 누군가를 태울 작정이라면 머스탱 컨버터블을 고르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컨버터블 모델 대부분은 아예 2열 시트가 없거나 있더라도 사람이 타기 불가능할 정도로 자리가 좁다. 그나마 머스탱 컨버터블의 2열은 성인 남성이 앉을 수 있는 수준이다. 트렁크도 넉넉한 편이다. 접이식 지붕을 접어 넣는 공간을 마련해놓기 위해 보스턴백 하나 넣기도 버거운 다른 컨버터블의 트렁크와 달리 머스탱은 골프백을 최대 2개까지 넣을 수 있다. 아메리카 대표 ‘머슬카’답게 자연흡기 V8 엔진을 품고 있어 지붕을 열고 가속페달을 깊게 눌러 밟았을 때 듣기 좋은 엔진음과 배기음이 연달아 운전자의 귀를 자극한다. 시속 40km로 달리면서 약 7초 만에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파워트레인 5035cc V8 가솔린 자연흡기, 10단 자동
최고 출력 480마력 최대 토크 57.3kg·m
가속력(0→100km/h) N/A
가격(VAT 포함) 8000만원대(추정)

 

MERCEDES-BENZ 

SL 63 4matic+

컨버터블 중에서도 패브릭 소재로 된 소프트 톱 모델만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비 오는 날 소프트 톱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낭만적이라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방음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추위나 열을 차단하는 것도 불리하다. 이러한 단점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4월 출시한 7세대 SL에 소프트 톱을 장착했다. 소프트 톱 SL은 4세대 이후 약 20년 만이다. 앞서 언급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붕을 3중 구조로 구성했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차음과 보온에 유리한 두툼한 패브릭을 채워 넣은 게 특징이다. 2004년 벤츠가 처음 선보인 후 다른 브랜드에서도 따라 한 ‘에어 스카프’도 기본 옵션이다. 에어 스카프는 목 뒤 송풍구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장치를 말한다. 이번 세대를 끝으로 단종하는 S클래스 카브리올레와 AMG GT 로드스터의 빈자리를 SL이 대체할 예정이다. 시속 60km로 달리면서 15초 만에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파워트레인 3928cc V8 가솔린 트윈터보, 9단 자동
최고 출력 585마력 최대 토크 81.6kg·m
가속력(0→100km/h) 3.6초
가격(VAT 포함) 2억3360만원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 페라리/맥라렌/BMW/포르쉐/마세라티/포드/메르세데스-벤츠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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