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월우파 범접 리정 "승리를 위해 물러설 줄 아는 법을 배웠어요"

그들은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우리를 놀라게 만들 것이다. 전에도 그랬듯이.

프로필 by 박민진 2025.05.26
톱, 팬츠 모두 오토링거 by 아데쿠베.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 팬츠 모두 오토링거 by 아데쿠베.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션을 수행하면서 서로 의견이 다를 때 리정은 어떤 자세를 취하는 편인가요?

일단 제 의견을 가감 없이 말해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빨리 말해서 피드백을 받는 게 낫거든요. 그렇다고 제 의견만 계속 주장하는 건 아니고요. 다른 의견을 들어보고 그게 더 좋겠다 싶으면 바로 수긍합니다.(웃음) 저희 팀의 좋은 점이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맺고 끊음이 확실해요. 덕분에 상대방이 상처받을까 봐 주저하는 일 없이 편하게 의견 교환이 가능했어요. 나이가 제일 어린 제 입장에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언니들이 고맙죠.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월우파) 참여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어차피 제가 하게 될 거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임했죠. 대신 미션을 진행해 나가면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요. 일종의 ‘참는 훈련’이요. 그동안 제가 주인공인 삶을 살아왔지만 이번엔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법을 깨닫는 중이죠. 무대나 방송에 노출되는 분량이 줄어들더라도 팀이 빛나고 이길 수 있다면 한발 물러설 줄 아는 법이요.

스포트라이트를 스스로 포기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죠.

오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또래에 비해 일찍 훌륭한 커리어를 쌓일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언제부턴가 성공 공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범접’(한국팀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제가 맞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의 공식을 내려놓고 언니들의 공식을 배워보고 싶어졌고요. 어떻게 보면 거의 제 나이만큼 춤을 춰온 분들이니까요.

(립제이) 톱, 팬츠 모두 사카이. (리정) 보디슈트 마이클 코어스. (효진초이)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본봄. (노제) 드레스 에스알브이씨 by 샘플라스.

(립제이) 톱, 팬츠 모두 사카이. (리정) 보디슈트 마이클 코어스. (효진초이)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본봄. (노제) 드레스 에스알브이씨 by 샘플라스.

‘영보스’라는 별명을 얻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때랑 달라진 점이네요.

예전엔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딛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조금은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처음 마주한 댄서가 많았을 것 같아요. 낯선 댄서를 마주했을 때 ‘잘한다’는 인상을 받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춤을 출 때 자신만의 오라 뿜어내는 댄서를 볼 때 감탄해요. 그건 어떤 동작을 잘하는 것과 달라요. 대부분의 댄서는 누군가의 춤을 봤을 때 그가 다른 사람을 모방하고 있는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거든요. 제가 도달하고 싶은 경지도 그런 거예요. 다른 설명 없이 “아 저건 그냥 딱 리정이네”라는 말을 듣는 거요. 이름이 곧 장르처럼 쓰이는 거죠.

얼마 전에 소속사를 더블랙레이블로 옮기면서 ‘어나운스먼트 필름’을 공개했어요. 개인 유튜브에는 ‘I Feel Home’이라는 춤 영상도 올라왔고요. 배우나 아이돌이 아닌 댄서로선 처음이지 싶은데,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던 걸까요?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데 질문해주셔서 감사해요.(웃음) ‘아이 필 홈’은 ‘어나운스먼트 필름’의 티저 개념으로 찍은 영상이에요. 저희 집에서 즉흥적으로 찍었어요. 춤도 프리스타일이고요. 제가 소품을 이용해서 춤추는 걸 좋아해서 영상에 다이닝 테이블 같은 가구도 자주 등장해요.

(립제이) 재킷 뮈글러. 톱,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정) 톱, 팬츠 모두 오토링거 by 아데쿠베.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

(립제이) 재킷 뮈글러. 톱,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정) 톱, 팬츠 모두 오토링거 by 아데쿠베.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

‘어나운스먼트 필름’ 도입부에도 의자가 등장하더라고요.

맞아요. 핀율 체어를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서 집에 있는 걸 가져다 썼어요. 자세히 보면 핀율 체어로 시작했다가 화장실 변기가 등장하고 다시 체어로 돌아와요. 변기에 반짝이는 토사물을 게워내는 장면도 있고요. 춤을 지독히 사랑하면서도 토하고 싶을 정도로 버거울 때도 있는 제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영상 기획, 연출 등을 전부 제가 담당해서 그런지 결과물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회사에선 영상이 전반적으로 너무 어두운 것 같다고 만류했지만, 제가 꼭 하고 싶다고 우겼죠.

예전 인터뷰에서 다른 댄서들을 위해서라도 사명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하려 한다고 말했어요. 4년 전과 지금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여전히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건 맞아요. ‘내가 뭐라고 감히 그런 말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다만, 더 나아지고 있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한 댄서 입장에선 ‘리정 네가 뭔데 마음대로 판단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포털 사이트에 ‘댄서’라는 직업이 등록되기도 하고 댄서를 아티스트로 봐주는 대중이 늘어나는 걸 보면 미세하게 바뀌고 있지 않나 싶어요.

(효진초이)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본봄.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노제) 드레스 에스알브이씨 by 샘플라스. 브레이슬릿 스와로브스키.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립제이) 톱, 팬츠 모두 사카이. 슈즈 돌체앤가바나. (허니제이) 재킷 마틴 로즈. 보디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부츠 디젤. (아이키) 재킷, 팬츠 모두 발렌티노.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헤이) 재킷, 톱, 팬츠 모두 페라가모.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 (가비) 톱, 스커트, 슈즈 모두 막스마라. 브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정) 보디슈트 마이클 코어스. 슈즈 마크 제이콥스.

(효진초이)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본봄.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노제) 드레스 에스알브이씨 by 샘플라스. 브레이슬릿 스와로브스키.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립제이) 톱, 팬츠 모두 사카이. 슈즈 돌체앤가바나. (허니제이) 재킷 마틴 로즈. 보디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부츠 디젤. (아이키) 재킷, 팬츠 모두 발렌티노.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헤이) 재킷, 톱, 팬츠 모두 페라가모.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 (가비) 톱, 스커트, 슈즈 모두 막스마라. 브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정) 보디슈트 마이클 코어스. 슈즈 마크 제이콥스.

Credit

  • FASHION EDITOR 박민진
  • FEATURE EDITOR 박의령/박호준
  • PHOTOGRAPHER 이용희
  • STYLIST 이종현
  • HAIR 배경화/장윤나
  • MAKEUP 안세영/윤해리
  • ASSISTANT 홍상희/이원경
  • ART DESIGNER 김동희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