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만명이 왔다간 2025서울모빌리티쇼
2027년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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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좀 짠하네요.” 2025서울모빌리티쇼의 미디어 데이에서 어느 자동차 기자가 한 말이다.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과거에 비해 참여한 완성차 자동차 브랜드가 줄자 취재를 희망하는 매체도 덩달아 감소해 미디어 콘퍼런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썰렁하게 느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브랜드 홍보 담당자에게 불참 이유를 물었을 때도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인기가 줄어 참여하기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전 세계적으로 모터쇼의 규모와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올해엔 이변이 일어났다. 11일간 56만 명이 왔다 갔다. 이는 지난 2023서울모빌리티쇼보다 약 10% 증가한 결과다. 킨텍스 제2전시장까지 사용할 정도로 참여 업체 수가 많았던 6년 전 63만 명에 비하면 여전히 그 숫자가 적지만, 최근의 추세에 비교해보면 대단한 반등이다. 다음 쇼가 열리는 2027년에도 이번처럼 10% 수준의 방문자 상승률을 보인다면 ‘모터쇼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인식을 깨고 코로나 이전의 방문객 수를 회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일반 관람객이 방문하는 퍼블릭 데이의 첫 주말 오후, 전시장 내 부스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예전과는 달리 레이싱 모델도 없었는데 말이다.
“이번엔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유독 많았던 것 같아요.” 서울모터쇼만 10번 이상 방문했다는 황성인 씨의 말이다. 이어서 그는 “(HD현대 부스에)포크레인에 앉아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정말 길더라고요. 대부분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었죠. 어린아이들은 슈퍼카보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포크레인을 더 좋아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미니 굴착기를 조작해 고무공을 옮기는 체험과 미래 건설 현장을 실감 나게 구현한 4D 라이딩도 HD현대 부스에 즐거움을 더했다.
HD현대와 더불어 서울모빌리티쇼에 처음 참가한 롯데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최초로 시속 40km 주행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 셔틀이 주차장부터 전시장까지 관람객의 이동을 도왔다. 현대모비스는 뒷바퀴를 90도 가까이 조향해 제자리에서 뱅뱅 돌거나 대각선 주행이 가능한 모델카 ‘모비온’을 통해 기존 양산차에서 볼 수 없던 생경함을 관람객에게 선사했다. 참고로 모비온이 극단적인 휠 조향 각도를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엔진에서 나온 힘이 바퀴로 전달되는 기존 방식 대신 모터를 휠 안으로 집어넣는 ‘인휠모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출범한 BYD 코리아는 서울모빌리티쇼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4월 14일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 아토3를 비롯해 총 8대의 차가 전시됐는데, 국내 출시 예정이 잡히지 않은 BYD의 상위 브랜드 ‘양왕’의 플래그십 전기 SUV ‘U8’ 전기 스포츠카 ‘U9’도 함께였다. U9는 슈퍼카에 주로 쓰이는 ‘시저 도어’를 장착했을 뿐만 아니라 1000마력이 넘는 최고 출력으로 2초대의 제로백 성능을 자랑한다. 또한 U9는 ‘DiSus-X’라는 차체 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제자리에서 수직 점프를 하거나 4개의 서스펜션을 독립적으로 움직여 마치 춤을 추는 것과 같은 퍼포먼스가 가능하다. 실제 주행 중 해당 기능을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많은 관광객이 “제발, 이렇게만 나와다오”라고 입을 모아 말하던 제네시스 콘셉트카.
뉴 페이스들이 신선한 매력으로 어필했다면 포르쉐, BMW, 메르세데스-벤츠는 서울모빌리티쇼의 터줏대감답게 짜임새 있는 공간 구성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신형 911을 처음 국내에 공개한 포르쉐는 ‘904 카레라 GTS(1963년)’와 포뮬러e 레이스카 ‘99X’를 부스 양옆에 나란히 세워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대 한정 제작된 ‘몽클레르×벤츠 바이 니고’ G클래스와 2세대 AMG GT를 메인으로 차량 개인 맞춤 제작 프로그램인 ‘마누팍투어’를 강조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BMW코리아는 MINI, BMW 모토라드와 함께 부스를 꾸며 i4 M50 xDrive와 미니 컨버터블 등 총 13대의 모델을 전시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르며 차를 살폈던 곳은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10주년을 맞이해 G90을 기반으로 만든 ‘엑스 그란 쿠페 콘셉트’와 ‘엑스 그란 컨버터블 콘셉트’를 무대에 올렸다. 그중 와인에서 영감을 받은 진한 버건디 컬러의 엑스 그란 컨버터블 콘셉트는 펜더를 부풀려 볼륨감을 더하고 벨트라인을 트렁크까지 길게 연장해 기존 모델보다 한층 더 우아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탈리아에서 사업차 한국에 방문했다는 로렌조 씨는 “제네시스의 콘셉트카가 오늘 본 차들 중 가장 인상 깊었어요. 출시로 이어졌으면 좋겠네요”라는 평을 남겼다.

첫째주 주말에만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왔다 갔다. 부디 2027년에도 만날 수 있기를.
방문객이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하다. 참여하는 브랜드의 숫자다. 2019년 이후 오랜만에 쇼장을 찾았다는 정찬우 씨는 “슈퍼카 브랜드는 고사하고 테슬라나 지프 같은 브랜드조차 없어서 실망했어요. 일본 자동차 브랜드도 마찬가지고요. 평소엔 바빠 매장에 가기 어려우니 여기서 다양한 차를 보고 싶었거든요”라며 아쉬워했다. 정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남자 친구 따라 처음 왔는데, 기대한 것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신차보단 상용차를 개조한 작은 부스들에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초소형 전기화물차를 활용해 만든 포토부스 같은 것들이요.” 연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예슬 씨의 말이다.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 관람객에게 다양한 모습을 제공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직위원회가 서울모터쇼에서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꾸며 자동차 외에 드론, 전기보트, 항공 및 해상 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장이 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더 많은 완성차 브랜드가 참여한다면 잔치가 풍성해지겠지만 말이다. 꺼져가는 불씨라고 생각했던 모터쇼가 56만 명의 방문객에 힘입어 다시 타오를지는 2년 후에 확인할 수 있다. →
Credit
- PHOTO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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