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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뱁슨 칼리지 경제학과 출신 '세무사 체질' 노상현이 끝내 연기를 택한 이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 내 안에는 어떤 욕망과 돌연한 광기가 존재하는가. 배우 노상현은 양단의 질문을 똑바로 직시하고자 한다고 했다. 결국 그 모두가 자신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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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재킷, 팬츠, 에나멜 슈즈 모두 생 로랑.
<사운드트랙#2>에서는 자수성가한 벤처기업의 CEO를 연기하셨죠. <커튼콜>에서는 범죄 조직에 몸담은 탈북자였고, <파친코>에서는 일제강점기의 탄압 속에서도 부러지지 않는 소신을 지킨 목사였어요.
제가 돌이켜봐도 ‘맡은 역할이 극단적으로 널뛰기를 했구나’ 싶긴 했어요. 사실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거든요.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중이신가 보다 했는데 의도는 없었군요.
네. 도전적인 작품들이 자꾸 들어와요. 항상 어떤 극단성이 있는 캐릭터 제안이 들어오고, 다음번에는 그 정반대 지점에 있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고. 그래서 저는 그냥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양극단의 인물을 연기할 때 상현 씨 안에서도 변하는 부분이 생길까요?
어떤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제 안에 남기는 것들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작품에 맞춰서 오래 고민하고, 그 인물이 되려고 많은 생각과 노력을 하니까. 제 안에서 그 인물을 위한 것들을 최대한 많이 끄집어내잖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저라는 사람이 조금씩 바뀐다고 느껴요. 하지만 단순히 성격이 바뀐다기보다는 좀 더 장기적이고 내재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제가 맞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괜찮아요. 아마 연기를 안 해본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연기의 감흥이 정확하게 전달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현 씨가 연기 이야기를 하는 방식과 표현들이 듣고 싶어서 여쭌 거예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무엇보다 그 인물이 받았던 느낌이 크게 남는 것 같아요. 특정한 신에서의 큰 감정,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느꼈던 감정. 그 당시에는 잘 안 느껴질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게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그건 쭉 저와 함께 가는 것 같아요.
미국의 경영 특화 대학교인 뱁슨 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우연히 한국에서 모델 일을 하게 됐고, 곧 연기에 발을 들였어요. 연기에 대한 꿈은 정확히 언제부터 생겼던 걸까요?
처음에는 그냥 이 계통의 일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뭐든 다 좋다는 마음이었는데, 모델로 이력을 시작하게 됐죠. 그러면서 연기 수업도 듣게 됐고요. 연기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제 안에 있던 답답함과 혼란스러움 같은 것들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흥수처럼 저도 그때 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때였거든요. 삶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살았고, 이제 한국에서 소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은데, 어쨌든 한국인이니까요. ‘난 한국인인가? 미국인인가? 내 자아는 뭐지?’ 그렇게 제 자신을 찾아가고 있던 시기에 연기를 만났던 것 같아요.

코트, 셔츠 칼라 디테일 스카프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
연기의 길로 접어들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게 될 때도 있나요?
요즘은 바빠서 별로 안 했지만 옛날에는 많이 했죠. 제가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 대부분이 취직해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 평행 세계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에요. 저희 학교가 또 세무사를 잘 배출하거든요. 흔히 말하는 ‘빅4’에 세무사를 많이 보내죠.(웃음) 그러다 보니 친구들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나도 다시 CPA 공부를 할까?’ 세무가 저한테 안 맞지는 않았거든요. 성향으로 치면 잘 맞는 편이었죠.
하지만 지난한 무명 시절을 보내고 학업을 마치러 또다시 미국에 다녀오면서도 배우의 길을 놓지 않았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미래가 저한테는 답답할 것 같더라고요. 취직해서 매일 직장 왔다 갔다 하고, 늘 똑같은 일을 하고…. 지금 돌아보면 연기를 택하기 전에도 제 안에는 늘 어떤 종류의 충동들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어릴 때부터요. 어떻게 보면 인생의 큰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그 충동에 따라 내리기도 했고요.
좀 다르게 말할 수도 있죠. 상현 씨의 지난 인터뷰들을 찾아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삶에서 밸런스나 애티튜드 같은 가치를 훨씬 중시하기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내면의 욕망과 광기를 있는 그대로 대면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고요.
맞아요.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내가 되고 싶은 나, 내 안에서 느껴지는 본능적인 나, 모두 저잖아요. 양쪽 다 솔직하게 마주하려고 해요. 그리고 그걸 통해서 발전시켜나가려고 하고요. 이렇게 내면이나 삶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서, 그래서 연기를 시작하게 된 부분도 있죠.
저 그 일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20대 때 길 한가운데에서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고 했죠.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웃음) 이 얘기는 계속해서 나오네요. 최근에 출연한 유튜브 방송에서도 이 질문을 받았는데….
상현 씨의 입체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니까요. 인터뷰어라면 다들 그 부분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겠죠.
그때는 그냥 소리를 지르고 싶었어요. 너무 답답해서. 오늘 화보를 촬영하다가 갑자기 춤을 추게 된 것처럼, 그냥 충동적으로 한 거죠. ‘내가 이걸 왜 못하지?’ 하는 반발심 비슷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고요.
만약 길에서 ‘나는 할 수 있다’고 소리를 지르던 시기의 노상현을 지금 만난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을까요?
그때의 저한테요? (잠깐 생각하다가) “조용히 해.” “까불지 말고 집에 들어가서 발 닦고 자.” 이 정도?
(웃음) 격려나 위로보다는 질타가 먼저 떠오르는군요.
웬만하면 안 그러는 게 좋죠. 그때는 그렇게 하고 싶었나 본데,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슬리브리스 톱, 와이드 팬츠 모두 아미.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 EDITOR O 오성윤
- PHOTOGRAPHER 김형상
- STYLIST 전진오
- HAIR 태민
- MAKEUP 권지영
- ASSISTANT 송채은
- ART DESIGNER 주정화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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