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이번 설날에 추천하고 싶은 전통주 칵테일 4
전통주 칵테일 바 네 곳의 바텐더들에게 이번 설에 가족과 함께 마시고 싶은 칵테일을 추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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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果之樂 - 청과지락
」NAEOE BAR
어떤 술을 기주로 하느냐는 질문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자체 증류소에서 만든 증류 소주를 베이스로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최영웅 대표에게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내외는 경상남도 산청에서 3대째 운영 중인 양조장 ‘내외 디스틸러리(Naeoe distillery)’와 함께 주류를 개발하고 생산한다. 술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칵테일에 들어가는 진저비어나 시럽도 모두 자체적으로 제조한다. 청과지락의 베이스가 된 증류 소주는 사과 향이 나 ‘애플 스피릿’이라 불리며, 진저비어는 애프리콧의 향을 더해준다. 여기에 계절 과일을 덧대면 청과지락만의 독특한 맛과 향이 완성된다. ‘청과지락’은 ‘신선한 과일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명절 차례상에 과일을 올리잖아요. 차례를 마친 후에는 온 가족이 그 과일을 함께 나눠 먹고요. 청과지락 역시 신선한 제철 과일을 먹으며 피어나는 즐거움을 표현하고자 한 술이니, 설날과 잘 어울린다고 봤어요.” 최 대표의 말이다. 내외 바의 목표는 매 계절에 맞는 시트러스류 과일을 적용해 새로운 맛의 청과지락을 보여주는 것이다. 2월의 청과지락은 제철 과일인 유자와 모과로 맛을 냈다. 묵직해 보이는 질감과 달리, 모과의 산미가 유자의 달콤함과 섞여 산뜻했다. 11도가량의 다소 높은 도수에도 가볍게 넘어갔다. “기름진 산적 등의 음식과 페어링했을 때 완벽한 리프레시를 선사한다는 점에서도 명절에 걸맞은 칵테일이 아닐까 싶어요.” 청과지락을 개발한 강동희, 정재헌 바텐더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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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道 - 팔도
」CRICKET SEOUL
솔직히 말하면, 유민국 대표가 제조해온 칵테일을 보고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 (약간 과장해) 한 항아리에 가득 담긴 양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술 표면에 띄워둔 연꽃이 피어났다. 그야말로 크고 아름다운 칵테일이었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음료를 고민하다 펀치 칵테일을 떠올렸죠.” 그는 남부 지방의 전통 음료인 유자 화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한국식 펀치 칵테일이라면 여기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그렇게 유자, 배, 석류, 연꽃차로 맛을 낸 대용량 칵테일이 탄생했다. 베이스는 안동 국화주다. “크리켓 서울에서는 전국의 특산 음식을 활용한 술과 메뉴를 준비하기 때문에, 지역별 전통 음식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찾아보니 유자 화채는 국화전 그리고 국화주와 함께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각지의 다양한 재료와 문화를 함께 담았기에, ‘팔도’라는 이름을 붙였죠.” 복합적인 과일의 맛 끝에 은은한 국화 향이 남았다. “이 칵테일을 명절에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오일리한 전 종류와 페어링했을 때 굉장히 잘 어울리기 때문이에요. 국화전과 함께 먹었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니까요.”실제로 이런 대용량의 칵테일을 주문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판매 중인 메뉴는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에스콰이어>의 이번 기획을 위해 새로 만든 칵테일이란 설명이었다. 유 대표는 조만간, 약간 다른 방식을 더해 판매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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柚子正果 - 유자정과
」YIN
김서현 대표는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친가는 쌀과 구황작물을 재배했고, 외가는 사과밭과 포도밭을 운영했다. 곡식에서 과일까지, 전통주의 토대가 되는 재료들이 어떤 기후와 환경에서 자라야 좋은 맛을 내는지 지켜보며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전통주를 공부했고, 와이인을 운영하며 이를 업으로 삼았다. 그런 김 대표가 내온 칵테일은 ‘유자정과’였다. “과거 한반도에서는 겨우내 저장을 위해, 설탕을 칠하거나 건조하는 방식으로 과일을 보관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정과이고요.” 지금이야 사계절 내내 과일을 먹을 수 있지만, 옛 선조들은 설날에 신선한 과일을 먹기 어려웠기에 이를 다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정과와 함께 내놓던 음료로는 수정과가 있었죠. 수정과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칵테일인 만큼, 설날에 어울리는 칵테일일 거예요.” 이름에서 드러나듯, 유자정과는 고흥 유자주를 기주로 한다. 수정과와 유자 사이 상관관계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유자는 겨울이 제철이고, 유자주는 시원하게 먹을수록 맛있거든요. 이냉치냉(以冷治冷)의 음료인 수정과와 겹치는 부분이 있죠.” 수정과는 눈이 내리는 겨울날, 살얼음을 띄운 채 마시던 겨울 음료다. 유자정과 역시 비슷한 질감이다. 유자주와 얼음을 섞어 셔벗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위에 계핏가루 및 솔 향을 내는 전통주인 담솔을 취향껏 얹으면 완성이다. “정과나 곶감 같은, 명절 디저트와 페어링하기 적당해요.” 알싸하고 청량한 계피와 솔 내음이 새콤한 유자와 조화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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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菜 - 화채
」OUL
‘한국식 컨템퍼러리 바’를 표방하는 만큼, 오울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칵테일의 베이스는 한국산 술이다. 보드카도, 럼도 모두 한국에서 만든 것들이다. 유승진 부헤드 바텐더가 소개한 ‘화채’ 역시 노간주나무 열매와 복분자, 오미자, 산초 등을 재료로 만든 ‘코리진(KORI Gin)’을 기주로 했다. 쑥과 솔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코리진에 배 코디얼과 국화 꿀, 진저 소다 등을 더한 화채는 허브 향이 어우러진 배의 깊은 단맛이 특징이다. 오울의 칵테일 메뉴를 보면 전통 시대, 근대, 현대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예를 들어 근대 메뉴에는 ‘김치 하이볼’이, 현대 메뉴에는 원소주를 베이스로 한 ‘바나나 우유’ 등이 자리한다. 전통 시대에도 여러 칵테일이 있었다. ‘식혜’도 있었고, ‘수정과’도 있었다. 그러나 유 대표는 화채를 선택했다. 유 바텐더는 개인적인 추억을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명절이 되면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간식을 먹던 기억이 있어요. 화채는 할머니가 해주신 전통 방식의 화채를 떠올리게 하는 칵테일이라, 명절을 위한 칵테일에 알맞다고 생각했죠.” 그는 ‘화채’라는 메뉴 자체의 의미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요즘은 보통 화채라고 하면 사이다를 탄 술집용 메뉴를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른바 Z세대라 불리는 고객들께 전통적인 화채에 대해 이야기해드리면 굉장히 흥미로워하시거든요. 이렇게 세대 간 이야깃거리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도 명절에 걸맞은 칵테일이 아닐까요?” 유 바텐더가 웃으며 말했다.
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조혜진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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