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대표작 4편 다시보기
형식과 장르는 달라도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연상호 감독의 주요 작품 4편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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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행(2016)
<부산행>은 연상호의 첫 실사 장편이자,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한 작품이다. 이전까지 그는 <돼지의 왕>, <사이비> 같은 성인 애니메이션으로 인간성을 날카롭게 파고든 감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부산행>은 그 문제의식을 블록버스터 문법에 얹었다. 작품의 배경은 2010년대 중반 한국 사회다. 좀비는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이지만,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너무 익숙하다. 문을 닫아야 산다는 논리가 빠르게 퍼지고, 약자를 밖으로 밀어내는 선택이 합리화된다. 영화는 그 과정을 선악 구분이 아닌 사람이 공포에 져서 선택하는 가장 쉬운 길을 보여준다. <부산행>은 천만 좀비 영화 이전에, 재난 이후의 한국이 어떤 감정으로 달려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성공은 연상호에게 산업적 신뢰와 부담이 생겼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천만관객’의 중압감을 언급해왔다.
2. 서울역(2016)
<서울역>은 <부산행>의 프리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톤은 훨씬 차갑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해도, 시선은 다르다. <부산행>이 열차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계급과 이기심의 속도를 보여줬다면, <서울역>은 광장에서 배제의 구조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가출 청소년, 노숙인, 일용직 노동자처럼 사회 안전망 바깥으로 밀려난 인물들이 놓인다. 시대적 배경을 넓게 잡으면, 2010년대 서울은 개발과 재개발이 삶의 형태를 계속 바꾸던 도시였다. 서울역 일대는 상징적이다. 관광객의 동선이 교차하고, 도시의 가장 화려한 얼굴과 가장 취약한 현실이 한 블록 안에서 맞닿는다. 연상호는 그 지점을 좀비로 폭발시킨다. <서울역>은 연상호가 애니메이션으로 구축해온 미학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한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서울역>은 <부산행>과 달리, 구원 서사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것이 연상호의 본래 결이다.
3. 지옥(2021)
<지옥>은 연상호가 영화에서 드라마로 확장하며, 자신의 주제를 가장 노골적으로 시스템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그가 최규석과 함께 만든 동명 웹툰이며, 연상호가 장기적으로 세계관을 운영하는 방식까지 보여준 프로젝트이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누군가의 지옥행 고지가 뜨면, 사람들은 사실을 기다리기보다 해석을 먼저 붙인다. 그 해석은 종교가 가져가고, 미디어가 증폭하고, 정치가 이용한다. <지옥>이 무서운 이유는 초자연적 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 현상을 둘러싸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도덕의 폭력이다. 신의 뜻이라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무기다. 한 사람을 낙인찍고, 가족을 분해하고, 사회적 린치를 정당화한다. <부산행>이 재난 속 인간이라면, <지옥>은 재난을 이용하는 구조다. <지옥>은 연상호가 계속 다뤄온 주제인 집단, 혐오, 권력, 낙인을 가장 동시대적인 방식(플랫폼, 바이럴, 여론)으로 번역한다. 그리고 그 번역이 가능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연상호가 이제 세계관 작가로 읽히는 이유이다.
4. 얼굴(2025)
<얼굴>은 연상호 커리어에서 가장 흥미로운 분기점이다. <얼굴>은 연상호가 직접 쓴 동명 <그래픽노블>(2018)을 원작으로 삼아, 2025년 9월 국내 개봉한 미스터리 드라마 영화다. 줄거리는 실종된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한다로 요약되지만, 실제로는 40년 전 공장 노동의 기억,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 그리고 그 폭력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지워지는지까지 끌고 들어간다. <얼굴>의 미스터리는 왜 얼굴이 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붙어 있다. 얼굴은 신원 확인의 도구이지만, 여기서는 기억의 권리이다. 영화가 화제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제작 방식이다. <얼굴>은 제작비 2억 원대의 저예산으로 제작되었고, 원래는 영상화를 먼저 시도했으나 투자 문제로 만화가 되었고, 이후 다시 영화로 돌아온 사연도 있는 작품이다. 연상호는 늘 인간의 비열함을 이야기해왔지만, <얼굴>은 그 비열함이 개인이 아니라 시대의 구조에서 어떻게 반복되는지 보여준다.
Credit
- EDITOR 조진혁
- PHOTO 각 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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