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석은 돌고래유괴단이 '출발점부터 이상했던' 집단이라고 했다 (2)
하지만 무엇이 좋은 것인지, 뭘 해야 잘 될지에 대한 확신은 늘 있었다고도 했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롱 코트 지용킴 by 10 꼬르소 꼬모 서울. 오렌지 컬러 후디 C.P. 컴퍼니. 이너 톱 렉토.
‘유명인을 데려다가 새로운 상황을 부여한다’는 것도 돌고래유괴단의 주특기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건 돌고래유괴단이 좋아하는 코드일까요, 아니면 브랜드들이 기대하는 부분이 생긴 걸까요?
사실 브랜드들이 저희에게 그런 걸 요구하지는 않아요. 보통의 광고 제작사들은 모델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과정이 좀 다르거든요. 캠페인 단계에서부터 저희가 모델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시나리오에 누가 가장 좋을까를 고민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저희 기준에는 ‘의외성’이 갖는 파괴력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래서 누가 봐도 딱 잘 어울리는 인물보다는 자꾸 의외의 인물을 찾는 경향도 있죠.
철저히 광고라는 매체의 목적에 기반한 선택인 거군요.
저희는 이렇게 생각해요. 광고라는 게 사실 사람이 기피하는 대상이잖아요. 그런데 강력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던져서 일단은 보게 하는 것, 그래서 그 안에 메시지를 녹이는 것,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아닌가 하는 거죠. 이제는 사람들이 광고를 선택하는 시대잖아요. 스킵을 누를 수도 있고, 특정 부류의 광고를 거부할 수도 있고, 돈 내고 안 볼 수도 있는 시대인데, 그러면 광고도 콘텐츠로서의 특성과 강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긴, 경주 APEC 같은 국가 행사 홍보 영상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보고 공유한 적도 잘 없었죠.
저는 가장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이걸 만드는 이유. 사람들에게 특정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인데, 그러면 그걸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면 되는 거잖아요. 일단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떠올려보는 거예요. ‘이건 안 돼’ ‘이런 걸 한 적은 없었어’ ‘이런 방향으로 가야 돼’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시작하면 저는 너무 많은 가능성을 버리고 간다고 느껴요. 저는 어떤 작업을 시작하든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라고 생각하고 ‘제로’에서부터 시작하거든요. 그것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괴로운 과정일 수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유리한 싸움을 하게 해주는 부분이기도 해요. 360도 모든 각도로 다 살펴보고 그 안에서 최선의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행사의 홍보 프로젝트에서는 그래도 보수적인 태도가 약간은 필요하지 않았나요?
(웃음) 실제로 그때는 수위에 대한 고민을 좀 했어요. 어쩌면 국격과도 직결되는 영상이다 보니 우리가 어디까지 표현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 했던 거죠. 어떤 지점을 벗어나면 위험해지고, 그렇다고 너무 안전하게 가버리면 이 영상의 포인트가 살지 않고. 결국 기존 돌고래유괴단의 작업보다는 좀 낮은 수위로 가되 다른 부분에서 임팩트를 보완하려고 했죠. 그래서 장원영 씨가 차 빼달라고 얘기를 하고, 이재명 대통령님이 주차 유도를 하고… 어떻게 보면 작업 과정이 건축설계도 짜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걸로 줄 수 있는 임팩트는 이 정도고, 그러면 이런 걸로 보충하고, 저런 쪽에서 뭔가를 조정하고. 그래서 APEC 같은 경우에는 시나리오가 되게 빨리 나왔는데 그 뒤의 과정이 꽤 오래 걸렸죠.
‘유머’도 돌고래유괴단의 핵심 역량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것 역시 파급력을 위한 수단일까요?
일단 우리 회사 사람들이 일하면서 농담밖에 안 하긴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기는 한데, 맞아요. 유머도 그냥 수단이에요. <도시동화> 같은 경우만 봐도 본편에 유머 코드가 거의 없잖아요. 그 프로젝트에 맞는, 그 필름에 맞는 수단이 있는 거죠. 저희 작업 중에 유머러스한 게 많긴 하지만 그건 유머가 그만큼 힘이 있어서 그래요. 정말 유머만큼 파급력, 전파력이 큰 게 없거든요.
<도시동화>의 스핀오프 격 영상인 ‘대천사 미카엘의 대모험’도 만드셨잖아요. 거기에 그런 댓글이 많더라고요. “이것 찍으려고 앞의 세 편의 단편영화를 만든 거냐”고.
사람들이 이젠 저희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것 같아요. 어떤 기존 관념의 ‘전복’. 그게 유머가 됐든, 뭐가 됐든 어쨌든 기존의 것을 비틀어서 다른 것과 접목시킬 거라는 기대가 있는 거죠. 사실 어떤 때는 ‘우리에게 이런 컬러만 기대하는 건가’ 싶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는 ‘우리 컬러를 알고 기대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기본적으로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돌고래유괴단이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작업인 캐논 안정환 CF부터가 워낙 임팩트가 컸잖아요. 그때도 사실 제시한 촬영안이 통과 안 됐는데, 그냥 몰래 찍어 가서 컨펌 받은 거라고 들었어요. 오랜 운영 부진으로 개인 빚이 3억 5000에 아예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없었던 상황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패기만만했어요?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절박했어요.(웃음) 패기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인데 이걸 해내야지만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 ‘변별력이 없는 걸 내놓으면 끝이다’ 이런 생각이 분명했던 거예요. 그래서 다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몰래 찍고, 그걸로 설득한 거고요. 오래 힘들었지만, 저희에게 그 기준은 분명히 있었거든요. 이게 좋은 거다. 이거 하면 잘된다. 분명히 먹힌다.
제가 이번에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게, 돌고래유괴단이 처음에는 광고 제작사로 시작한 게 아니었더라고요.
맞아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었어요. 그것도 상업영화도 아니고 우리끼리 말도 안 되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드는 집단이었죠. 그냥 철없는 애들이었던 거예요. 영화를 하고 싶었던 애들.
그 시절에는 영화를 하려면 보통 도제 시스템으로 어느 감독의 밑에서 박봉으로 일을 하면서 배운다거나, 아예 영화학교에 간다거나 그러지 않았나요?
맞아요. 100% 다 그렇게 했어요. 그런데… 돌고래유괴단이 자꾸 이상한 길로 들어서 여기까지 와 있잖아요. 저희가 했던 가장 이상한 선택이 뭐였나 생각해 보면 사실 그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시스템 안에서가 아니라 시스템 바깥에서 우리 걸 만들어보자.’ 그게 사실 말도 안 되는 짓이긴 했거든요. 근데 그때도 정말 딱 그 생각이었어요. 우리가 독자적으로 뭔가를 만들어. 그리고 그걸 토대로 다음 걸 만들어. 그렇게 하나하나 해서 우리가 원하는 데까지 가자. 이제는 15년이 넘은 얘기니까 저도 까먹고 있었는데, 질문하시니까 새삼 반추가 되네요. 다들 뜯어말렸고, 굉장히 급진적인 결정이었고, 돌고래유괴단이 지금 이렇게 고유의 길을 갈 수 있는 건 시작점부터 그랬기 때문이구나 하고요.
웹툰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보통 작가와 오랜 친구죠? 두 사람 모두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군대 휴가 나가면 걔네 부모님 식당에서 같이 일하고, 좁은 방에서 같이 자고 그랬죠. 샤부샤부 고기를 익히지도 않고 그냥 생으로 막 주워 먹고.(웃음) 자기 전에 누워서 되지도 않는 꿈 얘기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저는 그때도 그 친구가 재능 있다고 생각했어요. 걔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뭉클한데요. 지금 비슷한 환경에서 꿈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뭉클하게 들리는 얘기일 것 같아요.
그냥 저희끼리는 그런 얘기 자주 해요. 이거 현실 맞냐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너무 안 좋은 상황 속에서 그냥 막연하게 이런 걸 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정말로 그 일을 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잖아요. 그런데 나만 해도 신기한 걸 저 친구도 그러고 있어.(웃음) 혼자만 잘됐으면 ‘운이 좋았나 보다’ ‘세상이 그럴 수도 있나 보다’ 하겠는데 얘도 이러고 있으니 비현실적인 거죠. 그래서 둘이 만나면 유독 이거 꿈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하는 거예요.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그 이상한 느낌과 의심이 풀리지 않으니까.(웃음)
그럼 이게 현실이라고 확신하게 해주는 건 뭘까요?
일이죠. 저는 제가 계속 새로운 걸 내놓으면서 증명해 왔다고 느끼거든요. 남들이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만약 제가 뭐 하나가 엄청 잘 돼서 그걸로 우려먹으면서 계속 일을 하는 거라면 이렇게 느끼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도전을 하고 있고, 거기서 계속 성취를 이어 나가고 있고, 거기서 느끼는 거죠. 이 모든 게 진짜구나 하는 확신을요.
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박선용
- HAIR 이영재
- MAKEUP 유지연
- ART DESIGNER 김동희
MONTHLY CELEB
#카리나, #송종원, #채종협, #롱샷, #아이들, #제노, #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