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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석의 도시 동화'가 초호화 캐스팅이 가능했던 이유 (1)

구글 제미나이의 힘만이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6.02.11
롱 코트, 팬츠 모두 지용킴 by 10 꼬르소 꼬모 서울. 오렌지 컬러 후디 C.P. 컴퍼니. 이너 톱 렉토.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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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시동화>와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그 캠코더군요.

맞아요. 지금은 고장 난 상태인데요. <도시동화> 찍다가 이렇게 됐어요. 다행히 액정만 고장 난 거라 촬영은 다 마칠 수 있었고요. 뷰파인더로는 보이고, 그리고 이 액정이 단선 문제 같은 거라 요만큼만 열면 또 보이거든요. 이렇게 해서 찍었죠. (액정 패널을 살짝만 열어 훔쳐보듯 하면서) 이제 수리를 하든가 새로 사든가 해야죠.

파나소닉 PV-DV910 모델을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Ditto’ 제작을 준비하면서 캠코더로 찍은 장면에 좀 다른 힘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프로보다는 과거에 아마추어 레벨의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했던 카메라이기 때문에 그걸로 찍힌 장면들을 보면 사람들이 특정한 인상을 받게 되죠. 이 안에 담긴 것들이 ‘확정적인 과거’로 갇혀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그때 저희가 세운상가 가서 캠코더를 7대였나 구매했는데, 얘가 방금 말씀드린 그 느낌이 제일 많이 나더라고요. 과거에 갇혀 있는 느낌. 그래서 주 기종으로 쓴 거죠. ‘Ditto’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이 사용하는 카메라로 등장했는데, 그 이후로 6mm 캠코더가 엄청나게 팔려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도시동화> 첫 번째 작업인 ‘The Christmas Song’은 이 오래된 캠코더로 찍은 신과 구글 나노 바나나와 비오같은 AI 툴로 작업한 신이 한데 섞여 있어요.

맞습니다. 하나 아쉬운 건, 반응을 보니까 이게 구글 광고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구글은 저와 협업을 한 거고, 작품 자체는 그냥 제가 감독으로서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거든요.

애플과 함께 했던 뉴진스의 ‘ETA’ 뮤직비디오 ‘Shot on iPhone’ 작업처럼, 구글은 그냥 작업 툴을 제공하는 정도의 협업을 한 거군요.

그렇죠. 구글이 감사하게도 좋은 협업 파트너 역할을 해준 거고, 이 작업은 광고랑은 좀 다른 개념인 거예요. 제가 특정 곡을 정하고, 그 곡을 부를 사람은 누가 좋을지, 그 곡으로 뮤직비디오를 어떤 배우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마케팅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그 모든 걸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음원도 그냥 ‘신우석의 도시동화’로 냈고, 출연진들도 직접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며 설득해서 섭외했고요. 배우들도 좋은 취지와 작품을 위해 양보하며 작업한 건데 다들 ‘출연진 스케일 봐라 돈이 얼마나 많은 거냐 역시 구글이다’ 이러니까.(웃음)

‘The Christmas Song’의 작업 취지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었죠. “요즘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 시대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들을 위한 동화가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쉴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좀 솔직히 얘기하자면, 저는 대중을 상대로 작업물을 내놓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와 ‘대중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스토리라인’ 이렇게 두 겹의 레이어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얼음인데 그걸 불로 표현한다’라고 할까, 그런 부분들이 있는 거죠. ‘The Christmas Song’에서 작가로서 말하고 싶었던 건 이런 거예요. 인생이 원래 이런 것이다. 고난의 연속이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감내하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외피는 그것과는 좀 다른 모양인 거예요.

혼자 남겨진 것 같아도 우리를 지켜보고 보살피는 이들이 있고, 우리는 용서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맞아요. 크리스마스에 걸맞게 조금은 따뜻한 에피소드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 안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들어가게 되는 거거든요. 우리가 도무지 해결 못 할 고통이 산재해 있고, 어떨 때는 가로막혀서 나아가지 못하고 표류한 채 고통스러워하잖아요. 근데 결국에는 아주 사소한 순간들 때문에 다음으로 넘어가게 되는 거예요. 그 고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지만, 아무튼 넘어가고 견뎌내게 되는 거죠. 사실 가장 말하고 싶은 건 ‘고통은 사라지지 않지만’이라는 그 부분이었는데, 이 작품 안에서는 그것을 감내하고 용서하는 형태로 표현되는 거죠.

저는 특히 Part.2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걸 찍은 사람은 실제로 굉장히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오해입니다.

(웃음) 아닌가요? 작은 시골 성당의 온기라든가 유년기에 대한 그리움 같은 느낌을 굉장히 섬세하게 포착했다고 느꼈는데요.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희망’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부분이라거나.

그렇게 보셨다면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제가 따뜻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어요. 긍정도 부정도 하기 힘들어요. 솔직히 기자님처럼 누군가가 ‘따뜻한 사람이라서 그런 시나리오와 연출이 나오지 않았겠느냐’ 하면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데 사실 작품을 만들 때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들과 전략적으로 가져가는 부분이 막 섞이잖아요. 시나리오를 계속 발전시키면서 뒤엉키다 보면 나중에는 아예 둘을 구분할 수가 없어져요. 사실 저는 이 정도예요. 어차피 작품은 내놔야 하고, 그 작품의 목적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할 때 굳이 나쁜 방향으로 가져갈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지금 세상이 어떤지 생각하고 공감과 위로가 되는 얘기를 하는 거죠. ‘시민들을 위해서, 공익을 위해서 내가 이런 걸 만들 거야’ 이런 태도는 아니에요. 좋은 사람인 게 아니라 선택지에 섰을 때 두루두루 좋은 방향을 택하는 건데,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죠.(웃음)

<도시동화> 전에도 AI로 작업을 하신 적이 있더라고요. 통째로 AI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발표하셨죠.

네. 일레인이라는 뮤지션의 ‘I Will Always Miss You’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였죠. 그 친구가 어릴 때부터 제 작업에 노래를 많이 불러줬는데, 진짜 재능이 큰 뮤지션이거든요. 그 친구의 뮤직비디오를 언젠가 만들어 주기로 했는데 이번에 정규 3집을 내면서 기회가 닿았죠. 그런데 인디 뮤지션이다 보니까 제작 예산이 여유롭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기왕 하기로 한 거 이 친구한테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지 고민하다가 AI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거죠.

제약이 오히려 새로운 도약이 된 경우군요. ‘최초의 100% AI 뮤직비디오’라고 화제가 됐었잖아요.

그렇더라고요. 업계에서도 우리 작품에 관한 얘기가 좀 돌았던 것 같고. 사실 그때만 해도 AI를 활용해서 나오는 것들이 흥미 위주의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클립들이 대부분이었지, 감정을 건드리거나 본격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져가는 작업물은 거의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이 기회에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AI 작업을 결정한 것도 있어요. 그런데 마침 또 다음 작업으로 구글 제미나이가 들어왔고. 뮤직비디오 작업을 통해 AI 연출에 대한 이해가 생긴 상태였던 터라, 구글 제미나이 광고와 <도시동화>까지 진행할 수 있었던 거죠. 사실 제가 작년에 APEC 2025 KOREA 홍보 영상 이후로는 광고는 미뤄두고 준비 중인 영화 작업을 좀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뭐가 맞물리면서 의도치 않게 계속 일을 하고 있어요.

행보에서 바운더리를 휙휙 뛰어넘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업계에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광고를 선보이고, 갑자기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고, APEC 홍보 영상을 찍고, AI로 영상 작업을 하고, 스토리텔링과 뮤직비디오와 홍보를 결합한 작업을 하고….

저는 그런 확장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작업을 하면 그 작업에서 가져가는 게 있어야 한다”라고요. 작품을 내놓는 건 감독이라는 직업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그 외에, 그 작업을 해낸 다음에 내가 성취하는 게 무엇인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이 작품을 진행하면서도 그다음 작품을 더 높은 레벨로, 더 나아간 결과물로 만들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사실 일을 하다 보면 그게 안 되거든요. 많은 사람이 어느 순간 안정 지향적으로 변해요.

‘딱 보면 견적이 나온다’ 하는 태도를 갖게 되고 그걸 ‘베테랑’ 같은 미덕으로 여기게 되는 거군요.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놔버리는 거죠. 겁이 나는 거예요. 이름이 알려질수록 주목도가 높아지고, 그러면 자꾸 그전에 먹혔던 걸 들고 오게 되고,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렇게 동력이 떨어지기 쉬워요. 왜냐하면 새로운 성취의 과정이… 사실 굉장히 고통스럽거든요. 그 고통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도 고통스러워야 해’ 하는 함정에 빠지는 거죠.

커리어 내내 매 작업에 새로운 진전을 만들어야만 한다니, 듣기만 해도 지치는데요.

사실 힘들어요. ‘좀 쉽게 가자’는 그 유혹이 뭔지는 저도 알아요. 제 선택지에도 늘 보여요. 저도 워낙 게으른 사람이라서. 그런데 저는 제가 회사 대표라는 자리에 앉아 있어서 그 선택을 못 하는 거죠. 이제 돌고래유괴단에 8명의 감독이 있는데, 다 신입으로 들어와서 여기서 감독이 된 후배들이거든요. 지금도 감독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고요. 게다가 연출팀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여기서 안일한 선택을 하고 삐끗해서 그 친구들한테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결국은 그들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도 너무 싫은데, 너무 고통스러운데 오만상을 다 쓰면서 매번 새로운 걸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감독이라는 직업 측면에서 보면, 그런 책임감으로 계속 새로운 걸 해 나가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인 거고요.

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박선용
  • HAIR 이영재
  • MAKEUP 유지연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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