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모르셔서 그렇지 요즘은 다들 새깅으로 입어요.

반항과 자유를 상징하며 힙합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새깅은 이제 거리에서도, 런웨이에서도 흔히 목격된다. 단순히 바지를 내려 입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언더웨어를 드러내느냐, 어떤 톱을 매치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더 이상 특정 세대나 서브컬처에 한정되지 않고, 자기식으로 해석하며 무궁무진한 스타일로 확장되는 중이다. 스트리트 감성과 하이패션을 잇는 연결고리로 자리 잡은 새깅 트렌드, 이제 당신만의 방법으로 시도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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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깅(Sagging)은 말 그대로 ‘늘어지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sag에서 파생된 용어로, 바지를 의도적으로 엉덩이 혹은 허벅지 아래까지 내려 입어 언더웨어 일부를 노출하는 스타일링을 말한다. 그 기원에 대한 설은 여럿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건 미국 교도소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다. 수감자들이 벨트를 착용할 수 없었기에 바지가 흘러내렸고, 이 모습이 거리로 전파되며 반항의 상징이 된 것이다.

1990년대에는 투팍, 스눕 독 같은 힙합 아이콘들이 뮤직비디오와 스트리트에서 새깅을 즐겨 입었고, 이는 곧 전 세계 대중의 패션 코드로 번졌다. 동시에 스케이트보딩 문화도 큰 역할을 했다. 활동성을 위해 헐렁한 팬츠를 입던 보더들이 자연스럽게 새깅 스타일을 받아들이면서, 힙합과 스케이트보드라는 두 강력한 서브컬처가 새깅을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산시킨 것이다. 단순히 바지를 내려 입는 행위가 아니라 자유와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새깅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피디에프(PDF)의 2026 S/S 컬렉션이 좋은 참고가 된다. 허리 위로 드러나는 복서에는 컬러풀한 패턴부터 레오퍼드, 체크까지 다양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새깅을 더욱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존재감 있는 벨트로 레이어를 더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볼드한 장식이 더해진 벨트라면 자연스레 허리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 또한 복서와 팬츠가 한 벌처럼 디자인된 하이브리드 팬츠는 간편하게 새깅 무드를 완성해준다. 런웨이 위 모델들처럼 한 손으로 팬츠를 살짝 잡고 여유 있게 걷는 제스처 또한 잊지 말 것.

한 코펜하겐(Han Kjøbenhavn)은 보다 미니멀한 접근으로 새깅을 해석했다. 과장된 어깨와 와이드 팬츠가 만든 실루엣이 슬림한 허리를 강조하고, 거기에 새깅을 포인트로 얹은 것이다. 이처럼 팬츠를 크롭트 톱과 매치해 허리를 드러내면, 무심한 듯 툭 내려 입은 연출만으로도 새깅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미니멀룩 속의 새깅’이라면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새롭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모노톤으로 스타일링하고 선글라스를 더하면 세련됨은 배가된다.

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는 캐주얼한 수트 스타일링에 새깅을 접목했다. 보통 스트리트에서만 보던 새깅을 포멀한 테일러드 룩에 녹여내 반전 매력을 선보인 것이다. 이렇게 포멀한 룩에 새깅을 더할 때는 바지를 한껏 내리기보다 적당히 로웨이스트 팬츠를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그리고 위트를 더한 스타일링을 하고 싶다면 컬러풀한 복서를 활용해보자. 톤온톤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해도 멋스럽고, 과감히 대비를 줘도 좋다. 마지막으로 상의를 복서에 과감하게 턱인(tuck-in)하는 디테일까지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