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영화 '얼굴'에서 박정민의 1인 2역을 반긴 이유 part 1
영화 <얼굴>을 쓰고 연출한 연상호는 이 영화의 작업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 영화를 고른 박정민의 눈을 믿었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박정민) 재킷, 셔츠, 타이 모두 디올 맨. (연상호) 재킷, 니트 톱 모두 프라다.
박정민 배우가 개인 컷을 촬영하는 동안 연상호 감독이 인터뷰룸에 먼저 들어왔다.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그의 신작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감독님도 스크린 개봉은 꽤 오랜만이죠?
연상호(이하 ‘연) 그렇죠. 좀 됐죠. <반도>가 몇 년도였더라…아마 2020년인가 그랬으니까 5년 만에<얼굴>로 극장 개봉을 하는 거죠.
개봉을 기다리는 느낌이 어떤지 궁금해요.
연 사실 그사이에 영화를 제작하고 배포하고 개봉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잖아요. <반도>를 촬영할 때는 코로나라는 게 세상에 없었고, <반도>를 개봉했을 때는 코로나로 인한 격리 조치 등이 심해지던 때였어요. 그 이후에 영화 관람 형태 등에서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지금은 그전과는 모든 게 달라졌죠. 일단 영화를 대하는 문화가 완전 달라져서 거의 뭐, 극장 개봉을 처음 하는 것처럼 낯설어요. 홍보 마케팅 문화도 낯설고요.
하긴 그때만 해도 영화 개봉한다고 해서 주연배우들이 유튜브 채널 3개에 쫙쫙 나눠서 나가는 등 체계적인 홍보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죠.
연 유튜브 채널에 나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당연시 여기지는 않았죠.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봤을 땐 두 가지 질문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것과 ‘현대사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어요. 특히 두 번째 질문은 굉장히 두드러지게 우화적이죠. 사실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질문을 맞물리게 계획한 점이 재밌었습니다.
연 후자의 질문을 사회학적인 로직으로 접근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걸 감정의 형태로 변화시켜 전달하는 게 예술로서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우화적인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만화보다는 영화가 좀 더 감정에 충실하긴 합니다. 작품에서 임영규(권해효가 분한 늙은 시절 임동환의 아버지)가 마지막에 내뱉는 외침들을 보면, 그건 현대를 사는 우리의 열등의식 혹은 그것을 이겨내려 했던 괴물 같은 모습이 응축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걸 꼭 ‘성장 중심 세대의 근대사’라는 틀에 가두기보다는 그냥 그런 감정이 존재할 수 있는 걸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감정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면, 꼭 성장 중심의 근대사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사회문제든 해석해내는 게 가능해진다고 믿었던 거죠.

재킷 프라다. 셔츠 에디터 소장품.

재킷, 셔츠, 타이 모두 디올 맨.
답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방식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거군요. 앞으로도 새로운 광풍이 불어닥쳤을 때, 우리는 어떻게 감정을 풀어나가야 하는가.
연 그렇죠. 당장에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바로 대입해볼 수도 있겠죠.
마지막에 나오는 정영희(임동환의 어머니. 신현빈 분)의 얼굴을 두고도 여러 얘기가 있었죠.
연 정말 많은 분이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분명히 만화의 마지막에 정영희의 얼굴을 그려뒀거든요. 그런데 그 얼굴을 보고 나서도 저한테 “어떤 얼굴이냐”고 묻더라고요. 시각적인 정보로 어떤 얼굴인지를 이미 전달했는데, 그걸 보고 무슨 얼굴이냐고 묻는 게 신기했죠.
그걸 다시 사회적으로 기호화해주기를 원하는 거죠.
연 그렇죠. 바로 그 부분이 영화가 문학과 절대적으로 다른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그 얼굴을 보고 감각하게 하는 것이 영화인데,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도 문자화되고 기호화된 일종의 답을 원한다는 점이요. 결과적으로 보면 작품 속에서 정영희를 ‘괴물 같다’라고 기호화할 수 있었던 동력 역시 영화와 만화가 가진 시각 매체로서의 특성, 독창성에서 나왔다는 생각도 들고요.
영화 제목은 <얼굴>인데 막상 그 주인공인 정영희의 얼굴은 만화에선 내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 역할을 수락한 신현빈 배우도 대단해요.
연 실은 신현빈 배우랑 <계시록>이라는 영화를 함께 작업할 때 ‘내가 <얼굴>이라는 영화를 찍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인데, 이걸 할 배우가 있을까?’라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신현빈 배우를 염두에 두었던 건 아닌데, 얘기를 듣더니 ‘나라면 신경 안 쓰고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읽어보라고 대본을 보냈죠. 그렇게 같이 하게 됐습니다. 현빈 씨는 오히려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데, 손이라든지, 어깨의 움츠림 같은 걸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흥미롭게 생각했어요. 찍다 보니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어느 순간에 얼굴이 안 나오는 걸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화에서는 묘한 얼굴이 나옵니다. 기호화된 괴물도 아니고, 역시나 기호화된 미인도 아니죠. 신현빈 씨의 얼굴에서 그런 묘한 모습이 나올지 걱정도 됩니다.
연 만화를 그릴 때 제 생각이 그랬어요.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얼굴은 누구의 얼굴도 아니면서 누구의 얼굴도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요. 결과적으로는 원작에서의 그 느낌을 실사화하기 위해 신현빈 배우의 얼굴과 닮았으면서 원작에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얼굴을 만들어냈지요. 컴퓨터그래픽 팀에서 당시 여성의 가장 보편적인 평균의 얼굴을 산정해내고 신인 배우의 실사 가이드도 참고해가며 어떤 얼굴을 만들어냈어요.

재킷, 셔츠, 타이 모두 디올 맨. 팬츠 아미. 슈즈 아워레가시.

재킷, 니트 톱, 팬츠, 슈즈 모두 프라다.
박정민 배우가 개인 촬영을 끝내고 인터뷰룸에 들어섰다.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함께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정민 배우가 아들인 임동환과 아버지 임영규의 젊은 시절 역할로 1인 2역을 맡은 것도 참 특이합니다. 그냥 임영규의 과거와 현재를 맡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연 <얼굴>의 단행본이 나온 게 마침 박 배우랑 <염력>을 찍을 때였어요. 옛날에 낸 <얼굴>이라는 만화 작품이 있는데, 이걸 영화화할 건데 같이하자고 했지요. 박 배우가 이미 이 작품을 알고 있더라고요. 잠시 후에 연락이 왔는데, 아마 그사이에 만화책을 다시 읽어본 모양이더라고요. 그러더니 아버지의 젊은 시절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더라고요.
아! 원래는 아들인 임동환 역만을 제안한 거였군요.
연 그랬었죠. 그러더니 “아버지 젊은 시절까지 1인 2역을 하면 어떨까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박정민(이후 ‘박’) 그게 좀 디테일이 있어요. <염력> 시사회 때 감독님이 <얼굴> 만화책을 주시면서 꼭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재밌게 봤는데, 언젠가 만났을 때 <지옥>이라는 작품이랑 <얼굴>을 영화로 찍겠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꼭 좀 불러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그리고 1인 2역은… 만화책을 보면서 ‘아들 임동환만 해서는 관객들에게 큰 임팩트를 줄 수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님께 물어봤더니 아직 아버지의 젊은 시절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기에, 영화에서 제가 좀 더 잘 보였으면 해서 1인 2역을 하겠다고 나선 거예요.
근데 임동환도 만화책을 보면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할 만한 장면들이 있던데요.
연 임팩트라고 하면 터지는 걸 기대하는데, 동환의 캐릭터는 터지는 장면이 없지요.
박 관객들은 결국 발산하는 역할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거든요.
연 근데 또 막상 보면, 임동환 역을 정말 잘했어요. 영화를 보면 정말 깜짝 놀라는 포인트들이 좀 있을 거예요.
박 그건 아마 임영규를 같이 해서 그런 걸 거예요. 만화를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임영규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저는 이미 한 번 임영규를 이해한 것과 다름 없어서 임동환을 연기할 때 자연스레 임영규를 이해하는 반응들이 무의식적으로 표현이 되더라고요.

재킷, 니트 톱, 팬츠, 슈즈 모두 프라다.
Credit
- FEATURE EDITOR 박세회
- FASHION EDITOR 박민진
- PHOTOGRAPHER 채대한
- STYLIST 이혜영
- HAIR 박은지
- MAKEUP 이혜진
- ASSISTANT 이원경
- ART DESIGNER 주정화
WATCH
#워치스앤원더스, #반클리프아펠, #파네라이, #피아제, #에르메스, #샤넬, #까르띠에, #예거르쿨트르, #몽블랑, #불가리, #위블로, #프레드릭콘스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