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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싱글 빈야드 BDM의 원조 '발 디 수가'의 진짜 모습을 보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팬들이라면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5.06.27
나라셀라가 이번에 선보이는 와인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델라고(Brunello di Montalcino Vigna del Lag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포지오 알 그란키오(Brunello di Montalcino Poggio al Granchi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스푼탈리(Brunello di Montalcino Vigna Spuntali)',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 총 5종이다.

나라셀라가 이번에 선보이는 와인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델라고(Brunello di Montalcino Vigna del Lag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포지오 알 그란키오(Brunello di Montalcino Poggio al Granchi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스푼탈리(Brunello di Montalcino Vigna Spuntali)',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 총 5종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몬탈치노 지역에서 최초로 크뤼급 '싱글 빈야드' 개념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낸 와이너리가 나라셀라를 통해 국내에 진출했다. 1983년에 싱글 빈야드 와인 ‘비냐 델 라고(Vigna del Lago)’를 선보이며 크뤼급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시대의 포문을 연 '발 디 수가'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뭐고 크뤼급 싱글 빈야드는 뭔가요? 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라는 풀 네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비디엠'(BDM)이라는 단어는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난 바르바레스코보다 비디엠이 입에 맞더라"라고 할 때의 바로 그 비디엠이다. 비디엠은 말 그대로 '몬탈치노의 브루넬로' 포도로 양조한 와인을 뜻한다. 브루넬로는 우리에게 생소한 전혀 다른 품종이 아니라 포도알이 크고 복합적이고 풍부한 바디감을 지닌 산지오베제의 일부 클론, '산지오베제 그로쏘'의 다른 이름이다. 비디엠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 산지오베제 그로쏘만을 사용해야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특별한 클론이 비디엠의 캐릭터를 만드는 중심이기에 다수가 이 클론을 사용하고 일부가 일반 산지오베제를 섞어 사용한다.

와인의 프로모션을 위해 한국을 찾은 에토르 돈젤리 브랜드 매니저의 모습.

와인의 프로모션을 위해 한국을 찾은 에토르 돈젤리 브랜드 매니저의 모습.

비디엠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불과 40여년 전인 1980년대. 발 디 수가는 그 한참 전인 1969년 몬탈치노 북부의 농경지를 매입하며 설립된 와이너리로, 와이너리를 가로지르는 수가 강(Suga Stream)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와이너리는 1973년 첫번째 수확을 맞이했고, 2 년 후인 1975 년 발 디 수가라는 이름으로 첫 와인을 출시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시기에 단일 포도밭에서 최고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점이 이 와이너리의 특별한 점이다. 사실 '싱글 빈야드'는 프랑스의 부르고뉴에서 이탈리아로 수입된 개념이다. 프랑스 와인의 섬세한 매력을 표방하는 이 와이너리는 1983년 몬탈치노 북동 쪽에 위치한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된 비냐 델 라고(Vigna del Lago) 크뤼를 선보인 데 이어, 1988년에는 몬탈치노 남서쪽에 위치한 비냐 스푼탈리(Vigna Spuntali)를, 1999년에는 남동쪽에 위치한 포지오 알 그란키오(Poggio al Granchio) 포도밭을 인수하며, 지금도 몬탈치노 지역의 최상급 싱글 빈야드 세 곳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최상급 싱글 빈야드만이 이 와이너리의 장점은 아니다. 대부분의 빈야드에서는 최상급의 포도를 싱글 빈야드 양조를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는 보통의 비디엠을 만드는 데 쓴다. 즉 토양과 기후가 전혀 다른 싱글 빈야드를 몬탈치노 지역 세 곳에 가지고 있는 발 디 수가의 경우 좀 더 복합적인 블렌딩을 할 수 있는 재료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몬탈치노 지역에서 세 곳의 밭에서 난 포도를 섞을 수 있는 와이너리는 발 디 수가 뿐이라는 점 역시 중요하다.

그렇게 만든 차이가 가장 멋지게 드러나는 것은 바로 '알디엠'(로쏘 디 몬탈치노) 제품이다. 발 디 수가 로쏘 디 몬탈치노 2022은 비디엠의 저숙성 동생 같은 카테고리로 최소 24개월의 오크 숙성과 6개월의 병숙성을 거치는 비디엠과는 달리 최소 6개월의 오크 숙성과 최소 3개월의 병숙성을 거친 제품이다. 숙성을 오래하지 않은 와인답게 반짝 반짝 빛나는 생명력이 최고의 매력. 마치 젊은 피노 누아를 떠올리게 하는 옅은 와인 컬러에 어울리게, 체리, 레드 커런트 등의 붉은 과실향을 중심으로 하지만, 오렌지 제스트, 삼나무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훌륭한 밸런스를 완성한다.

알디엠과 비디엠의 차이를 느껴보고 싶다면, 발 디 수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20와 비교 시음을 해보면 좋다. 알디엠이 발랄하고 상큼한 레드였다면 발 디 수가의 이 비디엠은 좀 더 진하고, 묵직한 장미빛의 빨강이다. 잘 익은 붉은 과실의 향, 오렌지 껍질에 더해 발사믹 식초와 장미의 플로럴한 뉘앙스가 강렬하게 풍긴다 . 특히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한 구조감을 지닌 탄닌이 입 안을 가득 메우며 긴 여운을 남긴다.

싱글 빈야드 와인들끼리의 비교야 말로 럭셔리한 즐거움이다. 호수(Largo)옆에 있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델 라고(Brunello di Montalcino Vigna del Lago)라 이름 지어진 이 밭은 환원된 철성분이 푸르스르하게 녹아 있는 진흙 토양을 특징으로 하며 3개의 싱글 빈야드 중 가장 서늘하다. 밝은 루비빛에 체리, 오렌지 껍질, 생강, 말린 꽃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점토질 토양에서 비롯된 우아한 타닌과 미네랄리티, 흰 후추의 은은한 풍미가 감귤류의 쌉싸름함과 조화를 이룬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포지오 알 그란키오(Brunello di Montalcino Poggio al Granchio)는 남동쪽 편암 토양의 밭에서 생산됐다. 테루아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싱글 빈야드 와인으로, 보랏빛이 감도는 짙은 루비색을 띠며, 체리, 블랙베리, 레드 커런트의 풍부한 아로마가 돋보인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냐 스푼탈리(Brunello di Montalcino Vigna Spuntali)는 해변에서 불과 40km밖에 안 떨어진 해발고도 300m에 위치한 석회질 모래밭이다. 사암이 부서진 모래밭에서 자란 이 와인은 가넷빛을 띠며, 타임과 로즈마리 등 지중해 허브를 비롯해 정향, 감초 등의 향신료 아로마, 그리고 견과류, 초콜릿 담배 등의 뉘앙스가 인상적으로 어우러진다. 잘 익은 베리류와 감귤류의 풍미와 함께 철분, 요오드 등의 풍부한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 이 와인을 발 디 수가에서 최고로 치는 이들이 많다.

Credit

  • PHOTO Val di Su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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