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 이케아를 다시 보다
이케아의 고향 스웨덴 엘름훌트에 다녀왔다. 이케아를 다시는 예전과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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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 행사장 내 옴미엥에(OMMJÄNGE) 전시관. 19세기 스웨덴 민속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으로, 금속 오두막 모양의 전시관에 꾸려졌다.
“여기서 보니까 이케아 제품들이 좀 다르게 보이지 않나요?” 2025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 행사장을 돌아보던 중에 이케아코리아 직원이 무심코 건넸던 질문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케아의 집념을 보여주는 전시관 ‘팩토리’를 막 빠져나온 참이었고, 세계 취약 지역 사회적 기업과의 협업으로 제작되는 ‘메빈(MÄVINN)’ 컬렉션의 전시관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사실 거기 있는 것들이 딱히 희소성 있는 제품들은 아니었다. 출시 예정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 이케아 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기는 했다. 똑같은 제품도 그곳에서 사뭇 다르게 보이는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는 이케아의 고향인 스웨덴 엘름훌트에서 열리는 연례 축제다. 팬데믹 이후로 멈췄다가 5년 만에 재개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올해 행사는 유독 풍성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다. ‘미드 소마’ 콘셉트의 웰컴 디너부터 다양한 주제의 발표회, 전시관, 본사 시설 투어, 협업 디자이너들의 패널 토크, 라이브 공연, 헤어스타일을 옛날 이케아 카탈로그 속 스타일로 바꿔주는 미용실까지. 개중에서도 흥미로웠던 행사 중 하나는 이케아 제품 개발 및 생산 본부에서 열린 ‘이케아 디자인 비하인드 스토리’ 발표였다. 예를 들어 올해 10월 출시될 새로운 벽 선반의 개발 과정을 소개하던 헨리크 프레웃스 시니어 디자이너는 팔레트 대당 선적 가능 수량을 늘리기 위해 최종 단계에서 제품 너비를 1mm씩 줄였던 기억을 언급하며 행복해했는데, 그런 태도에서 느낄 수 있는 이케아의 ‘진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1mm 차이가 운송 비용의 차이를 만들고, 결국 가격을 드라마틱하게 줄일 수 있었던 거죠.”

이케아 제품 개발 및 생산 본부에서 모두발언 중인 제품 개발 및 생산 총괄본부 이사 프레드리카 잉에르.

패널 토크를 진행한 구스타프 베스트만 디자이너와 이케아 관계자. 이날 구스타프 베스트만은 이케아와의 ‘파티 문화 재조명’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했다.
이케아 직원들은 그 진심을 좀 다르게 부른다. ‘데모크래틱 디자인’이라고. 이케아가 공유하는 일종의 디자인 신조라고 할 수 있는 해당 개념은 모든 제품을 디자인(form), 품질(quality), 기능(function),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낮은가격(low price)이라는 다섯 항목의 균형에서 바라본다. 옷장, 소파 같은 가구에서부터 숟가락 하나, 심지어 미트볼까지도 말이다. 새로 개발된 팔라펠 메뉴에 어떤 방식으로 데모크래틱 디자인이 적용되었는지 설명하던 이케아 푸드 랩의 푸드 디자이너 다니엘 윙베손은 그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이런 과제를 바탕으로 할 때 모든 개발 과정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거죠. 저는 데모크래틱 디자인이 정말 좋아요.”
이케아 테스트 랩에서 가히 집념에 가까운 품질 검증 과정을 지켜볼 때, 이케아 본사 디자이너의 자택에 초대받아 그들의 생활관을 느껴볼 때, 그리고 직장에서 몇십 년 동안 강조해온 운영 철학에 대해 ‘좋아한다’고 덜컥 고백하는 직원을 볼 때, 비로소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엘름훌트에서 이케아 제품들이 왜 사뭇 다르게 보이는지. 이곳은 이케아의 정신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그들에게 이케아 제품은 ‘충분한 물건’을 넘어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당신을 초대한 이유죠.” 이런 감상을 들려줬을 때, 이케아의 제품 개발 및 생산 총괄본부 이사 프레드리카 잉에르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늘 비용과 기능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힘을 쏟지는 못하지만, 그것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전달하고 ‘하나의 이케아’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에요.”

스웨덴 엘름훌트에서 열린 2025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 행사 전경.
Credit
- PHOTO 이케아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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