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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치 홍콩에서 생긴 일

매년 3월엔 홍콩에 가야 한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5.05.07
층과 3층으로 구성된 아트 바젤 홍콩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층과 3층으로 구성된 아트 바젤 홍콩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3월의 홍콩은 특별하다. 춥지도 덥지도 습하지도 않은 쾌적한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의 대형 글로벌 이벤트가 홍콩 전역을 들썩이게 하는 시기라서 그렇다. 홍콩관광청은 이를 ‘홍콩 슈퍼 마치(Hong Kong Super March)’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홍콩을 찾는다면 “호텔이랑 비행기 예약했으면 충분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대문자 P’ 성향의 여행객이 되어도 괜찮다.

‘아트 바젤 홍콩’부터 시작해보자. 2013년 시작된 아트 바젤 홍콩은 아시아 미술 시장을 대표하는 아트 페어로 전 세계에서 온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컬렉터, 미술 애호가 등 약 8만 명이 방문하는 글로벌 이벤트다. 프리즈 서울이 생기기 전엔 명실상부 아시아에서 열리는 유일한 대형 아트 페어였다. 방문객 수는 코로나 기간에 잠시 주춤했지만, 2023년 이후 다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42개국에서 온 240개의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3월 26일부터 닷새간 9만1000여 명이 왔다 갔다.

아트 바젤 홍콩은 갤러리들이 꾸미는 ‘갤러리즈’ 섹터 외에도 볼거리가 빼곡하다. ‘인카운터’ 섹터가 대표적이다. 인카운터는 갤러리즈와 달리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가 아니다. 2015년부터 인카운터의 큐레이팅을 맡아온 알렉시 글라스 켄터 디렉터는 올해 총 18점의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중 14점이 아트 바젤 홍콩을 위해 특별 제작한 작품이다. 인카운터 섹션은 아트 바젤 홍콩이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현대 아시아 미술을 조망하는 미술관처럼 보이게 한다. 우리나라 갤러리 중에선 갤러리바톤과 휘슬 갤러리가 인카운터에 참여했다. 형형색색의 기둥과 벤치로 만든 갤러리바톤의 ‘영원한 토론 플랫폼’(리암 갈릭 作)은 관람객이 앉아 쉬거나 독특한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아트 바젤 홍콩에 발맞춰 ‘아트 센트럴’과 미술관 ‘M+’의 피카소 특별전도 열렸다. 거칠게 설명하면, 아트 바젤이 1부 리그라면 아트 센트럴은 2부 리그쯤 된다. 센트럴 부둣가에서 열린 아트 센트럴에는 신진 아티스트의 실험적인 작품이 주를 이뤘다. 아트 바젤과 아트 센트럴까지 방문한 아트 러버라면 M+ 미술관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스위스 건축 회사 헤르조그 & 드뫼롱이 설계하고 정도련 큐레이터가 부관장으로 있는 M+는 아시아 최고 미술관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3월 15일부터 열린 <아시아를 위한 피카소>전에는 파리 국립 피카소 미술관에서 대여한 피카소 대표작 60여 점이 전시됐다. 여담이지만, 미술관 앞 공원 테라스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감상하는 빅토리아 하버와 센트럴 홍콩의 스카이라인이 일품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M+ 3층에 위치한 모수 홍콩을 찾아 인증샷 하나쯤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예약이 된다면 말이다.

올 초 개장한 카이탁 스포츠파크의 주 경기장은 최대 5만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올 초 개장한 카이탁 스포츠파크의 주 경기장은 최대 5만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3월의 홍콩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기둥은 ‘홍콩 세븐스’다. 매년 전 세계 12개 팀이 모여 2박 3일간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7인제 럭비 리그다. 럭비는 크게 15인제 럭비와 7인제 럭비로 구분되는데, 7인제 럭비 경기의 전개 속도가 훨씬 빠르다. 경기 시간만 봐도 그렇다. 15인제 럭비는 전반 40분, 후반 40분 진행하지만, 7인제 럭비는 전후반 각각 7분씩 총 14분이다. 정식 축구 경기장에서 풋살을 한다고 상상해보면 경기 시간이 더 짧은 이유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쉴 새 없이 전력 질주를 하고 몸을 부딪치고 점프를 하는 럭비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7분 이상 경기를 진행했다가는 저들의 심장이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이 든다.

31주년을 맞이한 홍콩 세븐스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지난 3월 1일 개장한 카이탁 스포츠 파크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5년간 환화로 약 6조원을 들여 만든 이곳은 과거 카이탁 국제공항이 있던 부지를 재개발한 것으로 최대 5만 명까지 수용 가능한 카이탁 스타디움과 1만 석 규모의 아레나, 쇼핑몰, 호텔이 한데 모여 있는 홍콩의 새로운 ‘핫플’이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돔 형태일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경기장 곳곳에 활용해 가상현실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어느 선수가 터치다운에 성공하면 뉴질랜드의 국기와 팀 컬러, 선수의 이름이 실시간으로 관람석 천장, 외벽, 기둥 등에 표시되는 식이다. 2025 대회의 우승은 남자 부문 뉴질랜드, 여자 부문 아르헨티나가 차지했다.

재미있는 점은 아트 바젤 홍콩을 찾은 사람과 홍콩 세븐스를 찾은 사람 모두 밤이 되면 소호 지역으로 모인다는 사실이다. 센트럴과 성완 사이에 위치한 소호에는 2024년 ‘아시아 50 바’ 1위, ‘글로벌 50 바’ 2위를 차지한 바 ‘레오네(Leone)’를 비롯해 수십 개의 바가 골목골목마다 자리를 잡고 있다. 레오네의 경우 오후 5시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녁 식사 후 바를 찾았다가 “미안, 네 앞에 50팀이 있어서 더 이상 예약을 받을 수가 없어”라는 대답만 들었다. 더 세이보리 프로젝트(19위)와 페니실린(24위)도 상황은 비슷하다. 길게 줄을 서고 싶진 않지만 괜찮은 칵테일을 맛보고 싶다면 ‘디 올드맨’이 제격이다. 스피크이지바 콘셉트의 20명 남짓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활기찬 분위기와 개성 강한 칵테일 덕에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밖에도 ‘NJZ’가 활동 중단 선언을 해 화제가 된 팝 컬처 페스티벌 ‘콤플렉스콘’과 총 상금 2000만 달러가 걸린 LIV 골프 홍콩, 1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마대회 ‘홍콩 더비’도 전부 3월에 열렸다. 이쯤 되면 홍콩관광청이 ‘슈퍼’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게 납득이 된다. 내년 3월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면, 전 세계 유명 와인과 홍콩의 다채로운 퀴진을 테이스팅할 수 있는 10월의 ‘와인&다인 페스티벌’을 노려보는 걸 권한다.


Cathay Pacific

비행은 여정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중요한 요소다. 순조로운 홍콩 여행을 위해 단 하나의 항공사를 골라야 한다면 단연 캐세이퍼시픽이다. 스카이트랙스 5성급 항공사이자 항공 얼라이언스 ‘원월드’의 창립 멤버인 캐세이퍼시픽은 라운지부터 남다르다. 2024년 1월,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에 문을 연 원월드 라운지는 신규 라운지답게 다른 항공사 라운지에 비해 넓고 세련된 공간을 자랑하는데, 한국의 갓을 형상화한 대형 조명과 태극 문양을 연상케 하는 가구 덕에 라운지라기보단 잘 꾸며진 인테리어 카페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라긴 이르다. 홍콩 국제공항에 위치한 캐세이퍼시픽 라운지는 럭셔리 호텔 ‘로즈우드’와 제휴해 라운지를 운영한다. 메인 라운지 이름은 ‘더 피어’이며 더 다이닝룸, 더 리트리트, 더 뷰로 나뉘어 있다. 하이라이트는 더 다이닝룸이다. 즉석에서 조리하는 탄탄면과 딤섬의 맛이 홍콩 시내 미쉐린 1스타 식당에서 먹은 것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캐세이퍼시픽이 홍콩 지역 양조장과 협업해 선보인 IPA ‘벳시’ 맥주도 라운지에서만 즐길 수 있으니 놓치지 말 것.


Credit

  • PHOTO 홍콩관광청 / 캐세이퍼시픽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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