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과 '언슬전' 대세 배우 강유석 인터뷰: '철 없는 상' 캐릭터에 담긴 반항과 성장의 에너지
<폭싹 속았수다> 공개 직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공개 직전의 강유석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반갑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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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 슬리브리스, 비즈 네크리스 모두 프로세스. 팬츠 페라가모. 아이웨어 젠틀몬스터. 펄 네크리스 빈티지 헐리우드. 브레이슬릿 스와로브스키. 코트,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실 유석 씨는 양은명 캐릭터가 이렇게 주목받을 줄은 몰랐던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 누가 그런 얘기를 하셨나요?
유석 씨 소속사 팀장님이요.
(갸웃거리며) 정확한데요. 그런 얘기 한 적 없는데.(웃음) 사실 은명이가 3막, 4막에서 비중이 좀 높아지긴 하지만 1막에선 아예 안 나오고 2막에서도 잠깐 등장하잖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은명이라는 캐릭터에 애착도 있고 공감도 많이 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이 캐릭터가 잘 보일까?’ 싶었던 거죠. 그런데 정작 공개되고 나니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은명이를 언급해주더라고요. 아마 은명이가 공감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어서 그랬지 않았나 싶어요.
3막, 4막으로 가면서 은명이가 만든 명장면도 많았잖아요.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돼지 저금통을 들고 천하장사 흉내를 내다가 엄마의 무심한 핀잔에 조용히 내려놓는 장면요. 은명이가 정말 잘 표현된 장면이었던 것 같거든요. 자기도 부모님한테 첫 번째이고 싶은데, 두 분은 늘 누나 얘기를 먼저 하잖아요. 그때도 막 까불다가 엄마가 “너희 누나는 아무 말없이 척척 해내던데 너는 늘 말만 그렇게 하고는” 하면서 무심결에 비교를 하니까 기가 죽었고요. 은명이가 가진 씁쓸함과 아픔이 그 한 장면으로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런 장면들로 설득하지 않았다면 은명이는 그냥 ‘은쪽이’인 채 끝났겠죠.
맞아요. 저 그 별명도 좋아해요. ‘어, 은쪽이? 되게 재밌는데?’ 했죠. (자꾸 엇나가는 은명이를 아동 문제 행동 관찰 프로그램 <금쪽 같은 내새끼>의 호칭 ‘금쪽이’에 빗대어 네티즌들이 붙인 별명)
저는 사실 은명이가 마냥 은쪽이인 순간들도 좋아해요. 특히 금명이가 엄마와 통화하다가 속상해하면서 “엄마는 왜 맨날 돈이 없어?” 하니까 엄마 옆에서 밥 먹으면서 엿듣던 은명이가 “너 때문에! 너 때문에!” 하고 소리치는 장면 있잖아요.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이상하게 그 톤이 안 잊히고 한 번씩 다시 보고 싶어요.
그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실제 남매의 느낌을 아니까 편하게 나온 부분인 것 같아요. 저도 실제로 누나가 있고, (아이유) 누나도 남동생이 있잖아요. 그래서 엄청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누나랑 붙는 신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을 정도로요. 그런 요소들이 재미도 있지만 넓게 보면 또 설득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제가 그냥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짜증 섞인 투로) 이렇게 표현을 했고, 사람들이 ‘왜 쟤는 늘 저렇게 짜증을 낼까’ 하고 받아들였다고 쳐요. 그럼 그건 설득이 안 된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표현 방식을 염두에 두고, 남매의 실제적인 관계성을 생각하고, 은명이가 금명이를 생각하는 방식을 감안하고, 그렇게 종합적으로 파악하면 같은 말도 달라질 수 있는 거예요. 금명이가 ‘왜 우리는 돈이 없냐’ 하는데, 순간적으로 아니 누나가 서울 가서 돈이 없잖아, 누나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실제 은명이 톤으로)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 하게 되는 거죠, 실제 상황이라도.

재킷, 팬츠 모두 구찌. 로퍼 크리스찬 루부탱. 네크리스 스와로브스키. 벨트, 키 체인, 삭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와. 저 방금 눈앞에서 손수건이 비둘기로 바뀌는 광경 보는 것 같았어요.
감사합니다.(웃음) 그렇게 납득해주실 여지가 좀 더 생기면 좋은 거죠. 많은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연기가 좋은 연기 같아요, 저는. 사실 이런 가치관은 매번 달라지는 거긴 한데요. 한 이틀 뒤에 물어보면 또 바뀌어 있을 수도 있긴 한데, 최근에 <폭싹 속았수다> 보면서 또 한번 절실하게 느꼈어요. 잘 설득하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저는 대본도 다 봤고, 리딩도 했고, 선배님들 연기를 눈앞에서 보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서 보니까 또 놀라워요. ‘와 선배님들이 정말 이걸 다 설득시키는구나, 다 스며들게 하는구나.’
워낙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많이 참여한 작품이었잖아요. 다른 배우들의 면모에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도 많을 것 같아요.
많죠. 저는 촬영장에서의 모든 순간이 행복했어요. 맨날 선배님들 연기하는 거 구경하기 바쁘고. 어머니, 아버지, 누나, 현숙이, 상길이…. 특히 (박)해준 선배님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사실 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하고, 예전에 다른 작품을 함께 한 적도 있거든요(티빙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그런데 이번에 또 새롭게 감동했어요. 선배님이 드라마 후반부의 ‘아픈 관식’을 표현하기 위해서 살을 정말 많이 빼고 촬영 전에 사우나에 오래 있다 오시고 그러셨거든요. 사실 저는 입원 치료를 받다가 돌아온 관식을 맞이하는 신을 준비하면서 약간 걱정하고 있었어요. 제가 잘 못 우는 편이라서. 물론 그 장면이 대본으로만 봐도 엄청 슬프긴 한데, 촬영 현장에는 사람도 많고 몰입을 어렵게 하는 다른 요소들도 있잖아요. 그런데 정작 촬영을 해보니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선배님이 들어오시는데 너무 마르고 퀭한 모습이셔서. 그걸 보면서 ‘어어, 우리 선배 왜 이렇게 말랐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하면서 그냥 막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선배님이 배역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주신 게 저한테도 너무 감사한 일이었죠.

팬츠 에스티유 오피스. 실버 펜던트 네크리스, 링 모두 톰우드. 레더 재킷, 이너 슬리브리스,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차기작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도 공개를 앞두고 있죠. 거기서는 유석 씨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되려나요?
거기서는 이제 20대 후반, 사회 초년생 엄재일의 ‘우당탕탕’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약간은 서툴고 또 철이 없지만 그래도 성장해나가는 초년생의 모습이죠.
필모에서 약간 높은 확률로 철이 없는 것 같네요.
맞습니다.(웃음) 지금 촬영 중인 <서초동>에서는 변호사 역할인데, 그렇다고 거기서도 막 시크한 느낌은 아니거든요. 좀 밝고 말이 많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뭔가를 주도하고 그런 느낌이죠. 제가 그런 상인가 봐요. 약간 철이 없는 상.
상이 아니라 특유의 에너지에서 오는 걸 수도 있죠. 제가 오늘 화보 시안에도 그렇게 써뒀잖아요. “강유석 배우 특유의, 리버 피닉스나 젊은 시절 조니 뎁을 연상케 하는 반항적이면서도 귀여운 느낌을 극대화했으면 좋겠다.”
저 사실 그 문구 보고 엄청 좋아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조니 뎁을 동경했거든요.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페로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윙카가 같은 배우라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러고 난 후에도 조니 뎁 출연작을 볼 때마다 놀랐고요. ‘아, 저 사람 조니 뎁이구나!’ 하고 뒤늦게야 알아보거나, ‘설마 이 사람이 조니 뎁이야?’ 하고 의아해하거나. 너무 멋있잖아요. 맡는 역할마다 다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는 게. 그때는 제가 연기에 관심을 갖기도 전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동경이었던 것 같아요.
저 근데 그냥 공치사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이번에 유석 씨 찾아보면서 그 생각 했어요. ‘어, <법쩐>의 그 검사가 강유석 배우였다고?’
제가 그나마 자주 듣는 얘기가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어, 쟤가 걔였어?” 저는 그걸 굉장히 큰 칭찬으로 듣고 있고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어떻게 보면 사람보다는 배역이 먼저 보인다는 거잖아요. 이 역할에서는 좀 착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저 역할에서는 악역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얼굴에 많은 요소가 있다는 얘기 같아서 좋기도 하고요. 배우한테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큼 좋은 얘기도 없을 테니까요.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최문혁
- STYLIST 박선용
- HAIR & MAKEUP 이소연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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