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양은명, 배우 강유석이 박해준 때문에 무방비 상태로 눈물...왜?
<폭싹 속았수다> 공개 직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공개 직전의 강유석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반갑다고 했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재킷, 셔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캡,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분위기가 상상했던 것과 좀 다르시네요.
아, 제가요? 그런가요?
개인적으로 유석 씨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부터 ‘장난꾸러기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직접 보니까 의외로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사람 같아서요.
(웃음) 제가 낯을 좀 가려서 그래요. 기본적으로는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요즘 들어 내향적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원래는 MBTI 검사하면 무조건 E가 나왔거든요? 그런데 점점 더 I 성향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쉬는 날이면 무조건 친구들 만나고 밖에 나가서 놀았는데, 요새는 그냥 집에서 쉴까 하는 마음이 자주 들기도 하고요.
최근에 생긴 취미가 독서와 필사라고 했죠.
몇 년 동안 그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책 읽어야지, 영어 공부 해야지…. 하지만 계속 미루다가 올해 2025년도 새해가 밝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죠.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하면서. 억지로라도 책을 읽을 수밖에 없도록 친구들이랑 독서 모임을 시작했고요. 복싱도 열심히 배우고 있고, 필사도 하고 있어요. 시, 소설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구절들을 모아놓은 필사 책이 있거든요. 그런 구절들을 한 번씩 되뇌는 시간도 참 좋고, 장기적으로는 어휘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올해 엄청 바빠지지 않았어요?
맞습니다. 전에 없이 바빠졌죠. 그래도 비는 시간은 늘 있으니까요. 옛날에는 그렇게 짬이 날 때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놀았다면 지금은 다른 것들을 하면서 보내는 거예요. 이렇게 저렇게 쪼개서 영어 공부도 하고, 필사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거 혹시 흔히들 말하는 ‘갓생’ 아닌가요?
맞아요, 갓생.(웃음)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어디서 봤던 말이, ‘할 때는 힘들더라도 하고 나서 기분이 좋은 일들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게임 같은 건 하는 순간에는 재미있는데, 다 끝나고 나면 ‘아 벌써 2시간이나 했네’ 하고 허탈해하잖아요. 운동은 반대죠. 할 때는 너무 힘들고 괴롭지만 집에 가는 길에는 굉장히 개운하니까요. 그래서 요즘이 참 좋습니다.

데님 재킷, 팬츠 모두 발리. 페도라 에릭자비츠. 비즈 네크리스, 실버 네크리스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 링 톰우드. 로퍼,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실례되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전에는 제가 유석 씨를 ‘신인’으로 인식했어요. 그런데 찾아보니 단역부터 시작해서 지난 7년간 차근차근 이력을 쌓아오셨더라고요.
괜찮습니다. 저는 아직 제가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얼굴을 알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빨리 자리 잡고 싶었죠. 그런데 마음 같지 않더라고요. 처음 1년 정도는 오디션을 볼 때마다 다 떨어졌거든요. 그 1년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작은 역할이라도 뭔가는 할 줄 알았는데 아무리 치열하게 준비해도 다 떨어지니까요. 그래도 그때의 경험이 쌓여 자양분이 됐는지 조금씩 기회를 얻게 됐죠. 작은 역할을 맡고, 대사가 좀 더 생기고. 지금 돌아보면 확 점프를 한 것보다 그렇게 계단처럼 성장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 자체가 그렇게 천천히 차근차근 나아가는 게 맞거든요. 새해가 되거나 뭔가를 소망할 일이 생길 때도 저는 늘 그렇게 기도를 해요. 첫째는 주변 사람들의 건강, 둘째는 ‘제가 지치지 않고 늘 한 발씩 나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어느 인터뷰에서 오디션 보고 오다가 길에서 운 적도 있다고 했더라고요.
아, 제가 그런 얘기까지 했나요?(웃음) 운 적이 있죠. 정확히는 오디션을 보러 가는 길이었고요. 가기 전에 메이크업을 받으려고 지하철역에 내려서 숍을 향해 걸아가면서 대사를 되뇌고 있었어요. 그때 오디션 지정 대사에 이런 게 있었거든요. “형, 나 있잖아. 만약에 지금 이렇게 수영 안 하고 그냥 공부하고 평범하게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갑자기 그 대사에 확 이입이 된 거죠. 내가 만약에 연기 안 하고 그냥 평범하게 살았다면 어땠을까? 보는 오디션마다 다 떨어지고, 너무 힘든 시기였으니까요. 걸어가면서 그냥 울었어요. 제가 또 멋있게 못 울거든요. 은명이(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강유석이 맡았던 배역)처럼 얼굴 찌푸리고 꺼이꺼이 울어요. 그래서 사람들 막 지나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눈물 콧물 흘리면서 걸었던 거죠.
이제는 그런 생각 안 하시겠죠? ‘연기를 안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요즘에는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이제는 칼을 뽑았기 때문에, 돌아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죠.
고3 때 연기를 시작한 것 같더라고요.
맞아요. 좀 늦은 편이었죠. 사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 반대가 굉장히 심했어요. 제 고향이 강원도 강릉인데, 부모님도 그런 걸 잘 모르니까 막연히 걱정되셨던 거예요. ‘너 서울도 한두 번 가본 애가 그걸 어떻게 하겠다고 그러냐’ ‘평범하게 살아라’ ‘너는 끼가 없다’ ‘팔랑귀라 안 된다’… 정말 다양한 이유를 들려주셨어요.(웃음) 저도 부모님을 한두 번 설득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PPT도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부모님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고요? 배우로서의 진로에 대해서?
네. 진짜 PT를 했죠. “이렇게 준비를 할 거고, 이렇게 해서 대학교에 갈 겁니다” 하고요. 한 6개월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많이 올린 적도 있고요. 이만큼이나 진심이고 열정이 있다는 뜻이었는데 “그래 그럼 계속 열심히 공부하면 되겠네”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러다가 고3 때 결국 허락해주신 거죠. 그런데 또 그해 입시에는 다 떨어졌거든요. 아직도 생각나는 게, 불합격 통보받은 날 제가 밥 먹다 말고 뛰쳐나와서 엉엉 울었어요. “이제 그냥 일반 대학교 가서 평범하게 살아라” 아버지가 그러시는데 그 말이 그렇게 서럽더라고요. 나는 아직 꿈을 펼쳐보지도 못했는데, 한 번만 제대로 해보고 싶은데. 그래서 또 부모님을 설득했죠. 재수만 해보겠다. 재수 해도 안 되면 바로 군대 가겠다. 갔다 와서… 그때는 다시 연기를 할지 말지 생각해보겠다. 그런데 다행히 그해 합격을 했던 거고요.

재킷, 셔츠,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이어커프 티링제이. 벨트,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공교롭게도 인터뷰의 짧은 호흡 안에서 길거리에서 엉엉 울었던 에피소드가 두 번이나 나왔어요.
그러게요. 울보처럼 보이겠네요.(웃음) 그런데 사실 저 정말 눈물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슬픈 영화를 보거나 하는 걸 제외하면 2, 3년에 한 번 우나? 근데 그때는 또 그랬나 봐요. 어렸고, 절실했으니까요.
아버지 얘기 듣다가 서운함에 뛰쳐나가서 엉엉 울었다는 에피소드는 <폭싹 속았수다> 은명이의 이미지와 겹쳐지기도 하네요.
맞네요. 비슷하네요. 그런데 저는 그 에피소드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은명이와 저와 비슷한 지점들이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저한테 누나랑 여동생이 있는데, 은명이도 3남매 중 둘째였잖아요. 저희 누나도 공부를 꽤 잘했거든요. 말썽도 한 번 부린 적이 없고요. 그에 비하면 저는 공부도 그냥 그랬고 자꾸 속을 썩였고요. 표현 방식에서도 은명이처럼 좋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은 늘 ‘이번에 강릉 가면 꼭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와야지’ 하는데, 막상 가면 또 막 짜증을 내요. 돌아오는 길에 후회하고.
그건 <폭싹 속았수다>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세상 모든 자식의 원죄 아닌가요?
하하하. 다들 그런가요? 그래도 저는 이 작품 덕분에 표현을 좀 하긴 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어머니가 <폭싹 속았수다> 너무 잘 봤다고 카톡을 보내셨더라고요. 평소에도 카톡을 하긴 하시는데 그냥 짧게 ‘아들 뭐 해?’ ‘밥 먹었어?’ 이 정도만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신 거예요. 그래서 저도 ‘어 그래, 재미있게 봐서 다행이네’ 이러면서 넌지시 사랑한다고 했죠. 이게 참, 별것 아닌데 어려워요.
그게 어디예요. 저는 어머니가 요즘 <폭싹 속았수다> 보신다고 하길래 다른 주제로 말 돌렸어요. 혹시라도 내용 얘기하다가 민망한 분위기가 될까 봐.
(웃음) 이 작품이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을 보여주잖아요. 제가 느낀 게, 보는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캐릭터에 자기를 투영해서 보는 것 같아요.
한 캐릭터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도 하겠죠. 강유석이 생각하는 양은명은 어떤 사람인가요?
누나 그늘에 가려졌고, 늘 누나와 비교가 되는데, 어쨌든 장남 기질이 있는 친구죠. 그게 잘 표현이 안 되니까 뭘 하든 투박하게 나오는 것 같고요. 아빠를 닮아서 사랑꾼인 것 같고… 사실 현숙이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많이 보여지지는 않았잖아요. 그래도 저는 그 둘의 관계를 보고 전사를 떠올리면서 많이 사랑했구나, 은명이에게 사랑꾼 기질이 있겠구나 했어요.
거 봐요. 신기한 게, 저는 은명이가 스스로는 주체적이라 생각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잘 휩쓸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첫 키스도 현숙이에게 먼저 당했고, 현숙이 오빠들이 때리니까 이별하려 하고, 근데 또 현숙이가 몰아붙이니까 다시 얼싸안고. 커서 ‘인생 한 방’에 대해 늘어놓는 사람이 된 것도 친구의 가치관에 물든 것 아닐까 싶었고요.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왜 부상길, 그러니까 저희 장인어른이 은명이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장면도 있잖아요. “걔는 간이 콩알만 해. 그럴 인물이 못 돼.” 그런데 저는 대본 안에서 어떤 근거들을 찾아서 살을 붙이고 캐릭터를 잡을 때, 그래도 은명이가 힘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동네에서 눈에 띄기만 하면 두들겨 맞는데, 너무 서럽고 아프고 무서워서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또 현숙이를 보면 그게 안 되는 거죠. 저는 그게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의 힘으로 뚫고 나간 거라고 본 거예요.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최문혁
- STYLIST 박선용
- HAIR & MAKEUP 이소연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대섭
WATCH
#워치스앤원더스, #반클리프아펠, #파네라이, #피아제, #에르메스, #샤넬, #까르띠에, #예거르쿨트르, #몽블랑, #불가리, #위블로, #프레드릭콘스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