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깐깐하기로 소문난 파인다이닝들에서는 어떤 기물을 쓸까?

음식이 채 나오기도 전에, 포크와 나이프만 봐도 알 수 있는 그 레스토랑의 생각과 정성이 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4.12.06

1 스와니예

fork, spoon & knife : Herdma
steak knife : Roland Lannier
“커틀러리는 손으로 집었을 때 무게나 느낌 등에서 불편함이 없고, 혀에 닿았을 때 이질감이 없어야죠. 중요한 건 완벽한 식사 경험이니까요.” 이준 셰프가 구현하고자 하는 건 ‘컨템퍼러리 퀴진 오브 서울’, 즉 서울의 현대 요리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풀어내는 다이닝이다. 그곳에서 커틀러리의 역할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디시를 받쳐주는 최고의 조연. 에르드마의 기물이나 롤랑 라니에 스테이크 나이프는 과연 최적의 선택이라 할 만하다. 포크의 기분 좋은 무게감이나 스테이크 나이프의 납작한 면에 날이 달린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느끼는 순간에는 조연의 탁월한 기본기에 감탄하게 된다.

2 이타닉 가든

chopsticks : Jeo-Jip
spoon & spoon rest : Geochang Yugi
이타닉 가든은 식물을 가장 완벽한 상태로 연구하는 시설인 식물원(botanic garden)과 먹는다(eat)는 행위를 결합해 만든 이름처럼, 식재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적 메뉴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곳이다. 손종원 셰프의 연구와 고민은 기물 하나에까지 촘촘하게 이어졌고, 음식을 중심으로 그에 걸맞은 다양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조합해내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최초의 젓가락 갤러리인 저집의 자개 무늬 젓가락과 거창유기의 숟가락, 배꽃이 조각된 수저 받침이 어우러진 자태는 이타닉 가든이 추구하는 조화의 좋은 예시다.

3 정식당

fork & spoon : Cutipol
steak knife : Laguiole
chopsticks & rest : Jeo-Jip
정식당은 명실공히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의 새로운 장을 연 레스토랑. 친숙한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감동을 안기는 임정식 셰프의 솜씨는 디시뿐 아니라 정식당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정식당의 커틀러리는 미식가라면 다들 아는 큐티폴과 라귀올 제품이다. 하지만 큐티폴 포크와 스푼은 옻칠한 젓가락, 자개 저받침과 함께 놓여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고, 구절판 형태의 정식당 로고가 새겨진 다양한 문양의 라귀올 나이프 역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손님들께 라귀올 스테이크 나이프 한 박스를 보여드리고 하나를 선택하시게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개인화된 미식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임정식 셰프의 설명이다.

4 솔밤

chopsticks : Solbam
chopsticks rest : Soilbaker
특별한 날, 즐거웠던 미식 경험이 집에서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까? 솔밤이 추구하는 가치인 자연 존중은 요리에서도, 커틀러리에서도 드러난다. 풍성한 식사 경험을 위해 각 디시와 조화를 이룬 기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이목을 끄는 것은 히든 코스와 함께 나오는 젓가락이다. 이 젓가락은 솔밤 팀원들이 직접 나무를 사포로 갈고 기름을 먹여 코팅한 것으로, 다양한 컬러와 무게, 질감 중 손님이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식사하게끔 하고 있다. 식사가 끝나면 가볍게 세척한 젓가락은 식당을 나서는 손님에게 선물로 전한다. “집에서 저희 젓가락을 사용할 때마다 팀원들의 정성이 고객님들의 일상에서도 자리하길 바라는 거죠.” 솔밤 이세라 캡틴의 설명이다.

5 본연

fork & spoon : Tine K Home UK
fish knife : Serax
steak knife : Roland Lannier
<흑백요리사>에서 ‘장 트리오’ 메뉴로 인상적인 대결을 선보였던 ‘원 투 쓰리’ 배경준 셰프. 그가 이끄는 본연은 발효와 우드파이어를 기반으로 ‘코리안 우드파이어’라는 장르를 선보인다. 임수아 디렉터의 설명에 따르면, 커틀러리 선택 과정에서 신경 쓴 점은 본연의 이런 음식과 공간에 어떻게 조응하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멋이 드러나는 커틀러리를 선택했죠.” 유창목으로 제작한 커틀러리 받침 위 무광으로 자연스럽게 마감한 타인케이홈 스푼과 포크, 롤랑 라니에에서 주문 제작한 나뭇결이 드러나는 스테이크 나이프는 우드파이어 콘셉트를 충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세락스의 피시 나이프 역시 마치 한데에서 난 듯 공간과 음식, 기물들에 어우러진다.

6 소울

chopsticks & spoon : Notdam
steak knife : Florentine Kitchen Knives
cutlery rest : Mujagi
소울은 근대 서울의 모습과 이국적인 자유로움이 뒤섞인 해방촌에서 익숙한 맛과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내는 레스토랑이다. 그 백미는 정갈한 듯 과묵한 듯 그 속에 흐르는 묘한 에너지. 소울은 ‘코리안 파인다이닝’의 격에 손색없는 놋담의 유기 수저에 플로렌틴에서 주문 제작한 스테이크 나이프를 곁들여 낸다. 우리나라의 전통 오색이 함께 어우러져 뜻을 만들어내듯, 소울이 전하는 요리가 조화를 이뤄 손님들께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김희은, 윤대현 셰프의 마음은 그 아래 커틀러리 받침에까지 깃들어 있다. 산과 바다의 모양을 본뜬 무자기의 커틀러리 받침이 의미하는 건 우리나라의 다양한 식재료로 정성 가득한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두 사람의 각오다.

7 리베르떼

fork & knife : Le Thiers Par Neron
프랑스어로 ‘자유’를 뜻하는 레스토랑 리베르떼는 프렌치 파인다이닝을 더 쉽게 경험하고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해왔다. 물론 그건 말처럼 쉬운 목표가 아니다. 손님들이 자유와 휴식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지난 5년간 리베르떼가 들여온 것은 각고의 노력이다. 커틀러리만 해도 각 디시마다 그에 걸맞은 종류를 새로 내는데, 개중에서도 백미는 르티에 장네론의 기물이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이다. “리베르떼 로고가 각인된 나무함에 커틀러리를 넣어 서브하고 있죠. 함을 열고 포크와 나이프를 보는 순간,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추억이라는 선물로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이우규 셰프의 설명이다.

Credit

  • EDITOR 남가연
  • PHOTOGRAPHER 정우영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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