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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마케팅의 전쟁터'가 된 성수동에 터를 잡은 이유

하루가 멀다 싶게 새로운 브랜드가 행사를 펼치고, 하루가 멀다 싶게 또 하나의 가게가 문을 닫는 동네. ‘인스타그래머블’하지 않은 건 살아남을 수가 없는 동네. 어느새 무모한 싸움의 장이 되어버린 성수동에 최근 새로운 공간을 꾸린 사람들을 찾아가 물어봤다. 당신에게 성수동은 어떤 곳인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프로필 by 오성윤 2024.08.31

카타오모이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4길 26-7, 4F / 영업시간: 14:00~01:00 / 인스타그램: bar.kataomoi
카타오모이는 ‘쟈즈 킷샤(일본의 오래된 재즈 찻집을 칭하는 표현)’를 표방하는 가게다. 15인치 크기의 빈티지 탄노이 스피커와 진공관 앰프들로 구축한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영업시간 내내 오직 바이닐 레코드만으로 음악을 트니 ‘LP바’라고 해도 크게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자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요소들이 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영업시간, 통창으로 빛이 가득 들어오는 밝은 실내, ‘외부 음식 가능하지만 대신 다른 손님들과 나눠야 합니다(소분은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같은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써놓은 메뉴판까지. 이렇게 소탈하고 개성 강한 가게가 성수동에 위치한 것도 단순히 공간의 생김새가 장윤수 대표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제가 킷샤를 생각한 건 그게 ‘지속 가능한 음악감상실’이라는 지향점에 부합하는 포맷으로 보였기 때문이었거든요. 요건은 두 가지, ‘질리지 않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해결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상권 분석보다는 공간의 느낌만 보고 충동적으로 들어온 겁니다. 제가 별로 생계비가 많이 드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장윤수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을지로에서는 동일한 임대료로 2배 이상 큰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성수동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가게가 유독 많은 것도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고정 비용이 크기 때문에 판단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몇 년 새 성수동을 찾는 주 연령층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도 난관 중의 하나다. 작은 수고들로 구축되는 빼어난 디테일을 합당한 가격에 판매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실 지금 성수동은 정상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로 이런 가게를 할 수가 없는 동네예요. 전체적으로 스펙 다운을 해서 이윤을 높여야겠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틀고, 테이블을 더 놓고, 영업시간도 조정하고… 하지만 대부분 그런 과정에서 점점 매력을 잃어가는 거예요.” ‘모 아니면 도’가 된 동네에는 유독 이미 성공한 가게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는 가게들이 많이 생긴다. 당신이 요 몇 년 동안 성수동에 자꾸 비슷비슷한 것들만 생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런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래도 성수동에 가능성이 있다면, 카타오모이처럼 피상적이고 도식화된 ‘힙’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체계를 품은 가게도 아직은 주목을 받는다는 부분일 테다. 카타오모이는 최근 주중에도 만석이라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부지기수다. 장윤수 대표는 역시나 엉뚱하게도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온다’며 한숨을 쉬었지만 말이다. “도쿄에 있는 쟈즈 킷샤들을 보면 대부분 동네 커뮤니티 정도의 역할을 해요. 바이닐 레코드, 재즈는 매개체일 뿐인 거죠. 그래서 저도 누군가가 카타오모이를 ‘동네 음악감상실’ 정도로 여겨준다면 대단히 큰 영광일 것 같습니다.”

무비랜드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5-5 / 영업시간: 14:00~22:00(월·화·수 휴무) / 인스타그램: movieland.archive
카타오모이의 장윤수 대표는 최근 성수동의 변화를 설명하며 ‘놀이공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람들에게 ‘한나절 머물며 이곳저곳 코스로 빠르게 즐기고 사진 찍는 곳’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뜻일 터. 놀랍게도 무비랜드의 권지우 기획자 역시 정확히 같은 표현을 썼는데, 다만 그 뉘앙스는 좀 더 긍정적인 축이었다. “성수동에 오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놀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무비랜드는 미리 예약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지만 우연히 들어와서 현장 발권을 하는 분들도 종종 있거든요. 사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두세 시간씩 영화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같은 ‘힙’한 동네라도 연희동 같은 곳에는 ‘산책’의 뉘앙스가 있다면, 성수동에는 새로운 경험에 열린 자세가 있다고 봐요.”
무비랜드는 30석 규모의 초소형 극장이다. 매달 큐레이터 한 명을 초빙해 그가 선정한 영화 4편을 하루 3회씩 상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취재를 진행한 8월 초에는 배우 박정민이 고른 <아는 여자> <스내치> <베이비 드라이버> <나우 유 씨 미>가 상영 중이었고, 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고른 <레옹> <무드 인디고> <도쿄 소나타> <지구를 지켜라!>가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왜 해당 작품들을 골랐는지는 유튜브 ‘무비랜드 라디오’에 대담 형태로 소개되어 있다. “단순히 극장 티켓 값이라고 생각하면 2만원이 비쌀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가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건 유튜브 콘텐츠부터 리플릿, 티켓까지 한 영화를 둘러싼 경험과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죠.” 무비랜드 역시 주목적이 이윤인 공간은 아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는 브랜드 모베러웍스에서 만든 일종의 쇼룸 개념이다. ‘이야기를 파는 브랜드의 쇼룸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하는 논의 과정에서 극장이라는 답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극장의 입지가 성수동이 된 이유는? “성수동이 뜨기 때문이죠.” 권지우 기획자는 멋쩍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브랜드도, 유동인구도 굉장히 많잖아요. 모순적이지만 저희는 그런 활기찬 동네의 숨은 골목에 자리 잡기를 원했죠. 성수동의 이미지가 가진 낙차도 좋았고요. 굉장히 빠르게 바뀌어가는 곳인가 하면 아주 오래된, 변하지 않는 동네라는 느낌도 있잖아요.” 무비랜드의 입지로 몇 가지 대안이 있었지만, 아무튼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려면 성수동만 한 공간이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마마리와 뱅글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18길 16 / 영업시간: 17:00~01:00(금·토 11:00~01:00, 일 12:00~22:00) / 인스타그램: mamalee_vingle
2017년부터 삼성동에서 마마리 마켓을, 2021년부터 여의도에서 마마리 다이닝을 운영해오며 최근 성수동에 마마리와 뱅글을 오픈한 송하슬람 셰프도 ‘성수동의 오늘’을 묻기에 좋은 인물이다. 그가 성수동에서 발견한 기회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해당 질문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가 곧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일단 여기에서 잘 해낸다면 앞으로 어디서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성수동의 혹독한 환경에 대한 자조 섞인 농담이었지만, 오직 농담인 것만은 아니었다. “성수동에서 공간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분에서 치밀할 필요가 있거든요. 마마리가 그동안 안 했던 것, 특히 마케팅 같은 관점에 힘을 쏟아야 할 필요를 많이 느꼈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브랜드의 팝업 행사가 벌어지는 동네라는 점 역시 한편으로는 장점이라고 했다. 송하슬람 셰프는 다양한 협업 제안과 경험 속에서 전에 몰랐던 마마리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중이다.
마마리는 인구밀도 대비 미쉐린 스타를 가장 많이 가진 도시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의 파인다이닝에서 두루 수학한 송하슬람 셰프가 국내에서 전개 중인 브랜드다. 제철 식재료를 중심에 둔 ‘반찬’을 핵심으로 하는데, 그건 새로운 공간인 마마리와 뱅글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집대성된 공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마마리와 뱅글은 1층 델리 공간 ‘마마리 마켓’에서 다양한 반찬, 빵, 식료품을, 2층의 ‘반찬 펍’ 공간에서 와인, 맥주, 하이볼 등 다양한 주류를 판매한다. 1층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이것저것 구매한 후 2층에서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세바스티안의 보편적 주점 형태인 타파스 바처럼. “술에 곁들일 간단한 음식을 말하는 타파스가 따지고 보면 반찬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근의 주요 연령층이 계속 낮아져서 이제는 성수, 연무장길이나 건대에서 오는 20대 유입률이 높기 때문에 와인을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원래 마마리와 뱅글 자리에 있던 뱅글은 와인수입사 뱅브로와 밍글스 강민구 셰프가 협업해 만든 와인바였다. 그 공간을 이어받은 송하슬람 셰프는 곧 상호에서 ‘뱅글’을 뺄 계획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전의 고급스러운, 바꿔 말하면 가격 장벽이 높은 이미지를 지울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밀스

주소: 서울 성동구 뚝섬로4길 21 / 영업시간: 10:00~19:00(화요일 정기휴무) / 인스타그램: milsishappy
이렇듯 모두가 입을 모아 어렵다고 하는데도 성수동에 가게가 끝없이 생기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박’을 치는 곳들도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한번 입소문이 나면 사람이 폭발적으로 몰리는 특성도 있다. 정영훈 셰프 역시 “모든 지역을 다 따져봐도 성수동의 입지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요식업의 관점에서는 무엇보다 서울 최고의 도심 쉼터 서울숲의 인근이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기회 요인이자 위기 요인이기도 하죠. 단발성 손님도 많고, 반짝 뜨면 손님이 과하게 몰렸다가 오래 못 가 빠지기도 하니까요. 저희가 성수동 메인 거리 대신 약간은 한적한 길목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밀스는 트리마제와 뚝도시장 사이 딱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주택가지만 멀리서 온 이들이 ‘성수동 코스’에 포함하려면 못 할 것도 없는 위치다.
밀스는 덴마크 108, 한남동 모수 등 미쉐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이력을 쌓은 정영훈 셰프가 지난해 12월 오픈한 베이커리 카페다. 타르틴 베이커리 출신의 베이커, 세스크멘슬 출신의 샤퀴트리 전문가, 오츠커피 출신의 베버리지 디렉터까지 스태프들의 면면도 놀랍다. 이들이 밀스에서 각자의 전문 영역을 맞붙이고 섞으며 만드는 건 꽤나 창의적인 메뉴들이다.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 번부터 포카치아를 곁들인 소시지 스튜, 베트남 샌드위치 반미를 변용한 반 밀스 번까지. 보거나 듣기만 해도 흥미롭지만 맛을 볼 때 가장 큰 감탄이 나온다. 그 맛을 위해 밀스가 얼마나 기본에 충실하고 수고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성수동이 과연 그런 디테일 차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동네일까? 자꾸만 원가 절감에 대해서만 고민하게 만드는 동네는 아닐까? 정영훈 셰프는 적절한 지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밀스를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이지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이 공간을 정말로 좋아해주시는 건지, 인스타그램 보고 그냥 한 번 와보는 건지. 다만 저희는 저희가 집중해야 할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정영훈 셰프가 인터뷰하는 동안 내놓은 표현 중 그 ‘집중해야 할 부분’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건 ‘올바른 맛’이었다. 성수동이 자꾸만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 하나가 더 있었다. ‘행복’.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밀스는 ‘행복’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보기에도 밀스는 좋은 입지를 가졌다. “오픈 초기에는 거의 90%가 인스타그램 보고 찾아온 사람이었거든요. 요새는 동네 분들이 30~40%는 돼요. 정말 이웃처럼 친하게 지내는 분들도 많이 생겼죠.”

기댈빙

주소: 서울 성동구 성덕정길 47 / 영업시간: 12:00~24:00 / 인스타그램: gd__bing
기댈빙의 김종찬 대표 역시 밀스의 장호림 키친 매니저와 마찬가지로 성수동 세스크멘슬에서 이력을 쌓았다. 정통 유러피언 샤퀴트리를 만드는 해당 가게가 직원들에게 대체 어떤 창의적 태도를 심어주는 건지, 김종찬 대표도 새로운 접목에 관심이 많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빙수였다. 이미 온갖 기상천외한 시도가 다 벌어지고 있는 장르이긴 하나, ‘요리의 관점’에서 아직 재해석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디저트 전공자가 아닌 요리 전공자가 만든 빙수를 표현해보기로 한 거예요. 눈꽃 빙수의 얼음을 밥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접근이 가능한 거죠.” 프로슈토 멜론 빙수, 베이컨 피스타치오 빙수 같은 기댈빙의 간판 메뉴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메뉴를 갖추고 있는 것도 빙수를 요리로 파악하는 접근이다. 술값이 유독 저렴한 건 ‘은근한 권유’라고 했다. 빙수를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면 지금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물론 팥빙수, 딸기빙수, 망고빙수처럼 기본적인 메뉴도 갖추고 있다. 멀리서 온 손님들이 대부분 기댈빙에서만 먹을 수 있는 독특한 메뉴를 주문한다면 주변 상인들은 주로 기본 메뉴를 찾는다. 단순히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 내놓는 게 아니라 식재료의 품질과 맛의 레이어, 식감을 성실히 파헤치는 기댈빙은 일반적인 빙수 메뉴도 맛있다.
성수동이라고 모두 동일한 운명을 품고 있는 건 아니다. 기댈빙이 위치한 곳은 재개발 단지로 임대료가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고, 성동구에서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면서 청년들이 뭘 펼쳐볼 여지가 생긴 지역이다. 기댈빙의 업태는 전부 그 환경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상권에 빙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잘된다고 해서 유명 브랜드가 들어올 확률도 적고요. 그러면 성수동 로컬들을 고객으로 하되, 멀리서도 찾아오도록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으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실제로 촬영을 진행한 날에도 다채로운 성향의 손님이 가게에 머물다 갔다. 커플 단위 손님부터 여성 단체 손님, 일본인 관광객들, 주변 상인들로 보이는 어르신들까지. 김종찬 대표는 ‘떡 고명을 뺐다’는 명목으로 동네 어르신들에게 팥빙수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내고 있기도 하다. 올해로 성수동에 산 지 5년째 된다는 그는 진심으로 이 동네를 아끼는 듯했다. “사실 기댈방을 열기 전에 제가 너무 열심히 살았는지 마음의 병이 생겨서 한동안 쉬었거든요. 성수동은 생각이 많아지면 달릴 숲과 강변이 있어서 좋았죠. 기댈빙의 이름을 지어준 것도 일요일마다 나가는 서울숲 쓰레기줍기 봉사활동에서 만난 마케터예요. 제가 힘들어할 때 도와준 분들이 있었고, 그분들도 열심히 살며 자기만의 아픔을 품게 된 분들이었고, ‘그러면 우리가 서로 기댈 수 있는 곳을 만들자’라고 생각했던 거죠. 성수동이 자꾸 핫한 것만 좇는 방향으로 바뀌어가는데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요. 저는 여기에 그 이름을 내건 것만으로도 벌써 뭔가를 성취한 것 같았어요.”

프레고클럽

주소: 서울 성동구 상원2길 1-10, B1 / 영업시간: 11:30-21:00(브레이크타임 15:00~17:00) / 인스타그램: pregoclub_
프레고클럽은 해방촌 세몰리나클럽의 두 대표가 1년여 전 성수동에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2호점이라고 하기엔 두 매장의 결이 좀 다르다. 세몰리나클럽이 ‘이탈리아 남부 스타일’ 다이닝바를 표방한다면, 프레고클럽은 ‘일식 경양식’ 레스토랑에 가깝다. “일본 식당들을 보면 고집스럽게 정통 방식을 고수하면서 킥처럼 자기들만의 색깔을 표출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매력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성수동에 그런 ‘밥집’을 만들어보자 했던 거죠. 주민분들, 회사원들, 놀러 온 사람들 누구나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밥집을요.” 최선경 대표가 살펴본 바 그 부근에는 편하게 갈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프레고클럽의 주력 메뉴는 파스타다. 카르보나라는 딱 달걀과 그라나파다노 치즈만으로 만들고, 김 새우 파스타는 한 입 먹는 순간 일본 파스타 특유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어떻게 이렇게 잘 구현했나 싶어 웃음이 난다.
하지만 사실 프레고클럽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주인공은 포테토 사라다와 오니기리라고 할 수 있다. 앙증맞은 얼굴 모양을 한 두 메뉴는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고, 지금도 대다수의 방문객이 둘 중 하나는 꼭 주문한다. 그에 대한 최선경 대표의 생각은 다소 양가적이다. “초반에 자리를 못 잡고 있을 때 프레고클럽을 일으켜준 고마운 메뉴죠. 하지만 저희 매장을 검색했을 때 오니기리와 사라다 이미지로 도배되어 있는 장면을 보면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하고요. 어쨌든 저희가 성수동을 택한 이상 (단편적 이미지로 소비되는 건) 어느 정도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아쉬움과 별개로 프레고클럽은 계속 최선경 대표가 좋아하는 귀여운 것들로 채워나갈 예정이다. 귀여움에는 몇 가지 큰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프레고클럽을 방문한 사람도 어딘지 친근하고 그리운 느낌을 받도록 하는 요소이고, 함께 인테리어를 꾸민 직원들이 애정과 자부심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그리고 프레고클럽의 주 고객층과도 관련이 있다. “성수동의 소비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걸 정말 많이 느껴요. 저희 가게도 20대 친구들이 많이 찾는 편인데, 그 시기의 친구들이 자기만의 고충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럴 때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아기자기한 것들을 돌이키는 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이 공간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그분들에게 ‘나 20대 초반에 성수동에 있는 그런 가게에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하고 추억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

Credit

  • PHOTOGRAPHER 박기훈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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