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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김무열이 UDT 출신 배역을 위해 들인 노력들

부드럽지만 냉철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건 울면서 웃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선함과 악함이 동시에 보이는 그의 얼굴 속 진짜 김무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프로필 by 박호준 2023.12.22
 
카키 워싱 보머 재킷 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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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마음에 드셨나 봐요.
제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기보단 사진의 분위기나 색감이 좋아서 감탄을 여러 번 했어요. 사실 오늘 촬영해준 고원태 포토그래퍼가 저랑 같은 안양예고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더 마음이 가기도 해요. 에디터님이 보기엔 어떠세요?
김무열이라는 배우가 가진 다양한 얼굴을 끌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촬영 중에도 약간의 연기를 요청했던 건데, 잘 구현해주신 덕에 멋진 사진이 나온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이런 촬영을 자주 하는 건 아닌데, 할 때마다 연기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먼저 지난주에 공개된 <스위트홈> 시즌2 이야기로 시작해볼게요. 공개되자마자 정주행 하셨나요?
그럼요. 장면 하나하나 뜯어가며 이야기하려면 끝도 없을 것 같고요.(웃음) 소감만 간단히 말하자면, 그동안 참여한 다른 어떤 작품보다 CG 작업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 최종 결과물이 많이 궁금했어요. 현장에선 괴물의 존재를 어렴풋이 상상만 할 따름이거든요. 제 연기와 CG가 맞물려 있는 광경을 보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었죠.
보이지 않는 괴물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 일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스위트홈>에선 괴물이 복합적인 존재예요. 인간이었다가 괴물로 변했고, 괴물로 변한 후에도 기억 또는 무의식 속에 아직 인간이었을 때의 감정이 남아 있거든요. 저는 괴물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수호대’의 리더 역을 맡은 탓에 괴물과 맞서 싸우는 장면이 특히 많았죠. 다행히 허공에 대고 연기를 한 건 아니에요. 괴물 역을 맡은 상대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 연기 호흡을 맞춰준 덕에 감정을 이입하기 한결 수월했어요. 얼굴이 나오지 않는데도 상대 배우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호흡을 맞춰주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1화에 등장한 엄마 괴물과 아기 괴물이 인상 깊었어요. 김영후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UDT 출신인 김영후는 동료들에게 부드러우면서 팀을 안전하게 이끌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모든 걸 치는 인물이에요. 동료를 지키기 위해선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을 만큼이요. 동시에 괴물에겐 피도 눈물도 없죠. 그러니까 괴물이 아기이건 어른이건 김영후에겐 중요하지 않았던 거예요. 물론 김영후가 아니라 김무열로 그 장면을 봤을 땐 솔직히 잔인해 보이긴 했어요. 연기할 때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아기 괴물의 모습보다 실제 아기 괴물은 너무 귀엽더라고요. 심지어 어렴풋이 “엄마” 하고 울기까지 하잖아요. 보면서 “아, 욕 좀 먹겠구나” 싶긴 했어요.
<소년심판>의 차태주 판사 역을 준비하기 위해 재판에 참관했고 <대외비>의 부산 출신 조직폭력배 김필도 역을 위해선 실제 조폭 출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을 찾아볼 정도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수부대 출신 김영후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같이 출연한 배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정석원 배우는 해병대 수색대를 나왔고, 육준서와 정종현도 실제 UDT 출신이에요. 촬영하는 내내 정말 쉬지 않고 군대 이야기를 했어요.(웃음)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연기에 도움이 됐죠. 총기를 다루는 법 역시 관련 전문가에게 디테일하게 조언을 받았고요.
캐멀 스웨이드 트렌치코트, 카키 슬리브리스 톱, 블랙 부츠 모두 아미.그레이 워싱 진 돌체앤가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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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에게 배운 거군요.
맞아요. 그게 단순히 전술 교본에 나오는 기계적인 움직임 같은 것만 가리키는 건 아니에요. 혈기 넘치는 남자들끼리 뭉쳐 있을 때 어떤 식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지, 리더는 부하들을 어떻게 이끌어나가는지, 긴박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서 김영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갔어요.
전우가 생긴 기분이겠네요.
많이 끈끈해졌죠. 시즌2를 보면서 서로 ‘저 때 진짜 고생했는데, 지금 보니 그립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어요.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스위트홈>은 특히 촬영했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참 찬란했던 순간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있잖아요.  
섭외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되진 않았나요? 특수부대 출신 캐릭터도, CG를 이용한 촬영도 낯선 대상이니까요.
전작이 워낙 재미있었어요. 눈 벌게지면서 쉬지 않고 하룻밤 만에 다 봤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고민하지 않고 승낙했어요. 초기 단계에선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황이었는데도요. 걱정보단 반가운 마음이 더 컸어요. 팬심이었죠.  
볼 땐 좋은데, 막상 직접 하면 싫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잖아요. <스위트홈> 시즌2는 어땠나요?
시즌1의 성공 비결이 뭘까 고민해본 적이 있어요. 직접 촬영을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원작의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현장에서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열정이 정말 엄청나요.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고 약간 감동을 받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뜨거운 현장에 가면 배우도 더 힘을 얻을 수밖에 없죠.
내년 봄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4>에서도 메인 빌런 역을 맡았어요. 거기서도 캐릭터 설정상 특수부대 출신이고요. 군인 역할이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이유가 있을까요?
순전히 우연인 것 같아요. 촬영 시기상 <스위트홈> 시즌2를 먼저 찍고 그다음에 <범죄도시4>를 찍었는데, <스위트홈> 시즌2 촬영을 하며 몸을 키워놓은 게 도움이 됐어요. <스위트홈> 시즌2 촬영이 주로 문경에서 진행됐는데, 거기 늦게까지 운영하는 헬스장이 딱 하나 있거든요. 잠깐 짬이 나서 운동하러 가면 거기 저희 부대원들이 전부 있더라고요.(웃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묘한 경쟁심 같은 걸까요?
약간 그랬던 것 같아요. 서로 운동을 보조해주고 그런 건 아닌데 ‘오늘은 무슨 운동을 어떤 무게로 하나’ 하고 계속 곁눈질을 했거든요.(웃음) 제가 평소 운동을 좋아한다지만, 같이 호흡을 맞춘 친구들은 진짜 특수부대 출신이니까 아무래도 몸이 다르잖아요. <스위트홈> 시즌2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군인들의 복장도 전투복에서 반팔 티셔츠로 가벼워져요. 우락부락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특수부대원 같은 탄탄한 몸은 꾸준히 유지해야 했어요.
버건디 터틀넥, 브이넥 부클 니트 톱, 팬츠 모두 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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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고원태
  • STYLIST 신지혜
  • HAIR 임진옥
  • MAKEUP 이준성
  • ASSISTANT 신동주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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