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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김무열은 연기가 숨구멍 같다고 말했다

부드럽지만 냉철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건 울면서 웃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선함과 악함이 동시에 보이는 그의 얼굴 속 진짜 김무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프로필 by 박호준 2023.12.22
 
다크 브라운 레더 재킷, 블랙 데님 팬츠 르메르. 그레이 톱 제임스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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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김종국 씨와 같이 운동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근육질 몸은 둘째치고 진심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져서요. 요샌 어떻게 운동하고 계세요?
다음 작품이 근육질 몸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배역이라 요즘은 사이즈를 좀 줄이고 있어요. 웨이트는 무분할로 하고 유산소와 기능성 운동을 많이 섞는 식으로요. 어른들이 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자주 말씀하시잖아요. 저는 완전히 동감해요. 꼭 멋진 몸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아니더라도 꼬박꼬박 운동을 하는 행위 자체가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돼요. 다만, 제 성격상 목표가 없으면 흥미를 쉽게 잃는 편이라 나름대로 소소한 목표를 만들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목표요? 벤치프레스 중량 10kg 늘리기 같은 건가요?
(웃음) 네, 대충 그런 식이죠. 더 유치한 목표도 많았어요. 예를 들면, 점프력 늘리기 같은 거요. 나만의 목표를 세우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운동 루틴도 바꾸어보고, 매일 측정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게 즐겁더라고요. 요샌 권투를 배우고 있어요. 정해진 건 없지만, 액션 작품이 들어오면 권투를 할 줄 아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시작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가대표 출신 코치님 덕에 곧잘 배우고 있습니다.
운동도 그렇지만, 작품 활동 역시 군복무를 제외하면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해오셨더라고요. 재충전을 위해 ‘휴식기’를 갖는 배우들도 더러 있잖아요.
순간순간 체력적으로 피곤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있어도 ‘연기를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어요. 저는 연기와 개인적인 삶을 철저하게 분리하는데 그게 지치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 갈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 같은 경우도 <에스콰이어> 화보 촬영과 인터뷰가 끝나면 집에 들러 강아지랑 산책을 하고 잠시 쉬었다가 밤 촬영에 갈 예정이거든요. 오늘은 일하는 날, 내일은 쉬는 날 이렇게 구분하지 않고 그냥 시간 되는 대로 흘러가듯 움직이는 편을 선호해요.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연기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녹슬지 않게 계속 갈고닦아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던데, 같은 맥락일까요?
이게 조금 애매해요. 일과 휴식이라는 개념으로 구분해서 이야기한다면, 저는 분명 둘을 칼같이 나누어 대하는 사람이 맞아요. 근데 연기는 접근 방식이 좀 달라요. 훌륭한 연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촬영장이 아닌 곳에서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여러 노력과 수고를 기울여야 하거든요. 저에겐 운동도 그런 준비의 일환인 셈이죠. 마치 운동선수가 경기장 밖에서도 알맞은 식단 조절과 생체리듬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처럼요.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에 제 모습이 조금씩 묻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예전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한 건, 연기를 기계적으로 한다는 말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꾸준히 다듬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비유였어요.
그럴수록 자연인 김무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집니다.
저도 궁금해요.(웃음) 오히려 저보다 제 주변 사람이 더 잘 알 수도 있겠네요. 비단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전부 자신만의 가면을 쓰고 있잖아요. 전엔 그런 고민을 종종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잘 하지 않게 됐어요. 굳이 어떤 모습이라 규정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갈 뿐이죠.
데님 재킷, 화이트 골지 톱, 데님 팬츠 모두 페라가모. 블랙 버클 부츠 돌체앤가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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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의 김무열이 아닌 무대 위의 김무열은 그럼 어떤가요? 사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기 전에 뮤지컬계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죠. 예전 기사에 ‘뮤지컬계의 황태자’라는 표현도 있더라고요.
(웃음) 아휴, 언제 적 이야기인데요. 뮤지컬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어요. 하게 된다면 창작 작품에 참여하고 싶고요. 아무래도 물리적인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보니 영화와 드라마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준비하기가 어려워요. 기회만 되면 연극도 다시 하고 싶어요. 꽤 오랫동안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그리움은 항상 마음 한편에 있어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것과 무대 위에 서는 건 보람이나 희열 면에서 배우에게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어서 현상해본 적 있으시죠? 영화랑 드라마는 그런 느낌에 가까워요. 촬영 시점과 완성본이 나오는 시점 사이의 시간이 길어서 제가 직접 연기를 했는데도 완성본을 보면 새롭기도 하고 새록새록 촬영 당시의 기억이 돌아오기도 해요. 반면 뮤지컬과 연극은 같은 극을 여러 번 펼치지만 매 무대가 다 달라요. 그날의 호흡, 표정, 관객의 반응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니까요. 저는 그래서 ‘우리들만의 비밀’이라고 표현해요.(웃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끼리만 공유하는 추억이 생기는 셈이죠. 작품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무대에 서는 쪽이 구조적으로 배우에게 조금 더 포커싱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부담감도 있고요. 배우라면 꼭 한번 도전해볼 만한 장르죠.
직접 시나리오나 대본을 써보는 건 어떤가요?
저에겐 아직 그런 재능이 찾아오지 않은 것 같아요. 시도해보지 않은 건 아닌데, 영 아니더라고요.(웃음)
판사, 검사, 형사, 군인, 깡패 등 그동안 다양한 배역을 선보였죠.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배역에 잘 녹아들기도 했고요. 아직 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배역이 있을까요?
공연으로 보자면 좀 더 실험적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앞서 창작극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고요. 드라마로 본다면 가족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톤의 작품이요.
<소년심판>과는 또 다른 결의 드라마일까요? 저는 <소년심판>의 차태주를 보면서도 많이 울었거든요. 법을 엄중하게 집행해야 하는 판사의 냉정함과 소년을 아끼는 마음이 동시에 너무 잘 느껴져서요.
감사합니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말한 가족 이야기는 조금 달라요. 무겁지 않으면서 우리 일상을 소소하게 녹인 그런 이야기면 좋겠어요. 아니면 시트콤도 좋겠네요.  
오, 시트콤 기대가 됩니다. 아니면 SNL에 먼저 출연해보시는 건 어때요?
(웃음) SNL 좋죠. 저도 나가보고 싶어요.
2018년에 저희 <에스콰이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무열에게 연기란 어떤 존재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숨구멍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나요?  
2018년의 김무열은 참 말을 잘했네요.(웃음) 어떻게 그런 비유를 들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 생각해도 참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아요. 맞아요. 그때와 지금 개인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연기가 숨구멍 같다는 생각은 같아요. 삶의 탈출구나 도피처의 의미가 아니라 연기가 너무 당연하고 밀접해서 때론 그 중요성을 잊어버리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숨구멍 같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제가 고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고래는 한 번 숨을 쉬고 오랫동안 물 아래에 있잖아요. 그러다 때때로 수면에 올라와 긴 물줄기를 뿜으며 숨을 쉬고요. 그 모습이 저와 닮은 것 같아서요.
브라운 셔츠 페라가모. 캡 51퍼센트.

브라운 셔츠 페라가모. 캡 51퍼센트.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고원태
  • STYLIST 신지혜
  • HAIR 임진옥
  • MAKEUP 이준성
  • ASSISTANT 신동주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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