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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가 첫 블루문 파티를 위해 고른 위스키와 샴페인은?

<에스콰이어> 코리아가 지난 11월 22일 첫 ‘블루문 파티’를 열며 가장 오래 고민한 것은 어떤 술을 낼지였다. 성수동의 피치스도원이 온통 푸르게 물들었던 그 밤, 우리와 함께한 천상의 드링크들을 소개한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3.12.30
 
발렌타인 글렌버기 12년은 오랜 세월 발렌타인이 감춰 오다 ‘숨겨두기엔 너무 좋아’ 공개한 키 몰트다.

발렌타인 글렌버기 12년은 오랜 세월 발렌타인이 감춰 오다 ‘숨겨두기엔 너무 좋아’ 공개한 키 몰트다.

Ballantine's Glenburgie 12 Years
지금 대세는 누가 뭐래도 위스키다. 한때 살짝 가라앉는 듯 보였던 위스키 시장이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의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며 역대 최대 수입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 배경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이 바로 2030의 ‘위스키 하이볼’ 사랑이다. 하이볼이 게이트웨이가 되어 입문자들을 위스키의 천국으로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에스콰이어>의 블루문 파티에 하이볼을 비롯한 위스키 믹서가 빠져서는 안 되었던 이유다. 그러나 하이볼이라고 다 같은 하이볼이 아니다. 가장 심플한 형태의 칵테일 중 하나인 하이볼은 그 베이스가 되는 기주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 어떤 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드느냐에 따라 그 편차는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고간다. 지난 11월 22일에 열린 <에스콰이어>의 첫 ‘블루문 파티’에서 우리가 주저 없이 선택한 건 발렌타인 글렌버기 12년이었다. 발렌타인은 블렌디드 위스키의 살아 있는 역사다. 창립자인 조지 발렌타인이 처음으로 싱글 몰트 위스키를 판매한 게 1827년이고, 그의 아들인 아치볼드 발렌타인이 여러 증류소의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균일한 맛을 내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판매하기 시작한 게 19세기 후반이다. 아직 한반도는 조선이던 시절부터 발렌타인은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어온 것이다. 처음으로 스코틀랜드의 주류 업자들이 그레인 위스키와 몰트 위스키를 블렌딩해 팔기 시작한 시점이 1860년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균일한 맛과 향을 내도록 블렌딩하고 이를 브랜드화한 위스키 중 발렌타인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선조다. 발렌타인의 여러 제품 중에서도 글렌버기는 더욱 특별하다. 유구한 세월 동안 발렌타인의 블렌딩 레시피는 보안을 요하는 비밀이었다. 약 50개의 싱글 몰트 위스키와 5개의 그레인 위스키를 원료로 그 품질을 유지해왔으나 ‘어떤 원료’인지, 즉 어떤 증류소의 원액을 사용하는지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발렌타인이 지난 2017년 자사 위스키 풍미의 핵심을 책임지는 ‘키 몰트’라며 밀튼더프, 글렌토커스와 함께 공개한 싱글 몰트 위스키가 바로 ‘발렌타인 글렌버기’ 라인이다. 당시 발렌타인은 ‘숨겨두기엔 너무 좋아서’라며 수줍게 고백한 바 있을 만큼 싱글 몰트 그 자체로도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특히 길고 부드러운 피니시가 발렌타인 글렌버기 12년의 특징이다. 아름다운 벌꿀의 황금색을 띤 발렌타인 글렌버기 12년은 코끝에서 감미로운 토피 사탕의 달콤함과 아주 옅은 오크의 너티한 숨결을 뿌리고, 입안으로 부드럽게 흘러 풍부한 바닐라 향과 그리 과하지 않은 스파이시함을 남긴다. <에스콰이어>의 블루문 파티에서 발렌타인 글렌버기 12년은 세 가지 형태로 서빙됐다. 발렌타인의 바텐더가 직접 만든 푸른빛의 홈 메이드 진저 시럽과 엘더 플라워 레모네이드로 맛을 낸 ‘발렌타인 블루 진저 칵테일’, 발렌타인 글렌버기와 토닉 그리고 레몬만으로 본래의 향을 한껏 살린 발렌타인 글렌버기 12 하이볼, 그리고 아무것도 섞지 않은 발렌타인 글렌버기 12 니트가 그것이다. <에스콰이어>의 박호준 기자는 “하이볼과 달콤한 믹서를 마시다가 결국 마지막엔 발렌타인 글렌버기 본연의 향을 찾아 니트를 찾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동안 발렌타인 양조장의 경비대원으로 활동해온 거위들은 발렌타인 위스키의 여러 상징 중 하나다.이날 서브된 페리에 주에 그랑 브뤼는 브뤼 샴페인의 기준을 세운 와인이다.
Perrier JouËt Grand Brut
파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역시 샴페인이다. 특히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함께하는 <에스콰이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페리에 주에를 선택한 배경에는 발렌타인과 마찬가지로 이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가 있었다. 발렌타인이 블렌디드 위스키의 선조 격이라면, 페리에 주에는 당도에 따라 나뉘는 샴페인의 하부 종류 중 하나인 ‘브뤼’(Brut)를 처음 출시한 브랜드다. 1846년, 시대를 좀 더 실감하기 위해 적어보자면, 국호 조선 헌종 12년 메종 페리에 주에는 샴페인의 역사에 길이 남을 ‘뀌베 K’를 출시한다. ‘뀌베 K’는 가당을 5%밖에 하지 않았는데, 이는 당대에는 40%까지 이르는 당을 가당해 만들던 시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한 수였던 셈이고, 지금 우리가 마시는 브뤼 샴페인의 기준점을 세운 사건이었다. 지금은 ‘브뤼’(브뤼 프리미에, 그랑 브뤼 등) 라인들이 럭셔리 샴페인 시장에서 각 브랜드를 대표하고 있다. <에스콰이어>의 블루문 파티에서는 페리에 주에를 대표하는 페리에 주에 그랑 브뤼가 서브됐다. 풀숲에 들어온 듯 싱그러운 아로마와 초록 과일들이 떠오르는 달콤한 내음과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취 그리고 침샘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적절한 산미가 이날의 모든 여흥을 부드럽게 감쌌다. “삶의 환희로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샴페인”이라는 셀러마스터 세버린 프레슨의 표현처럼 수많은 이가 에밀 갈레의 아르누보 양식으로 장식된 페리에 주에의 서빙 부스 앞에서 행복의 춤을 췄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박동균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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