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고 오는 전시, 유럽 미술관 에코백 5
유럽 여행의 매력은 미술관이 특별한 목적지가 아니라 일상의 동선 안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는 데 있다.그리고 그 방문의 끝에는 종종 하나의 물건이 남는다. 전시의 여운을 가볍게 담은 에코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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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백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미술관의 정체성과 도시의 분위기를 압축한 패션 아이템이자 여행의 기억을 오래 남기는 오브제로 자리한다.
- 코펜하겐 디자인뮤지엄의 업사이클 체크 패턴 백은 북유럽의 겨울 하늘과 자전거 도시의 감성을 담았다.
- 베를린 함부어거 반홉의 에코백은 강렬한 그래픽으로,무심하게 걸쳐도 베를린 로컬처럼 보이게 만드는 현대미술의 태도를 전달한다.
- 런던 테이트 모던의 게릴라 걸스 협업 토트백은 페미니즘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과 튼튼한 실용성이 특징이다.
- 바우하우스의 Bikezac 자전거 가방과 암스테르담 EYE 필름뮤지엄의 에코백은 기능주의와 시네마 감각을 담았다.
몇몇 유럽 미술관의 에코백은 이제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패션 아이템이자 취향의 표식이 됐다. 로고와 타이포그래피, 컬러 선택까지 미술관의 정체성을 압축한 이 천 가방들은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거리 위에서 또 다른 전시를 시작한다. 한국에서 굳이 직구로까지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술관을 나서며 무심히 어깨에 걸친 그 가방 하나가 여행의 기억을 가장 오래 살아 있게 만드는 순간이니까. 에코백으로 미술관의 태도와 도시의 분위기 그리고 지금 유럽의 미감을 동시에 알아 볼 수 있는 방문을 추천하는 리스트를 만들었다.
코펜하겐 디자인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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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의 미학을 담은 체크 패턴 백 / 이미지 출처: 덴마크 코펜하겐 디자인 뮤지엄 사이트
코펜하겐의 미학을 담은 체크 패턴 백 / 이미지 출처: 덴마크 코펜하겐 디자인 뮤지엄 사이트
코펜하겐은 자전거와 디자인이 동시에 지나가는 도시죠. 왕립 정원과 항구 근처, 로코코 양식의 옛 프레데릭 병원을 개조한 건물이 이제 디자인 뮤지엄 덴마크의 집입니다. 1890년 설립된 이곳에는 아르네 야콥센, 핀 율, 베르너 판톤, 한스 웨그너 등 덴마크 디자인의 계보가 한자리에 모여 있고, 가구부터 세라믹, 유리, 텍스타일, 포스터까지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의 교과서 같은 소장품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나 인테리어·가구 덕후 그리고 이케아에서 길을 잃는 사람이라면, 여기에서야말로 ‘원본’을 복습할 수 있죠. 뮤지엄 숍에는 덴마크·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큐레이션한 굿즈와 업사이클 텍스타일 토트백이 자리합니다. 특히 비브스코브의 잔여 원단을 활용한 체크 패턴 백은 자투리 천을 모아 만든 듯한 유머가 있습니다. 채도 낮춘 올리브·벌건디·네이비에 미세한 컬러 블록이 섞인 체크는 북유럽 겨울 하늘과 자전거, 벽돌 건물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죠. 코트 소매에서 슬쩍 드러나는 잔잔한 타탄, 그래픽적으로 쪼갠 격자무늬, 기하학적인 마이크로 체크까지, 덴마크 디자인 교과서를 접어 만든 가방처럼 도시의 미학을 매일 들고 다니는 느낌을 연출합니다.
베를린 함부어거 반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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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적인 요소가 엿보이는 에코백 / 이미지 출처: 함부어거 반홉 사이트
베를린 중앙역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옛 기차역 플랫폼이 하이퍼 모던한 화이트 큐브로 이어진 함부어거 반홉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베를린 국립미술관 계열의 현대미술관으로, 20세기 후반 이후의 현대·컨템포러리 아트가 약 1만㎡ 규모를 가득 채우죠.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팝아트에서 미니멀 아트, 오브제·미디어·비디오·필름 아트까지 지금의 감각을 시험하는 장르들이 미술관 전역에서 충돌합니다. 마르크스 컬렉션, 마르조나 컬렉션, 프리드리히 크리스티안 플리크 컬렉션 등 핵심 컬렉션이 더해져 대형 설치와 페인팅, 아카이브가 뒤섞인 장면은 현대미술의 한가운데에 들어와있는 느낌을 주죠. 참여형 프로그램과 무료·공공 프로그램이 많아, 미술 전공자가 아니어도 컨템포러리 아트를 몸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 혹은 베를린의 로컬·국제 문화 씬을 한 번에 훑고 싶은 이에게 추천합니다. 비비드한 오렌지와 네온 핑크 컬러가 배색된 에코백은 그래픽적으로 훌륭하고, 무심하게 걸치면 베를린 로컬처럼 보이기에 충분하죠.
런던 테이트 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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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물론이고 내구성도 뛰어난 에코백 / 이미지 출처: 테이트 모던 사이트
테이트 모던은 템즈 강변의 옛 발전소를 개조한, 런던 현대·컨템포러리 아트의 심장부입니다.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 & 드 뫼롱이 산업적 외관을 살린 채 내부를 재구성했고, 초고층 공간인 터빈 홀과 퍼포먼스·필름을 위한 탱크가 거대한 무대처럼 도시를 향해 열려 있죠. 피카소, 마티스, 쿠사마 등 국제 현대미술 컬렉션 7만 8천여 점을 기반으로, 대규모 설치와 실험적인 전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곳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필수 체크인 지점. 뮤지엄 숍에서 눈여겨볼 아이템은 LOQI와 협업한 게릴라 걸스 “The Advantages of Being a Woman Artist” 토트백. 재활용 소재로 만든 이 가방에는 1988년 작업을 바탕으로 한 아이러니한 ‘여성 예술가로서의 이점’ 리스트가 네온 핑크 바탕에 볼드한 블랙 타이포그래피로 인쇄되어 있고, 최대 20kg까지 견디는 실용성을 자랑합니다. LOQI는 예술·문화 기관과 협업해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리사이클드 백을 만드는 브랜드로, 전시 포스터를 몸에 두르는 감각을 데일리 룩으로 번역하는 데 능하죠. 페미니즘 아트, 여성 예술가 서사를 사랑하는 이, 미술관 굿즈에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믿는 이에게 이 백은 “나는 지금 절반쯤만 보이는 세계를 들고 다닌다” 라는 선언처럼 보일 것입니다.
데사우 바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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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에코백 / 이미지 출처: 데사우 바우하우스 사이트
미니멀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에코백 / 이미지 출처: 데사우 바우하우스 사이트
바우하우스 뮤지엄은 바이마르·데사우·베를린 등지에서 근대 디자인의 기원을 보여주는 거점으로 기하학적 건축과 순수한 기능주의, 재료의 솔직함이 공간 전체를 지배합니다. 산업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의 모토는 오늘날까지 제품 디자인, 그래픽, 건축의 기본 언어처럼 쓰이죠.. 이러한 철학은 뮤지엄 샵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그중 주목할 만한 아이템이 바로 Bikezac 2.0 자전거 가방입니다. 코펜하겐에서 온 이 바이크 백은 100% 재활용 PP 패브릭으로 제작되어 가볍고 튼튼하며 방수 기능까지 갖췄고, 자전거 짐받이에 간단히 걸 수 있는 고정 장치가 상 permanently 부착되어 있죠. 최대 약 8kg, 20리터 정도의 짐을 감당하는 수납력 덕분에 장보기와 피크닉, 출퇴근까지 커버하면서도, 접으면 슬림해져 사물함에도 쏙 들어갑니다. 직사각형에 가까운 실루엣, 컬러는 바우하우스 특유의 프라이머리 컬러 혹은 미니멀한 모노톤으로 구성되어 도시 라이더 룩에 그래픽적인 포인트를 더해줍니다. 자전거를 ‘세컨드 클로짓’처럼 쓰는 도시인에게 이 가방 하나로 바우하우스의 추구미를 체험할 수 있죠.
암스테르담 아이 필름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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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형상이 그려진 에코백 / 이미지 출처: 암스테르담 아이 필름 뮤지엄 사이트
암스테르담의 아이 필름 뮤지엄은 중앙역 건너편 IJ 강 북쪽 강변에 자리한 눈 모양의 백색 건축물입니다. 1946년 네덜란드 역사 영화 아카이브로 시작해 1950년대 Filmmuseum으로 재편된 뒤, 2012년 델루간 마이슬 건축 사무소 설계의 신축 건물로 옮기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죠. 영화 아카이브와 상설·기획 전시, 4개의 상영관, 바·레스토랑을 겸하는 이곳은 클래식부터 컬트까지 필름 역사 전체를 가로지르는 ‘시네마 콤플렉스’이자, 암스테르담의 건축 아이콘입니다. 필름 이론, 시네필 혹은 단순히 ‘극장에서 보는 이미지의 질감’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곳은 필수 방문지이기도 하죠. 뮤지엄 숍에는 영화 관련 서적, DVD, 포스터, 빈티지 필름 릴, 여성 감독을 응원하는 티셔츠 등 시네필을 위한 굿즈가 가득합니다. 그중 주황색 에코백은 네덜란드 국기를 대신하는 듯한 시그니처 컬러로, 자전거·운하·모노톤 코트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작은 시네마 티저처럼 보이죠. 북유럽 특유의 채도 낮은 하늘 아래, 선명한 오렌지는 사진에서 특히 잘 살아나기 때문에 여행 룩의 포인트가 되어줄 것입니다.
Credit
- EDITOR 한유주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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