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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주목할 신간, 불후의 재즈 명반 · 낭독이라는 취미 · 옛 거장 사진가의 여행 이야기까지

'블루의 세 가지 빛깔', '낮술, 낭독', '세상 끝의 기록'.

프로필 by 오성윤 2026.01.28

블루의 세 가지 빛깔


제임스 캐플런 / 에포크


이 책은 재즈사의 손꼽히는 명반, <Kind of Blue>에 대한 책이다. 좀 더 폭넓게는 재즈의 역사에 대한 책이며, 나아가 재즈 그 자체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전기작가이자 소설가인 제임스 캐플런의 눈에, 이 앨범이야말로 그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앨범이 댄스 음악에서 예술 음악으로 변모하며 위상을 높여가고 있던 재즈가 이후 난해함 속으로 추락해가는 그 정확한 분기점에 있다고 봤다. 그리고 해당 음반을 녹음한 섹스텟 안에서도 세 명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빌 에번스의 삶을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했다. 성격도, 인종도, 음악적 지향점도 완전히 달랐던 이들이 어떻게 ‘블루’라는 추상적 감정 안에 모여 걸작을 탄생시켰는지에 주목했던 것이다. “이 책은 세 명의 천재가 어느 날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고, 마치 광막한 우주의 입자들이 우연히 충돌하듯 한자리에 모여 찬란한 빛을 발하더니, 그 후 각자의 길로 흩어져 재즈의 불멸이 된 과정을 되밟아보는 이야기다.” 그 자신의 책 설명이다. 소설 같은 문체, 실감나게 묘사된 당시 재즈신의 시대상, 세 사람의 삶에 버무려진 여타 여러 거장들의 이름들이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도 술술 읽어내려가게 만든다.






낮술, 낭독


이정화, 이한솔, 신새벽 / 세미콜론


낭독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경험이 없는 사람도 막연히 꺼리겠지만, 한번쯤 시도해봤던 사람은 더 질색할 확률이 높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말하듯 처음 하는 낭독은 “틀리면 어쩌나, 지루해하면 어쩌나, 굉장히 긴장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인이 골라온 책의 골라온 구절을 낭독해야 한다고? 그것도 직장 동료들 앞에서? 상상으로는 끔찍한 벌칙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끝내 설득한다. 낮술을 곁들인 동료들과의 주말 낭독회가 빼어난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비밀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그저 각 필자가 조곤조곤 늘어놓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귀기울임을 느끼는 낭독이라는 행위가 그 삶 속에 끼어드는 과정을 써 내려간 이야기에서 자연스레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라면 무슨 책의 무슨 구절을 읽고 싶을까?’ ‘사람들은 어떤 구절을 읽고 싶어할까?’ <낮술, 낭독>은 민음사 편집자 세 사람이 자신들의 사내 모임 ‘낮술낭독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마다의 관점을 가진 이야기는 단순히 ‘낭독’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권하는 것을 넘어, 대화 방식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우리의 일상 전체가 크게 바뀔 수 있겠다고 덜컥 믿게 만들어준다.





세상 끝의 기록


존 버거, 장 모르 / 더퀘스트


우리는 여행이라는 행위가 일종의 ‘상품’이 된 세계에 살고 있다. 그 힘은 너무나 강력해져, 자유로운 여행을 추구하는 이도 완전히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때로 그 힘이 실제 세상까지 바꿔 버리기 때문이다. 상품화하기 좋은 형태로. 유튜브에서 모든 여행을 시뮬레이션해본 후, 비용과 기간이 적합한 것을 골라 값을 치르고 비슷한 경험을 수행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우리와 무관한 누군가의 삶의 터전 몇 장면을 찍어 돌아온다. <세상 끝의 기록>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여행이 아직 여행이던 시절의 매혹이다. 사진가 장 모르가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세계 곳곳에서 찍은 사진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데, 존 버거가 소개하듯 (혹은 책초반에 길게 펼쳐지는 길가의 돌과 나무 사진들이 보여주듯) 장 모르는 “그 많은 여행을 겪고도 눈앞에 펼쳐지는 거의 모든 것에 경이로워하는” 사진가다. 그가 남긴 시선 속에서 여행은 다시 삶과 가능성으로 가득한 무엇이 된다. 존 버거가 남긴 꼭 프롤로그의 위치와 길이를 가진 글도 주목할 만하다. 그것이 서문이 아닌 하나의 개별 챕터인 이유는, 그것을 읽었을 때와 읽지 않았을 때 책 자체의 감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일 테다.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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