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통은 무대 위가 래퍼가 선택해온 모든 결정이 집약되는 순간이라고 했다
제이통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시간에도 그만한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지금 그를 조명 앞으로 끌어 올린 것은 ‘음악적인 삶에서의 넥스트 스텝’에 대한 갈망,그리고 타고난 변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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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하고 싶은 말은 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혼자 본인이 믿는 길로 휙 가버리는 악동 같은 이미지가 있었잖아요. 디스도 내키는 대로 다 해버리고.
그때는 그런 것들을 정말 극명하게 표현해야 속이 풀리는 성격이었죠. 그래서 마찰도 많았고, 애로사항도 많이 생겼고요. ‘그래도 나는 내 음악에 자신 있으니까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뭐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곡 작업도 무대도 그런 식으로 하다가 이제 2집(정규 2집 앨범 <이정훈>)까지 간 거죠. 대상을 더 넓혀서 세상 속의 내가 싫어하는 측면들을 극명하게 표현한 앨범이거든요. 심지어 그 앨범은 유통도 안 해서 사람들이 제대로 들을 수도 없었어요.
스트리밍 서비스에 반발해서 CD를 직접 만들고 직거래만 하셨죠.
맞아요. 지금은 이렇게 돈 얼마를 내고 모든 음악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가 흔한 세상이 됐는데, 그게 처음 나올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스탑 덤핑 뮤직’이라든가, 음악 하는 사람들 안에서는 반발하는 움직임이 좀 있었어요.
하지만 제이통만큼 화끈하게 반발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웃음) 그렇죠. 저는 제 음악 행보를 다 걸어버렸으니까. 거기서 오는 현실적인 피드백이 있었죠. 공연장에 가서 노래를 해도 사람들이 제 곡들을 모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혼자 자기만의 생각에 취해 세상을 비난하는 그런 괴인이 되어 있고.(웃음) ‘아 내가 기존 시스템 안의 것들을 지나치게 지키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전달되지도 않는구나.’ 그때 그런 깨달음이 있었죠.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음악을 해왔기 때문에, 그게 제 직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삶을 굴러가게 하는 동력 같은 거였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힘들었다고 하면 좀 힘든 시즌이었죠.
<랩:퍼블릭>에 나왔을 때 힙합 애호가들이 충격을 많이 받은 걸로 기억해요. 그렇게 두문불출하던 제이통이 출연한다는 것도 충격인데, 여전히 너무 잘하니까.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특유의 스타일이 여전히 신선하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어떤 스타일이라고 딱 정해두고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때그때 주어진 곡에 잘 적응하는 게 래퍼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느낀 ‘스타일’이 랩 스킬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무대 위에서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건 타고난 걸까요, 갈고닦아서 만들어진 걸까요?
아무래도 무대 위에서는 곡이 전부잖아요. 그 래퍼가 선택해온 결정들, 처한 상황, 그 모든 게 집약되는 순간인 거죠. 그래서 무대 위에서 뭔가 시작되는 순간, 곡을 듣는 순간이 그 사람의 삶을 딱 마주하는 순간인 것 같거든요. 저에게서 그런 느낌이 난다면 제가 선택한 삶의 느낌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유쾌한 면도 있고 발라드적인 느낌도 있고, 때로는 어두운 면도 있는 거죠.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 발라드 EP를 낸 적도 있죠.
그냥 저는 통기타가 되게 매력적인 악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저희 아버지가 베란다에서 혼자 통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거든요. 학창 시절에 유행했던 록발라드 감성도 제 안에 있고요. 그래서 시작해봤는데, 뭐 잘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더라고요. 그냥 최선을 다하는 거죠. 지금도 앨범마다 한 곡 정도는 통기타 치고 노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이번 앨범에서 ‘자연재해’도 그렇게 작업한 거고요.
‘미안’ 같은 경우에는 제이통의 명곡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죠.
제가 이별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때에 오는 영감은 랩으로는 좀 표현이 안 돼요. 구구절절 너무 얘기를 많이 한다고 느껴지는 거죠. 발라드가 그럴 때 좋은 표현 도구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얘기를 좀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얘기는 아무래도 ‘환경’에 대한 거겠죠?
우리나라도 절약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런 풍조가 아예 자취도 없이 사라졌어요. 최근에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이젠 포화해서 종료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죠. 저는 이런 내용을 음악 속에 쉽게 녹여 전달하고 싶어요. 생각의 여지만 살짝 줘도 성공인 것 같아요. 음악 속에 씨앗을 심어서 멀리 퍼뜨려 놓고, 그러다 보면 영향을 받은 누군가가 그런 움직임에 동참하거나 해결할 권한이 있는 자리에 갈 수도 있는 거니까.
세태를 강하게 지적하는 공격적인 곡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주로 자연과 환경을 예찬하는 쪽을 택해온 것 같아요. 그런 방식이 너무 느리게 작동하거나 온전히 가닿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지는 않나요?
네. 저는 그런 걱정은 없어요. 일단은 제가 이제 공격적인 방향으로 말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부정적인 발상과 에너지를 품는 게 이제 좀 버겁거든요. 음악을 할 때든, 이렇게 그냥 얘기를 나눌 때든, 웬만하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Credit
- PHOTOGRAPHER 김형상
- STYLIST 김대훈
- HAIR & MAKEUP 유지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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