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결혼의 역설이 말하는 것
일본에선 앱으로 만나 결혼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일본의 결혼 트렌드 중에 압도적인 것이 있다. 바로 앱으로 만나 결혼하는 ‘아푸리콘’(アプリ婚)의 증가다. ‘독신 연구가’ 아라카와 가즈히사가 지난 12월 초에 쓴 칼럼을 보면 2024년 ‘좋은 부부의 날에 관한 앙케트 조사’에서 결혼한 부부의 만남의 계기가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답한 비율은 자그마치 29.8%였다. 이 조사는 결혼 연수에 따라 25년 전에 결혼한 커플부터 1년 이내에 결혼한 커플까지 만남의 계기 추이를 조사했는데, 13.8만 쌍이 증가했다. 물론 결혼 생활이 25년 이상 된 커플의 만남이 시작될 때(1998년 이전)는 스마트폰은커녕 휴대전화도 없던 시기라 아푸리콘의 수는 0에서 시작했고, 최근 2023~2024년에 결혼한 커플 중에는 13.8만 커플이 아푸리콘이라고 답했다. 그러면 세상에 없던 만남의 창구가 생겼으니 전체 기혼자 수는 증가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29만1000쌍이 줄었다.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이를 두고 ‘아이러니 버터플라이 이펙트’라며 아푸리콘의 증가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체 혼인 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 해석이 무척 흥미롭다.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앱 결혼이 늘어나며 감소한 것은 다름 아닌 ‘친구 소개를 통한 결혼’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문화에서 ‘친구 소개’는 대부분 한국처럼 일대일로 만나는 소개팅이 아닌 다대다의 미팅을 뜻하는데, 앱이 없던 시절에는 이런 미팅을 소위 ‘연애 강자’, 상위 30%의 남녀들이 앞장서 세팅했다는 것. 이 연애 강자들의 적극성에 힘입은 나머지 하위 30%의 연애 약자들은 얼떨결에 미팅에 끌려 나왔다가 그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 결혼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연애 강자’들이 자신의 연애력을 뽐내며 러브의 초원에서 메이팅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이기적인 행위가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연애 약자들의 번식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이를 분석하며 ‘방구석에서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상대를 만나면서 상위 30%의 행동력이 만들어내던 하위 70%를 위한 낙수 효과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뒤이어 공동체의 붕괴와 어두운 미래에 대한 분석까지 나오자, 나는 아라카와 씨가 가소로워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사람들은 진짜 지옥이 어떤지 전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그의 분석 기사를 보며 자연스러운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오가닉한 ‘연애’라는 창구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라카와 씨가 내린 분석 자체가 상당 부분 매력과 만남과 연애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앱으로 만나 결혼하는 것 역시 연애를 바탕으로 하니까. 진짜 절망은 한국이다. 우리나라는 연애와 결혼이 이미 분리되었다. 구글에 ‘결혼 등급’이라는 단어를 쳐보면 알 수 있다. 수백 개의 결혼 회사 정보 등급표가 뜬다. 당신도 지금 구글에 ‘결혼 등급’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기를 바란다. 내겐 그 장면이 한국이라는 사회의 단면을 현대미술적으로 이미지화한 작품이라고까지 생각될 정도였으니까.
Credit
- ART DESIGNER 김동희
MONTHLY CELEB
#카리나, #송종원, #채종협, #롱샷, #아이들, #제노, #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