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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마츠 쇼혜이가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에서 보여주려는 것들

루이 비통이 매장, 컬렉션, 카페, 레스토랑을 비롯한 문화 체험형 공간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백화점 건물인 신세계 본점의 여섯 개 층을 가득 채웠다. OMA의 시게마츠 쇼헤이가 디자인한 문화 체험형 공간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은 이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의 핵심이다. 도시와 건물의 역사를 관통하며 루이 비통의 서사를 멋지게 풀어냈다. 시게마츠 쇼헤이를 만나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에 대해 물었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6.01.05

다양한 도시에서 루이 비통이 원하는 문화 체험형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공간이 존재하는 도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도시로서의 서울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궁금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변화가 활발하게 벌어지는 도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랜드스케이프와 도시가 일체화되면서 여러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아시아적인 스케일 감각을 지닌 작은 규모의 구역도 있는 반면, 초고층 빌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곳도 있지요. 건축가의 입장에선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문화의 심도가 매우 깊다는 점 역시 특징입니다. 아트와 패션, 그리고 음식 문화가 정말 깊어요. 도시가 가진 다양성과 문화의 심도를 이 공간에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는 여러 도시에 있는 LV 더 플레이스 중에서도 가장 큰데, 이는 도시가 가진 활성화 정도에서 비롯한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해외 대도시들, 예를 들어 뉴욕, 도쿄, 런던, 파리 등과 비교해 본다면요?

도시라는 것은 한 번 지어지면 형해화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뉴욕, 파리, 런던을 보면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지요. 그렇게 되면 도시 자체가 점차 느려집니다. 그런데 서울은 계속해서 새로운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에너지가 넘치고 재미와 신선함이 있지요. 개인적으로 도시에는 ‘이벤트력(力)’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서울을 보세요. 엄청나게 많은 이벤트가 모이고 있잖아요? 패션, 아트, 엔터테인먼트, 영화 등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이 도시에서 벌어진다는 건 서울의 이벤트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젊은 도시라는 이미지일까요?

‘젊다’는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는 유서 깊지만 굉장히 새 에너지가 활성화되고 활발한 곳이니까요. 지금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에너지가 활성화된 도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도시 서울에 대한 이러한 해석이 이 공간에 어떻게 녹아 있나요?

직접적으로 ‘서울이라서 이 부분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다양성을 고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 체험형 공간인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에서는 루이 비통의 히스토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피크닉, 음악, 패션, 아트 등 브랜드가 가진 측면들을 가장 다양하게 포괄하고 있습니다. 리테일과 엔터테인먼트의 조합을 드러낸 ‘리테일테인먼트’적인 요소 역시 다양성을 포용하는 서울이기에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공간은 실제로 가서 만져보고 느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이곳에 와서 느꼈으면 하는 감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노그라피라는 것은 보는 사람이 마치 무대 세트에 서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게끔 디자인하는 것이 그 요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가 봐야만 알 수 있는 몰입적인 요소들이 이 공간에 분명히 존재하지요. 정말 다양한 소재를 시도하기도 했고요. 예를 들면 ‘기원 룸’은 한국의 전통적인 창호 격자에서 영감을 받아 나무를 사용했고, ‘음악 룸’에서는 실제 스튜디오에서 쓰는 흡음재와 어쿠스틱 폼을 차용했지요. ‘패션 룸’에는 스플릿 플랩(공항이나 기차역 등에서 플랩이 돌아가며 알파벳이나 숫자를 표시하도록 만든 디스플레이 방식)을 활용했는데, 이 플랩들이 실제로 팔락팔락 넘어가며 내는 소리는 매우 물질적입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을 고려했다면 LED로도 구현할 수 있었겠지만, 일부러 움직이는 플랩을 사용한 이유지요.

저 역시 패션 룸에서 스플릿 플랩들이 돌아가면서 내는 그 소리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것이 바로 역시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감각이지요.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는 요소들이 참 많다는 것을 건축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협업 룸’은 거울과 LED뿐이지만, 공간 안에서 움직여 보면 그 감각이 달라집니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자신이 무대 위에서 배우가 된 것처럼 느끼게 되지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무대 위에 서 있는 듯한 감각,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그 무대의 주체가 되는 감각을 의식해서 만들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반사 성질을 가진 물질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가장 중시한 물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특정한 물성에 집착했다기보다는 사실 비물질성, ‘멜로우’한 느낌을 의식했습니다. 오감에 호소하는 체험에는 물성과 비물질성이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방금 얘기한 거울의 성질을 가진 소재는 공간을 확장하는 역할도 합니다. 전통 있는 백화점 건물이다 보니 천고가 낮아서 반사하는 소재들을 사용한 측면도 있습니다만, 비물질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기원 룸’의 격자는 굉장히 물질성이 높다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최근에는 몰입감, ‘이머시브’라는 말을 여러 곳에서 정말 자주 듣습니다. 몰입성을 만드는 요체는 무엇입니까?

너무 좋은 질문이라 생각되네요. 사실 저희도 ‘이머시브’라는 말을 너무 안이하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몰입은 단순한 체험에 머무르지 않고 뇌에 해당 전시의 정보나 실질적인 물건이 각인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시노그라피는 공간적인 차원에서 이머시브한 느낌을 주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전시된 제품과 스토리, 테마가 관람객의 뇌에 각인되게끔 하려 노력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체험적 디자인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는 걸 의식했다는 것이죠. ‘이머시브’만 강조하면 아무래도 LED 디스플레이나 프로젝션 등의 디지털적인 요소들만 남게 되는데, 저희 공간에 매우 피지컬한 요소들을 둔 이유기도 합니다.

저는 ‘협업 룸’이 굉장히 몰입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방은 미러로 마감된 루이 비통의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착안했어요. 사실 미러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피지컬한 소재이면서 또 다른 것을 비춤으로써 융화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비물질적인 요소를 가진 양면적인 소재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콜라보 룸의 묘미지요. 또 LED 디스플레이와 함께 실물 가방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 역시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유일 겁니다.

디테일이 뛰어난 만큼 시공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자와 한국의 기술자들 사이에 차이가 있던가요?

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저희와 함께하는 기술자분들은 다 힘들어하세요. 그러나 역시 한국은 세계적인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자주 하는 도시다 보니 시공자들의 레벨이 높았습니다.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것들도 새로운 도전으로 흔쾌히 혹은 의욕적으로 받아들여 주시더군요. 이는 일본,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다양한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진출해 있는 시장이니만큼 기술자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동아시아 중에서도 일본의 건축물들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마감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그런 경향은 있습니다만, 정교하고 섬세한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한국도 굉장히 레벨이 높고 에너지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역량이 뛰어납니다. 정교하고 섬세한 것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역량 사이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까 얘기한 ‘어디를 가나 기술자들이 힘들어 한다’는 건 OMA의 특징인가요, 아니면 시게마츠 쇼헤이 팀의 특징인가요? (웃음)

OMA 전체라기보다는 저와 제시(프로젝트 리더인 제시 카탈라노)의 팀이 그런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저희도 중요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중요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은 걸 만들려면 클라이언트의 의식도 굉장히 높아야 하거든요. 아무리 좋고 재밌는 것을 하고 싶어도 클라이언트가 그걸 받아들일 만큼 의식 수준이 높지 않으면 성립이 안 되니까요. 건축은 결국 삼위일체가 필요해요. 클라이언트의 높은 의식, 건축가 또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 기술자들의 실행 능력이죠. 이 공간에서는 이 삼각형이 딱 맞아떨어졌지요.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루이 비통
  • ASSISTANT 정서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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