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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마지막 의식' 개봉! 12년 만에 완성된 공포의 대서사시

12년을 이어온 '컨저링' 시리즈가 대망의 피날레를 맞이했습니다.발락과 애나벨, 워렌 부부의 마지막 퇴마를 그린 '컨저링: 마지막 의식' 개봉을 기념하여 공포 장르의 새로운 역사를 쓴 이 시리즈의 전개와 공포 아이콘들을 되짚어봤습니다.

프로필 by 최이수 2025.09.09

컨저링에 관한 아주 사소한 정보들


1. 2013년, 공포 장르의 교본이 된 1편

2. 발락과 애나벨, 공포 아이콘의 탄생

3. 배우와 캐릭터, 함께 성장한 얼굴들

4. 피날레, 시리즈의 마지막 의식



워렌 부부가 처음 스크린에 등장한 2013년 이후 12년이 지났습니다. 전형적인 오컬트 영화로 출발한 <컨저링>은 잇따라 흥행하며 공포 장르를 새로 썼죠.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할 <컨저링: 마지막 의식(The Conjuring: Last Rites)> 개봉을 맞아 지난 시리즈를 돌아봤습니다.


공포 장르의 교본이 된 <컨저링>

영화 <컨저링> 스틸컷

영화 <컨저링> 스틸컷

<컨저링>의 시작은 소박했는데요. 배경은 1970년대 미국 로드아일랜드, ‘페론 가족 사건’. 여섯 명의 아이와 함께 낡은 집으로 이사 온 가족은 곧 정체 모를 공포에 시달리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벽장 위 귀신’인데, 당시에는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죠. 인위적인 비명이나 괴성, CG 대신, 정적과 긴장감을 축적하다가 불현듯 들이닥치는 장면 하나로 극장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컨저링>이 특별했던 이유는 공포만을 앞세운 기존 문법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에드와 로레인 워렌이라는 부부 퇴마사를 중심에 놓았죠. 초자연적 현상을 ‘전문가의 기록’으로 풀어내면서, 공포는 괴담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실화 기반이라는 문구를 접하면, 워렌 부부의 존재와 그들이 겪은 기괴한 상황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고 인식하게 되죠. 호러 영화의 공포가 극장 밖으로 이어지며, 관객은 암막 밖에서도 안전하지 못 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의 반응은 일치했죠. ‘정통 공포영화의 귀환’으로 평가 받았고, 2천만 달러 남짓한 제작비로 전 세계 3억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공포영화는 저예산·틈새 시장’이라는 편견을 무너뜨렸죠. <컨저링>은 공포 장르의 새로운 교과서이자, 2010년대 호러 르네상스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발락과 애나벨, 공포 아이콘의 탄생

영화 <애나벨 집으로> 스틸컷

영화 <애나벨 집으로> 스틸컷

<컨저링 2>(2016)는 런던 북부 엔필드의 소박한 가정집을 무대로 삼았습니다. 극 중 로레인은 환영 속에서 끊임없이 악령과 마주한죠. 그리고 관객은 처음으로 ‘발락’을 만나게 됩니다. 수녀복을 입고 노란 눈동자로 로레인을 조롱하는 발락은, 단 한 번의 등장으로 시리즈의 공포 아이콘이 되었죠. 십자가들이 줄줄이 뒤집히는 장면은 지금도 시리즈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동시에, 1편의 오프닝에 짧게 등장했던 인형 ‘애나벨’도 단숨에 팬덤을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애나벨은 실제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요. 유리 진열장 안에 앉아 있는 그 정적의 얼굴만으로도, 관객의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했죠. 집 안에서 들리는 발소리, 저절로 켜지는 오르골, 아이 울음 같은 주변 장치가 애나벨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이 두 캐릭터는 이후 각각의 스핀오프 시리즈를 낳으며, ‘컨저링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확장시켰습니다. 물론, 3편 <악마가 나를 시켰다>(2021)에서는 논란도 있었죠. 빙의가 살인의 증거가 될 수 있는가라는 실존 사건을 법정 드라마와 접목한 시도는 신선했지만, 호러의 밀도가 약해졌다는 아쉬움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컨저링 시리즈가 귀신만 쫓는 영화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적 맥락까지 담아내는 작품이었음을 보여주었죠.


컨저링과 함께 성장한 얼굴들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스틸컷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스틸컷

컨저링의 중심에는 늘 워렌 부부가 있었습니다.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로레인 워렌은 영매로서 늘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는데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또 남편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짊어지죠. 2편에서 발락과 마주하며 절규하는 장면은 로레인이라는 캐릭터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컨저링 시리즈의 아버지, 제임스 완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패트릭 윌슨이 에드 워렌을 연기했습니다. 에드는 강인하지만 따뜻한 인물이죠. 2편에서 기타를 들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인데요. 바로 그가 노래를 너무 잘 해서죠. 실제 패트릭 윌슨은 뮤지컬 배우 출신입니다. 한편, 짧게 등장한 워렌 부부의 딸 주디 워렌은 아이의 시선으로 공포감을 전하죠. 스핀오프 <애나벨 집으로>에서 집안의 오컬트 물건들 사이에 서 있는 주디는, 공포 유니버스가 사실은 한 가족의 역사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줍니다.

컨저링 시리즈의 공신이라면, 발락과 애나벨을 빼놓을 수 없죠. 발락은 수녀복과 노란 눈빛만으로 21세기 호러 아이콘이 되었고, 애나벨은 단 한 번도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신경을 끝없이 곤두세우게 했습니다.


피날레, 시리즈의 마지막 의식

영화 <컨저링: 마지막 의식> 스틸컷

영화 <컨저링: 마지막 의식> 스틸컷

지난 9월 3일 개봉한 <컨저링: 마지막 의식>(2025)은 펜실베이니아의 ‘스멀 가족 사건’을 다룹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기록된 실존 사건이며, 워렌 부부의 퇴마 기록 중 가장 악명 높은 사례 중 하나죠. 영화는 악령과의 대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워렌 부부의 마지막 의식을 그리는데요. 감독 마이클 차베스는 이번 편을 두고 '가장 어둡고, 가장 감정적인 장'이라고 말했죠. 평단 역시 '시리즈의 진짜 클라이맥스'라 평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공포스러운 장면 보다 드라마 성격이 강하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가족드라마의 성격이 컨저링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죠. 어쨌든, 워렌 부부의 마지막 퇴마는 시작됐습니다.


Credit

  • Editor 조진혁
  • Photo 각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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