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라이딩 카페 6
이번 주말은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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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CHICHI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바이크를 탄다. 예전엔 동호회 활동도 하고 지인들과 함께 달리는 걸 즐겼지만, 가족이 생기고 일이 바빠지면서 이젠 혼자 떠나는 라이딩이 더 익숙하다. 조용히 달리고 싶어 세나가 달린 헬멧도 전부 처분했다. 되도록 서울에서 바이크를 타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달리는 시간보다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 도심에선 되레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른 주말 아침, 하이치치로 향하는 이유다. 경기도가 아닌 충청남도 당진에 위치해 멀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중간에 잠시 쉬며 여유롭게 달려도 2시간이면 도착 가능하다. 카페에 들어가기 위해선 삽교호방조제와 삽교대교를 지나야 하는데 이때 양쪽으로 탁 트인 바다를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하이치치를 발견한 후 알게 된 점이지만, 삽교호 근처는 경기 남부와 충청권 라이더들에게 오래전부터 라이딩 ‘성지’로 꼽히던 곳이다. 서울의 북악스카이웨이나 잠수교처럼 말이다. 물론 라이딩 코스만 좋았다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이크 100대쯤은 거뜬히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지나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등장했던 배우 ‘성 강’의 사인이 적힌 티셔츠로 시작해 그래피티로 장식한 스케이드보드, 스탠드를 가득 채운 패션 잡지와 잔잔히 흘러나오는 그루비한 음악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다. 카페가 아니라 테일러 숍이긴 하지만 똑같이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액자 하나, 소품 하나에도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걸어놓았다는 게 느껴질 때 드는 감동이 있다. 주인장이 나와 같은 브랜드의 바이크를 탄다는 걸 알았을 땐 오래된 친구처럼 금방 친해졌다.신희철(에스코티지 대표)
ADDRESS충남 당진시 신평면 삽교천길 21
HOURS화-토 11:00-21:00 일 11:00-20:00
@hichichi.com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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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BABY
압구정에 바이크 카페&바가 있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비싼 땅에 테이블 하나 더 놓아도 모자랄 마당에 술도 마시지 않는 라이더들에게 바이크 주차할 자리를 내어준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한눈에 보아도 연식이 오래되어 보이는 올드 가와사키 모델이 매번 매장 앞에 서 있는 걸 봤을 때, 이곳이 바이크 콘셉트를 갖게 된 건 사장님의 개인적 성향이 담긴 결과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지리적으로 방문하기 쉬운 것 말고도 크라이베이비를 찾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뉴욕 브루클린의 오래된 바에 들어온 것처럼 은은한 조명과 삐걱거리는 원목 마루가 취향 저격이다. 헤드램프에서 모티브를 얻은 2개의 빈티지한 천장 조명과 할리데이비슨 로고를 본떠 만든 커다란 네온사인 역시 라이더라면 금세 눈치챌 수 있는 디테일이다.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강아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집 발롱이는 나와 함께 라이딩하는 걸 즐긴다. 한적함을 만끽하고 싶어 주로 낮에 크라이베이비를 찾는 편이지만, 사실 크라이베이비는 밤에 더 빛난다. 테이블마다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압구정 멋쟁이’가 앉아 있고 DJ 파티가 열릴 땐 사장님과 친한 여러 아티스트와 셀럽도 마주칠 수 있다. 만약 집이 서울이었다면 토요일 저녁마다 크라이베이비에 앉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임승준(볼보자동차코리아 PR 매니저)
ADDRESS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2길 22 1층
HOURS화-목 12:00-1:00 금-토 12:00-2:00
@bar_cry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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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DER
장거리 라이딩 여정을 갔다 오는 길에 참새 방앗간처럼 꼭 들르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처음엔 은백색의 장발을 휘날리는 사장님의 모습에 지레 겁을 먹기도 했지만 전직 방송국 PD 출신이자 스스로도 바이크를 너무나 좋아하는 그는 카페를 찾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는 ‘친절남’이다. 그의 친절은 카페에서도 묻어나는데, 땀에 젖은 헬멧과 장갑을 말릴 수 있는 건조기를 여러 대 설치해놓았고 딱딱한 라이딩 부츠에 혹사당한 발을 위한 푹신한 슬리퍼도 비치되어 있다. 무거운 장비를 벗어 던지고 푹신한 캠핑 체어에 드러눕듯 기대어 있으면 여기가 천국인가 싶다. 그러다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잔뜩 쌓여 있는 만화책을 읽거나 희귀 건담 프라모델을 구경하거나 어릴 적 문방구 앞에 있던 옛날 오락기로 철권을 즐기는 식이다. 커피를 주문했을 때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보다 큰 머그컵이 나오더라도 놀라지 말 것. 고된 라이딩에 지쳤으니 배라도 든든히 채워 가라는 사장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추천하는 메뉴는 ‘무복에너지뱅’과 ‘미숫가루’ 두 가지다. 참고로 라이더들이 헤어질 때 입버릇처럼 말하는 ‘무복’은 무사 복귀의 준말이다. 미숫가루는 인근 방앗간에서 직접 공급받은 곡물 가루로 만들어 고소함이 남다르다. 또한 바이크 경정비를 위한 드라이버와 각종 소도구가 마련되어 있어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조주연(국제회의 통역사)
ADDRESS경기 양평군 강하면 왕창로 35
HOURS월-금 12:00-24:00 토-일 11:00-1:00
@grider_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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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ART
서쪽으로 라이딩 갈 땐 자연스럽게 강화도의 대표 라이더 카페 ‘강만장’으로 향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미리 설명을 좀 하자면, 강만장은 1호점과 2호점이 있다. 원래 교동도에 있던 강만장 1호점은 식당 영업을 겸하고 있고, 석모도에 새로 문을 연 강만장 2호점은 ‘블랙바트’라는 이름으로 카페에 더 가까운 공간이다. 강화도의 서쪽 끝 교동도와 석모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쉬엄쉬엄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는 게 소소하지만 큰 즐거움이다. 서울에서 고작 1시간 거리에 이렇게 여유 부릴 곳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느새 ‘핫플 오브 핫플’이 된 성수동에서 RSG를 운영하며 라이더, 관광객 등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다가 블랙바트같이 잔잔하고 차분한 공간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안락함은 무척 소중하다. 블랙바트 사장님을 처음 만난 건 2020년, 내가 RSG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이다. 자주 소통한 건 아니지만 라이더를 위한 멋진 공간을 만들고 싶은 목표가 같아 멀리서나마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지내왔다. 강만장 1호점과 블랙바트뿐만 아니라 숙박이나 모토캠핑이 가능한 스테이 등 강화도에 더 다양한 라이더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지금은 한 장르처럼 되어버린 라이더 카페가 잠시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바이크를 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 꾸준히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철우(RSG 성수 대표)
ADDRESS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북로 4
HOURS월-금 9:00-20:00 토-일 8:00-20:00
@gangmanjang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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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TOWN ROAD
틈날 때마다 열심히 라이딩을 즐기는 중이다. 굳이 부지런 떨며 바이크를 타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1년 중 거의 절반이 라이딩을 즐기기 어려운 ‘비수기’라서 그렇다. 특히 나처럼 바이크를 산 지 1년도 되지 않은 ‘바린이’라면 더욱 주말 날씨 예보에 집중하게 된다. 바린이의 특징이 한 가지 더 있다. 인증샷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멋진 장소가 나오면 아이언맨 슈트마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라이딩 기어를 풀 장착한 근사한(?) 모습을 바이크와 함께 사진에 담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런 면에서 올드타운로드는 최애 카페가 되기에 안성맞춤이다. 일단 와인딩을 즐기기 좋은 ‘마성부르크링’(애버랜드 주변 국도)과 가깝고 서울에서도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게다가 미국의 어느 고속도로변에 있을 것만 같은 독특한 외관이 앞서 말한 감성샷을 찍기에 좋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스폿은 미국 주유소에서 그대로 떼어 가져온 것 같은 주유기 앞이다. 실내는 더 힙하다. 라운지 바에 들어온 것 같은 짙푸른 조명과 리드미컬한 힙합이 몸을 감싼다. 타코, 베이컨 맥 앤 치즈 등 가볍게 먹기 좋은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데 요즘같이 더운 날엔 시그너처 메뉴인 선데이 아이스크림이 딱이다. 미국 최대 연료 유통회사로 꼽히는 ‘서노코’와 협업한 서노코 라운지도 카페 안에 위치하는데, 라이더의 지갑을 겨냥한 티셔츠, 모자, 키링 등 여러 아이템이 가득하다. 자동차 주차도 가능하기 때문에 라이더가 아닌 친구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박호준
ADDRESS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정로 185
HOURS매일 10:00-2:00
@oldtownroad_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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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G SEONGSU
1993년식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 모델을 가지고 있다. 바이크를 타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 나이와 같은 연식의 바이크를 갖고 싶었는데, 몇 년 전 운 좋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약간의 커스터마이징을 더하긴 했지만 예전 할리의 감성을 유지하고 싶어 외관만 살짝 다듬었다. 올드 할리데이비슨에선 요즘 바이크와 차원이 다른 배기음과 고동감이 느껴진다. 서른 살이 넘은 이 녀석을 타고 가장 자주 찾는 곳은 RSG다. 서울 사는 라이더치고 RSG에 가본 적 없으면 ‘간첩’ 수준이지만, 이만 한 장소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못 해도 일주일에 2~3번은 가는 편인데, 라이딩을 즐기기 위한 것도 있지만 성수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 겸사겸사 들른다. 어쩔 땐 약속을 잡지 않고 그냥 벤치에 앉아 있다가 지인을 마주친 적도 있을 정도로 RSG는 나에게 만남의 장소 같은 곳이다. 언제 가도 수십 대의 바이크를 마주할 수 있는 RSG이지만, 그중에서도 올드 할리는 눈에 띈다. 종종 다른 라이더가 바이크에 대해 물으며 말을 걸어올 땐 한참 바이크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직업 특성상 바이크를 탈 때도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데, RSG는 집에서 15~20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장거리 투어를 갈 때처럼 본격적인 라이딩 기어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하다. 게다가 강남에서 성수로 넘어갈 때 성수대교나 영동대교를 지나는데 이때 보이는 한강과 서울의 풍경이 아름답다. 그건 자동차를 타고 지나며 보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감동이다. 박태민(패션모델)
ADDRESS서울 성동구 연무장15길 11
HOURS매일 11:00-2:00
@rsg_seongsu
Credit
- PHOTOGRAPHER 조혜진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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