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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히피스 김진의 30가지 물건

<에스콰이어 코리아>의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며. 취향 좋은 남자들에게 물어본 30개의 소중한 물건.

프로필 by 성하영 2025.07.05

김진 / @kimdenim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 옐로우 히피스를 운영하는 그의 작업실은 약수에 있다. 인조 잔디가 깔린 노란 철문을 열면 기상천외한 물건들이 반겨주는 곳.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의 골조가 되는 건 대표 김진의 수집욕이다. 어린 시절부터 늘 무언가를 수집했다는 그는 보잘것없는 것들로 쓸모없는 물건을 만든다. 그리고 옐로우 히피스라는 창구를 통해 이런 물건을 만들며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여전히 실험 중이다.

1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물건들은 종류별로 가져야 했다. 트럼프카드도 그중 하나다. 여행을 자주 떠나는 편인데 벼룩시장은 꼭 들른다.

2 유머 빼면 시체인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를 위한 티셔츠 같아서 아마존에서 보자마자 구매했다. 조만간 비슷한 티셔츠 시리즈를 내놓을 예정이다.

3 반려견 멜번을 위한 도그아이 리드줄. 하루에 두세 번 멜번과 함께 산책한다. 아마도 담배 다음으로 자주 손에 쥐고 있는 게 산책줄일 거다.

4 아이파크몰에서 5년 전쯤 산 캐스트 어웨이 발리볼. 발리볼은 해본 적도 없지만 그냥 바보 같아서 맘에 든다.

5 멜번. 소중한 내 가족.

6 흔한 ‘LA’ 로고 캡처럼 보이지만 후면에 ‘삼성전자’ 자수가 놓아져 있다. 이런 어이없는 물건들이 너무 좋다.

7 보드를 닮은 옐로우 히피스의 라이터. 우리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쉽고 일상적이며 피식거리게 되는 예술을 앞으로도 만들고 싶다.

8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벌써 5년. 부식돼 떨어져버린 클라이밍 스톤을 센터에서 기어코 들고 왔다. 내 피와 땀이 깃든 영물 같아서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9 여전히 전자기기에 메모하는 건 별로다. 펜으로 종이 위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행위가 좋다. 생각도 더 잘 정리되는 것 같고. 내 주변엔 늘 이 헐거운 노트가 있다.

10 스튜디오의 시그너처 중 하나인 헌팅 트로피. 리틀타익스 목마의 목을 정성스레 잘라 현판에 한 땀 한 땀 박아 넣는다. 요즘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작업 중 하나.

11 방콕 벼룩시장에서 사온 청둥오리 코트 랙이다. 어디에 걸어도 존재감 있는 녀석. 멀뚱한 눈도 내 취향이다.

12 매일 나와 함께하는 열쇠들. 하나는 BWS, 하나는 BMW.

13 최근에는 와인 오프너에 수집욕이 도졌다.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지만 분명 어딘가 쓸모가 있을 거다.

14 최근 생일 선물로 받은 레이밴 선글라스. 출퇴근과 비즈니스 미팅, 산책길과 모임, 어디든지 함께하고 있다.

15 멀티툴. 이거 하나만 있으면 어떤 작업도 안심이다. 접으면 휴대폰보다도 작아지는 게 아주 마음에 든다.

16 8년 전 대만 로컬 아트페어에서 구매한 지갑이다.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주운 듯한 막돼먹은 비주얼이 맘에 들어 오래오래 쓰고 있다. 놀랍게도 처음부터 이 모습이었다.

17 이 줄자 없이는 옐로우 히피스도 없다.

18 우리 스튜디오 한쪽에는 옐로우 히피스 TTT라는 타투숍이 있다. 소속 타투이스트들과 살을 부대끼며 함께하는 중. 그 덕에 눈 돌리면 보이는 이 니들마저 이제는 가족 같다.

19 어린 시절엔 배낭여행 다니는 재미로 살았던 것 같다. 지금은 예전처럼 몇 주 몇 달씩 여행을 떠나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산다.

20 1980년대 한국 가정집에서 본 것 같은 앵무새 시계. 올해 9월 LA에서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코리아 미드센추리’라는 가제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마 이번 전시에서 이 녀석을 볼 수 있을 거다.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나 역시 기대가 크다.

21 뉴욕 빈티지 북숍에서 구매한 <I FUCK WITH TURRELL>. 스위스의 BBB 스쿨에서 발행한 책이다. 내게 영감을 주는 작품들이 292페이지 내내 빼곡히 실려 있다.

22 머리를 정리하고 싶을 때면 퍼즐을 꺼내 든다.

23 스튜디오의 초기 제품 중 하나이자 시그너처 ‘클락(?)’. 물음표를 꼭 붙여야 한다.

24 요 근래 이 정도 크기의 동물 모양 오브제를 수집하는 중이다. 이 하마에는 오며 가며 넣은 동전도 잔뜩 들어 있어 유독 소중하다.

25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구매한 카드지갑. 터진 옆구리를 친한 친구가 손바느질로 살려줬다.

26 작년에 새로 배운 취미. 승률은 별로지만 또각거리는 소리가 좋다. 일은 안 하고 취미만 는다.

27 바다에 갈 때마다 모은 시글라스들. 끌리는 대로 줍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28 어떤 기능도 없는 침팬지 얼굴. 가끔 눈이 마주치면 어쩌려고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그 어처구니없는 노고에 웃음이 난다.

29 날이 좋을 때면 돌을 주으러 다닌다. 최근 태국 친구가 한국에 방문했는데, 입국하자마자 택시로 납치해 관악산으로 향했다. 거기서 이 돌을 만났다. 짱돌처럼 생겼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빛이 난다. 주워온 돌에는 그날의 추억이 저장되는 것 같다. 이 돌을 보면 그 친구가 생각난다.

30 방콕에서 구매한 꿩 인형. 눈과 부리, 꼬리까지 아주 정교하다. 심지어 날개도 달렸다. 참 곱다.

Credit

  • PHOTOGRAPHER 표영민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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