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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에서 완벽한 휴가를 보내는 방법

솔레어 리조트 노스에선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호텔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고도 3박 4일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테니 말이다. 굳이 해야 할 일을 꼽자면 당신의 온전한 휴식을 방해하는 휴대폰을 잠시 꺼두는 것 정도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5.07.08

10년 만에 필리핀을 찾았다. 횟수로는 일곱 번째다. 공항을 나서기 무섭게 온몸을 휘감는 꿉꿉한 열기가 낯설지 않다. 오래전 세부, 팔라완, 네그로스, 보홀에서 보냈던 즐거운 시간이 눈앞을 스친다. 럭셔리 호텔이 모여 있는 마카티 지역과 ‘마닐라의 압구정’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BGC)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케손시티는 처음이다. 약 1년간 필리핀에 거주하며 프리다이빙을 즐긴 지인에게 물었지만 그 역시 “글쎄, 거기 뭐가 있었나?” 정도였다.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케손시티는 내륙이라 바다를 보기 어렵고 마닐라 여행 필수 코스로 꼽히는 마닐라 대성당이나 산티아고 요새, 팍상한 폭포와도 거리가 멀다.

모르는 소리였다. 케손시티는 메트로 마닐라의 16개 시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필리핀 2대 대통령 ‘마누엘 케손’의 이름을 딴 케손시티는 1948년부터 1975년까지 필리핀의 수도이기도 했다. 구도심인 마닐라시와 달리 케손시티는 계획 도시로 개발되어 필리핀 최고 대학인 ‘필리핀 대학교’를 비롯해 국회의사당, 부통령 관저, 각국 대사관 등 여러 행정기관이 자리한다. ‘몰 오브 아시아’가 문을 열기 전까지 약 20년간 필리핀에서 제일 큰 쇼핑몰로 꼽힌 ‘SM 시티 노스 EDSA’도 케손시티에 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솔레어 리조트 노스(이하 솔레어)가 왜 케손시티에 문을 열었는지 현지 홍보 담당자에 묻고 들은 답이다.

여행을 즐겁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맛있는 걸 먹는 것이다. 솔레어에는 3개의 시그너처 레스토랑 ‘레드 랜턴(중식)’ ‘야쿠미(일식)’ 그리고 ‘피네스트라 이탈리안 스테이크하우스’가 있다. 마침 야쿠미에선 리조트 개관 1주년을 기념한 참치 해체 쇼가 열렸는데 도쿄 도요스 수산시장에서 공수한 150kg 상당의 참치를 능수능란하게 손질하는 메인 셰프의 모습에 참석한 기자들은 물론 카지노 VIP도 연신 혀를 내둘렀다. 이 밖에도 로브스터에 블랙 트러플을 얹은 레드 랜턴의 딤섬과 브라운 버터 소스를 입힌 피네스트라의 메로구이도 솔레어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메뉴 중 하나다.

맹그로브는 해안 침식을 막고 수질을 정화하고 생물 서식지를 제공하는 나무로 필리핀 사람들에게 친숙한 나무다. 솔레어를 찾은 방문객은 맹그로브를 형상화한 대형 작품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맹그로브는 해안 침식을 막고 수질을 정화하고 생물 서식지를 제공하는 나무로 필리핀 사람들에게 친숙한 나무다. 솔레어를 찾은 방문객은 맹그로브를 형상화한 대형 작품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배를 채우고 나서야 여러 인테리어 요소가 눈에 들어온다. 로비에 설치된 36m 높이의 조각품 ‘맹그로브’를 포함해 약 2000개의 회화, 조각, 사진 작품이 카지노를 비롯한 호텔 전반에 걸쳐 설치되어 있다. 객실은 필리핀 전통 패턴인 ‘솔리히야’로 소파와 벽지, 타일을 장식했다. 일반적으로 5성급 호텔의 디럭스룸은 40~42m² 수준이지만 솔레어는 보다 쾌적한 투숙을 위해 면적을 49m²까지 넓혔다. 또한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서비스를 요청할 때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할 염려가 없다.

“평소 다니는 헬스장보다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은데?” 솔레어의 여러 운동시설을 돌아보며 동료 에디터와 나눈 대화다. 짐에는 트레드밀과 덤벨 같은 기본적인 기구 외에 프리 웨이트 숙련자를 위한 파워랙,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용 트랩바 등 20개가 넘는 기구가 마련되어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솔레어에는 농구 코트와 피클볼 코트도 있다. 투숙객에 한해 무료로 약 30분간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피클볼의 인기가 높아 참여를 희망한다면 예약은 필수다.

하이라이트는 38층에 위치한 ‘스카이바’다. 주변에 다른 고층 빌딩이 없어 유독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데 10km 이상 떨어진 마닐라만과 마카타시티의 빌딩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 시간에 찾아도 ‘인스타그래머블’한 뷰를 보장하지만, 이왕이면 해가 넘어가는 일몰 시간대에 방문하는 게 아름답다. 마닐라만과 케손시티 전체가 붉은색으로 물드는 광경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 스카이바에선 시가도 주문할 수 있으므로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함께 즐겨보는 걸 권한다.

 무더운 날씨를 피하기에 수영장만 한 곳이 없다. 수심 120cm의 L자형 야외 수영장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키즈 워터파크도 있다.

무더운 날씨를 피하기에 수영장만 한 곳이 없다. 수심 120cm의 L자형 야외 수영장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키즈 워터파크도 있다.

사실 한국 매체를 초대한 가장 큰 이유는 솔레어 리조트 노스 오픈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5월 25일 완전히 해가 진 늦은 저녁, 풀 사이드 바에서 열린 DJ 파티에는 카지노 VIP를 비롯해 필리핀의 여러 유명인과 인플루언서가 참여해 자리를 빛냈고 파티 종반엔 약 7분간 엄청난 양의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 했다.

“한국 고객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리조트 전역에 한글 메뉴판 및 안내 문구를 도입한 것도 그래서죠.” 솔레어의 모기업 블룸베리호탤앤리조트의 COO 그레고리 호킨스가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솔레어의 거의 모든 곳엔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시그너처 레스토랑의 메뉴판도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 솔레어는 한국 여행객만을 위한 특별 객실 패키지를 올 11월 30일까지 운영한다. 디럭스룸을 예약하면2인 조식 뷔페와 공항 왕복 교통편을 제공하는 구성이다. →


[ 핀토 아트 뮤지엄 ]
솔레어 리조트 노스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리잘 안티폴로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1만2000m² 규모의 거대한 정원 안에 위치한다. 오랫동안 필리핀을 지배했던 스페인의 영향을 받아 지중해를 떠올리게 하는 흰색 건물로 지어진 6개의 건물이 갤러리로 쓰이고 있다. 컬렉션은 의사이자 미술애호가였던 조벤 쿠아낭이 모은 회화와 설치 미술로 대부분 필리핀 출신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미술에 관심이 크지 않더라도 500여 종 이상의 식물로 우거진 정원을 거닐며 이색적인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Credit

  • PHOTO 솔레어 리조트 노스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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