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는 어떤 마음으로 자연을 만드는가
자연을 닮은 예술이라는 말을 가장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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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Hyunmo, ‘Rock on the Wall’, Ceramic, 18.5 x 15.5 x 17.5 cm, 2025.
이것은 나무에 박힌 돌이 아니다. 지금 PKM 갤러리에 전시된 구현모의 이 작품은 점토를 만지작만지작하다 원하는 형태와 질감이 나왔을 때 그대로 구워낸 것이다. 굳이 재료의 이름을 말하자면 세라믹이지만 이 작품을 보고 ‘도기’라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작 ‘느릅나무’(2021)는 나무 밑동인 줄 알았으나 브라스였고, ‘Cornales’ 역시 가녀린 나뭇가지 같지만 실은 황동이었다. 구현모는 이렇게 재료를 탐구한다. 아니다. 사실 그는 재료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실 자연과 인공을 탐구한다. 아니다. 이 말도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 그는 인공은 자연인가라고 묻는다. “종교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했지요. 인간과 자연, 인공과 자연, 예술과 자연의 이분법으로 우리가 세상을 보게 된 이유일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잖아요.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것도 자연이 아닐까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 모든 동물 중 인간만이 영위하는 예술은 그럼 자연일까? 이런 의문들이 이어져서 이런 형태의 작품에 이르게 되었어요.” 구현모가 말했다. 그가 재료를 전제로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새는 집을 지을 때 나뭇가지를 이용하지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부리로 물어 나르기 용이하게 가벼워서일 수도 있을 거예요. 또 최종적인 둥지의 형태는 역시 나뭇가지라는 재료 때문에 결정되지요. 제가 재료를 선택하고 그 재료가 작품의 형태에 영향을 주는 방식 역시 이와 비슷합니다.” 그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궁금하다. 새가 지은 새집은 자연인데, 어째서 인간이 지은 아파트는 자연이 아닌가? PKM 갤러리는 오는 6월 18일부터 7월 19일까지 구현모(1974)의 개인전 <Echoes from the Cabinet>을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선 세라믹, 페인팅, 행잉 및 월 조각 등 다양한 미디엄으로 구성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정우영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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