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에스콰이어>가 추천하는 이달의 신간

이 달 나온 신간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고 오래 곱씹게 되는 세 권의 책을 꼽았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5.05.30

뉴욕 3부작


폴 오스터, 데이비드 마추켈리, 로렌초 마토티, 폴 카라식 / 미메시스

5월은 소설가 폴 오스터가 타계한지 1주기를 맞는 달이다. 그리고 올해는 그의 소설 <유리의 도시>가 무려 17차례 출간을 거절당한 끝에 캘리포니아의 소규모 출판사를 통해 나온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폴 오스터는 ‘주류 독자를 찾아낸 아방가르드 작가’라는 평처럼 끈질기게 개성 있는 스타일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며, <유리의 도시>를 포함한 ‘뉴욕 3부작(The New York Triology)’은 그 대표작으로 꼽힌다. 미메시스에서 출간한 <뉴욕 3부작>은 해당 작품들을 그래픽노블로 재해석해낸 책이다. 1994년 폴 오스터 생전에 아트 슈피겔만이 감독하고 데이비드 마추켈리가 그림을 그려 만든 <유리의 도시>에 더해 폴 카라식이 각색과 <잠겨있는 방>의 그림을, 로렌초 마토티가 <유령들>의 그림을 맡아 완성한 것이다. 그래픽 노블의 세 거장은 물론 단순히 폴 오스터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겨놓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탐정 소설과 미스터리물의 형식을 따르는 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대와 인간을 고찰하는 세 작품의 핵심을 파헤쳐 책과 그림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매체 안에서 극대화한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vol.3


이장호 / 안나푸르나

음악 애호가와 오디오 애호가는 큰 교집합으로 묶이지만, 그 여집합도 분명히 존재한다. 원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도 오디오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음악 취향이 바뀌는 건 그런 이유다. 좋은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을 때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음반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없다면 오디오파일은 없다’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그 간극을 이렇게 설명한다. “음악과 오디오를 잇는 중간에 기계 기술과 엔지니어의 취향이나 감성, 역량이 개입되곤 한다. ‘고음질 명반’이란, 그 개입의 효과가 극대화된 음반을 말한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은 ‘코난’ 이장호 음악평론가가 해당 견지에서 꼭 들어봐야 할 음반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엄정한 기준과 원칙을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추구하며 그러면서도 기술적 요인과 특성을 집요하게 파헤치기에 오디오 입문자의 길라잡이와 애호가의 필독서 역할을 동시에 해왔는데, 드디어 출간된 세 번째 시리즈에는 그만의 특징이 있다. ‘국내 음반’에 집중한 챕터와 평론가 자신이 오디오를 테스트할 때 사용하는 ‘레퍼런스 음반’ 챕터를 구성했다는 부분이다. 이 한 권만으로도 고음질 명반에 대한 핵심적 인사이트를 두루 구축할 수 있다는 뜻. 인류사의 명반 전체를 두루 탐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볼륨 1과 2도 곧 리뉴얼 출간될 예정이다.




재채기하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깨달은 것들


악셀 하케 / 21세기 북스

우리는 작고 연약한 존재였다가, 크고 강해졌다가, 다시 쭈그러들고 약해진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일이 될 때는 도무지 익숙해질 수가 없는 명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있어서는 말이다. 재채기 한 번에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친한 친구의 이름을 혼동하는 등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야 ‘내 육신이 그간 내가 나라고 믿어왔던 것이 더이상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뿐이다. 하지만 68세의 악셀 하케는 그런 사건들 앞에서 당혹감이나 슬픔보다 의아함을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회고록으로 자신의 지적 성취와 업적을 기록한다. 그런데 어째서 피부에 난 흉터나 그와 관련된 사건을 얘기하며 몸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까?”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는 나이 든 몸, 그러니까 자신의 피부, 기억, 뼈, 귀, 검지, 치아, 배, 장, 폐, 무릎, 코, 음경, 발, 뇌, 심장에 대해 써 보기로 한다. 거기에 얽힌 자신의 역사와 의학 상식을 곁들여서. 해당 에세이를 엮은 이 책은 노년에 접어드는 독자들에게는 공감과 위안을 선사하는 증언이 되고, 좀 더 폭넓은 세대에게 나이듦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해설서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치심과 두려움에 저항하고 긍정과 유머로 스스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읽고 쓰는 인간’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Credit

  • 자료제공
  • 미메시스
  • 안나푸르나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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