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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엔터가 자신의 채널을 '우정 유튜브'라고 생각하는 이유

찰스엔터는 성실하게 사심을 채운다.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 잊지 않은 채로.

프로필 by 오성윤 2025.05.28
니트 톱, 이너 톱 모두 자라. 스커트 잼머. 워치 빈티지 까르띠에 by 빈티크. 진주 포인트 네크리스, 실버 네크리스, 골드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톱, 이너 톱 모두 자라. 스커트 잼머. 워치 빈티지 까르띠에 by 빈티크. 진주 포인트 네크리스, 실버 네크리스, 골드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태프들에게 공유할 시안을 만들다 보니, 찰스엔터가 어떤 채널인지 딱 잘라 설명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냥, 고정된 건 ‘찰스’가 전부인 채널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채널인 거죠. 사실 제가 유튜브를 6년 정도 했는데, 잘되기 시작한 건 최근 1년 정도거든요. 지난 5년 동안은 열심히 하는데도 안 되니까 주변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TV 프로그램 리액션을 하든지, 브이로그를 하든지, 책 리뷰를 하든지, 한 우물만 파라고요. 그래야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저는 그게 싫은 거예요. 저는 늘 제 자신, 찰스 자체가 곧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제 채널을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이 어떻게 보면 꿰뚫어보신 설명인 거죠. 의도한 바예요.

현재 채널 설명은 ‘리액션 대마왕’으로 되어 있어요.

연애 프로그램 리액션 콘텐츠로 유명해졌으니까요. 사실 지금은 바꾸라는 분이 많아요. 이제 당신은 리액션만 잘되는 사람이 아닌데 왜 계속 그런 바이오를 달아놓고 있느냐고. 그런데 뭔가 직관적으로 딱 느낌이 오는 걸 찾지 못해 아직 못 바꾸고 있어요.

메인 영상도 아직 찬영 씨와 데이트를 한 ‘월간 데이트 3월호’로 되어 있어요. ‘월간 데이트 4월호’도 업로드가 되었는데.

그건 사심이 좀 들어가 있는 부분입니다. (‘월간 데이트’는 매달 다른 남자와 데이트 콘텐츠를 만들고 열두 달을 채우면 그중 가장 좋았던 사람에게 찰스가 고백 공격을 할 예정이라는 포맷의 시리즈다.)

(웃음) 아니, 사심을 숨기지를 않으시네요.

숨길 거 있나요. 사귀는 것도 아닌데 사심쯤이야.

최근에 찰스엔터 채널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느낌이 있어요. 의도하신 걸까요?

맞아요. 새로운 단계죠. 그런데 의도는 전혀 없었고요. 사실 저는 실상을 알게 되면 충격받으실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하고 있거든요. 당장 다음 주에 뭘 올릴지도 몰라요. 나쁘게 보면 책임감이 없는 거고, 좋게 보면 유튜브를 위한 유튜브를 하지 않는 거죠. 순수하게 제가 재미있는 걸 하는 건데, 그걸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너무 다행인 거예요.

하긴 ‘월간 데이트’도 꽤 큰 프로젝트인데, 첫 콘텐츠를 만들고 바로 끝날 뻔했다고 하셨죠. 다음 섭외가 안 되어서.

5월에도 또 한 번 끝날 뻔했어요. 그러니까 이게 제가 데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데이트를 하고 싶지 않은데 이 시리즈를 이어가려고 사람을 억지로 구할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5월에 끝내려고 하면 괜찮은 남자가 딱 나타나고. 자꾸 그렇게 이어지고 있어요.(웃음) 앞으로 또 모르는 거지만요. 그 다음 분이 아직 수락을 안 해줘서.

데이트 수락을요, 촬영 수락을요?

촬영이요. 만나기로는 했는데, 이왕 만날 거면 저는 촬영도 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는 그게 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 만남을 찍으면 우리가 서로 진심인지 알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거죠.

와, 제 생각보다도 훨씬 현실과 콘텐츠의 미묘한 경계에 걸쳐져 있네요.

저는 경계가 없어요. 영상을 찍든 찍지 않든 완전히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이고요. ‘월간 데이트’에도 사람들 상상 이상으로 진심이에요. 일단은 시작부터가 1월호 분과 데이트를 해보고 싶어 핑계 삼아 만든 시리즈였고요. 그냥 데이트하자고 말은 못 하겠어서.(웃음) 그렇게 1월호를 했고, 어쩌다 보니 2월호도 하게 됐고, 3월호도 그 오빠랑 데이트해보고 싶어서 하자고 했고…. 시작부터가 사심이었고, 끝나고 나서도 많이 질척댔어요.

이렇게 본인도 즐겁고 사람들도 좋아하는 시리즈인데, 그만두면 아쉽지 않을까요?

끝내야 할 이유도 많으니까요. 일단은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요. 데이트라는 게 만나보기 전에는 케미스트리를 알 수가 없잖아요. 대부분의 사람이 이 시리즈에서 원하는 건 설렘이거든요. 그런데 설레지 않는 걸 제가 의도적으로 설레게 할 수는 없어요. 원하는 걸 보장할 수가 없는 거죠. 그리고 ‘잘될 때 그만두면 아쉽다’는 생각은 바꿔 말하면 자신이 없다는 거잖아요. 결국 ‘찰스’보다 ‘월간 데이트’라는 콘텐츠가 커졌다는 거고, 그게 끝나면 내가 잘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죠. 저는 그건 싫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그건 제가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저라는 사람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채널을 원해요.

스스로를 ‘일희일비의 현신’이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오늘 느끼기로는 ‘마이웨이의 현신’ 느낌이 강한데요.

저도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인스타 스토리 올릴 때는 엄청 대범한데 피드 올릴 때는 굉장히 소심해지는 것처럼. 일단 제가 조회수 같은 수치적 결과물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아요. 대신 댓글은 정말 세심하게 보죠. 영상 업로드하는 날은 어지간하면 약속도 안 잡아요. 실시간으로 반응을 계속 봐야 하니까. 사람들이 ‘여기가 웃겼다’ 좌표 찍어놓으면 그거 일일이 보고, 제가 숨겨놓은 장치 발견하는 댓글을 보며 희열도 느끼고요. 저는 제 채널에서 영상은 8할이고 나머지 2할은 댓글이 완성시켜 준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댓글도 하나의 자막인 거죠. 엄청 재밌어요.

유튜버에게 대범함은 필수 덕목이 됐죠.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사실 제가 완벽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제 스스로 만든 말로는 ‘완성주의’라고 하는데요. ‘과제? 완성만 하면 된다. 영상?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런 주의인 거죠. 그런데 지금 보면 그런 태도가 중요했어요. 완벽주의는 유튜브를 하기 어려워요. 일단은 시작도 늦고요. 모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니까. 영상 업로드도 느리죠. 마음에 들 때까지 편집해야 하잖아요. 저도 편집은 열심히 하지만, ‘열심 중에서 가장 덜 열심’으로 하죠.

그게 뭐예요? 흰색에 제일 가까운 검정 같은 건가요?

(웃음) ‘열심히 했다’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더 하지 않는다’. 이런 거죠. 엄청 대충 하는데 또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디테일은 엄청 살리는 부분이 있고.

어, 저 그거 느꼈어요. 찰스엔터 브이로그 보면 배열이나 호흡 같은 건 일반적인 브이로그와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중간중간에 갑자기 본인 배가 얼마나 나왔는지 보여준다거나, 뜬금없이 음악을 듣다가 우는 모습을 셀카로 찍는다거나, 갑자기 춤을 춘다거나 하죠. 아무런 작위성 없이 우리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무구함, 솔직함 같은 걸 툭툭 보여줘서 충격받게 된달까요. 개인적으로 그게 찰스엔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했어요.

맞아요. 제가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을 보던 다른 유튜버들이 그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자기라면 빼버렸을 부분을 많이 넣는다고, 신기하다고. 순수하다는 얘기도 자주 듣기는 하는데요. 모르겠어요. 제 친구들은 다 저 같거든요. 여전히 똥 얘기 좋아하고, 원초적인 웃음 좋아하고. 제 표본 집단에서는 제가 뭐 특이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세상에 나와보니까 제가 순수한 면이 있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바꿔 말하면 제 생각보다 세상이 순수하지 않았던 거고. ‘언니, 이런 것까지 보여줘도 돼?’ 하는 류의 댓글을 종종 보는데,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아니 배를 보여주는 게 그렇게 파격적인 일인가? 친구들한테는 다들 배 보여주잖아요. (잠깐 멈칫하면서) 아닌가? 보통은 안 보여주나요?

찰스엔터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가장 큰 매력은 뭐예요?

비슷한 채널이 없다는 거요. 일단 1차원적으로 보면,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 리스트에서 저처럼 기획부터 편집까지 1인이 하는 채널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제가 미(美)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들 수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제 인생에서 제가 예뻐 보이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게 친근함을 느끼게끔 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저라는 존재가 ‘그래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그리고 세 번째는, 영향력이 큰 채널 중에 저만큼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보통 혼자만 나오거나 딱 고정된 커플이 진행하는데, 제 채널에는 끊임없이 친구들이 나오잖아요. 사람들이 거기서 따뜻함을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찰스엔터는 ‘우정 유튜버’인 거죠. 연애 프로그램 리액션이나 월간 데이트는 사랑을 다룬 시리즈지만, 저는 오히려 이쪽이 제 채널의 특징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

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이예진
  • HAIR & MAKEUP 김환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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