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헤니가 두 마리 리트리버와 찍은 로드 무비의 정체
다니엘 헤니가 첫 감독작인 다큐멘터리 <하고 싶은 거 다 해, 로스코>를 들고 돌아왔다. 그와 마주 앉아 미시간의 호수에 대해, 골든리트리버의 천사 같은 성격에 대해, 추모와 기억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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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저는 매해 LA에서 미시간으로 가는 로드 트립을 하고 있어요. 4, 5일을 운전해서 가야 하는 먼 거리의 여행이지만 굉장히 재미있거든요. 미국은 큰 나라고, 정말 다양한 볼거리가 있으니까. 특히 로스코(당시 다니엘 헤니가 키우던 두 마리의 개 중 하나)가 이 여행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늘 영상을 찍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로스코가 암 진단을 받았죠. 함께 미시간에 가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 걸 깨닫고, 여행을 1, 2주 남겨놓고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시작한 거예요.
미시간은 다니엘의 고향이죠?
맞아요. 아직도 부모님은 미시간에 살고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이곳과 그곳이 같은 곳은 아니지만요. 미시간이 꽤 크거든요. 제가 자란 곳은 미시간의 아래쪽 반도예요. 평평하고 농장이 많은 곳이죠. 반면에 위쪽 반도는 마치 바다 같은 호수와 산이 있고, 굉장히 아름답고, 스키·골프·보트 같은 레저 활동을 즐기는 곳이고요. 어릴 때 집이 부자인 친구들은 위쪽 반도에서 휴가를 보냈어요. 저희 집은 유복하지 못했지만 저는 친구들의 휴가에 동행할 수 있었고, 그때 강을 보며 생각했죠.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여기서 살고 싶다고. 그리고 결국 8년 전에 그곳에 집을 계약하기에 이른 거예요.
이번 작품이 첫 감독작이잖아요. 익숙한 여정이지만, 이번에는 로스코의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는 것도 큰 요소였을 테고요. 촬영 스태프들에게 어떤 지점을 강조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아무런 계획이 없었어요. 그때는 아마도 이번 여행 중에 힘든 순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출발할 때만 해도 로스코의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거든요. 뭔가를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로스코가 힘들어하는 순간들을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밤에 모텔에서 로스코에게 약을 먹이고 개들과 함께 보내는 순간들에 어떤 힘이 있을 거라고 직감했고요.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자기 삶의 가장 좋은 부분만 보여주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저는 그게 싫어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여행, 운전, 음악, 농담, 재미와 함께 어렵고 힘든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어떤 사안을 개나 고양이와 함께 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을 볼 때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닫아버리는 사람들도, 개를 지켜볼 때는 좀 더 열린 마음을 갖는 것 같아요. 그게 저희가 이 다큐멘터리에서 찾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촬영의 배경은 2022년이었죠. 처음 이 프로젝트를 떠올렸을 때, 촬영 직후, 그리고 지금 다니엘에게 이 여행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처음에는 긴장도 됐죠. 스태프가 10명 정도 되었는데 저는 그전까지 다큐멘터리 촬영도, 감독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매튜(함께 미시간 여행을 해온 친구)도 카메라 앞에 서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고요. 막상 끝나고 나니 역시나 ‘아 이런 걸 찍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어떻게 편집해서 어떤 포맷으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현재 상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로스코가 없다는 거죠. 로스코는 작년 8월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저는 편집한 영상을 보며 로스코가 제게 큰 힘이 되어주었음을 느꼈어요. 제가 이런 작업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하지만 그 아이 덕분에 결국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죠. 로스코는 정말 특별한 아이였고, 사람들이 이 영상을 통해 로스코를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하니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그게 작년이었군요. 실례지만, 병원 진단보다 훨씬 오래 견딘 것이지 않나요? 여행 출발 전에 다니엘이 그랬잖아요. “이번 여행이 로스코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어쩌면 이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다”고요.
맞아요. 로스코의 진단명은 건 T존 림프종이에요. 희귀병이고, 남은 날이 얼마나 되는지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죠. 1개월이 될 수도 있고, 6개월, 1년이 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그저 수의사에게 “오케이, 땡큐” 하고 나와서 그냥 최대한 많은 사랑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사실 로스코는 정말 아기 같은 친구였거든요. 누군가의 발소리에도 놀라고, 작은 터치에도 호들갑을 떨어서 수위사들이 웃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렇게 약했던 친구가 암에 걸렸을 때는 엄청나게 강했다는 거예요. 로스코는 2022년 1월에 암 진단을 받았어요. 의사는 한 달, 어쩌면 여섯 달이 남았다고 했지만 그는 2024년 8월에 죽었죠. 2년 반을 싸운 거예요. 놀라운 일이죠.

<하고 싶은 거 다 해, 로스코>는 다니엘 헤니의 첫 연출작으로, 그가 키우는 두 마리의 개, 오랜 친구 매튜와 함께 LA에서 미시간까지 가는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에스콰이어 유튜브에 순차적으로 공개되며(1화 5월 31일, 2화 6월 7일), JTBC2, JTBC4 채널에서도 방영 될 예정이다.
<하고 싶은 거 다 해, 로스코>에서 가장 영화 같았던 부분이 그 부분이에요. 그렇게 아팠던 로스코가 미시간에 가까워질수록 건강해지잖아요. 눈에 보이도록 선명하게.
맞아요. 저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LA의 먼지와 알레르기가 문제였을 수도 있죠. 뒤늦게 약효가 시작된 걸 수도 있고요. 어쩌면 로스코가 제 에너지를 느끼고 거기서 힘을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요. 저는 ‘집’에 다다르고 있었잖아요. 로스코는 아주 특별한 개였거든요. 누구나 그렇듯 저도 일상에서 제 안의 다양한 감정과 싸워요. 분노와 싸우고, 걱정과 싸우고, 나쁜 하루와 싸우죠. 그럴 때면 로스코는 꼭 제게 와서 자기 몸을 착 붙였어요. 간혹 제가 아내와 다툴 때면 늘 우리 사이에 와서 꼬리를 흔들었고요. 집에서 연기 연습을 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어요. 큰 소리를 내면 로스코가 저를 너무 걱정해서.(웃음) 그는 정말 놀라운 강아지였어요. 제가 그를 도와준 것보다 오히려 로스코가 저를 더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보내는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였어요. 다니엘과 매튜는 슬퍼만 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끝이 다가온다는 걸 알면서도 같이 웃고, 함께하는 순간들에 감사하죠. 오늘 다니엘이 로스코의 기억에 대해 말하는 태도에서도 그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처럼요.
주변 사람이나 반려동물이 죽는다는 건 물론 슬픈 일이죠.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건, 그러면서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그 순간을 충분히 감사해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가끔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걸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가기도 하잖아요. 로스코가 여기 있었던 날들을 떠올려보면 그럴 수가 없죠. 만약 로스코가 여기에 있다면, 함께 누워서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낼 수만 있다면…. 저는 사람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라요. 인생은 빠르게 흘러가니까요.
이번 작업은 좀 특별한 상황이 만든 이벤트였다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앞으로 또 다른 다니엘 헤니의 연출작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사실은 몇 가지 아이디어가 더 있어요. 늘 개와 관련된 것들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싶었거든요. 특히 한국의 개농장이나 개고기 유통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다큐멘터리라는 매체가 촬영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좋았고요. 남성 모델 업계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싶어요. 여성 모델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고, 편견도 많은 분야죠. 하지만 오래전 제가 몸담으며 경험한 건 그런 세계가 아니었거든요. 모델 출신인 오랜 친구들이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갖고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모아보면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Credit
- PHOTOGRAPHER 김성룡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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