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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랭하맨이 제주도를 다루는 여타 유튜브 채널들과 구별되는 이유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유튜버 뭐랭하맨은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재미있게, 그러나 단순히 ‘관광지’로 소비되고 휘발되어 버리지는 않게.

프로필 by 오성윤 2025.04.28

<폭싹 속았수다> 4막은 보셨어요?

네. 어제 바로 봤죠. 리액션 영상을 만들어야 하니까. (뭐랭하맨은 최근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리뷰 영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인터뷰는 마지막 파트인 4막 공개 다음 날 이루어졌다.) 지난 리뷰 영상들 반응이 좋아 내일 또 넷플릭스에서 하는 행사에 초청됐거든요. 그래서 리뷰 찍고 지금까지 계속 편집하다가 왔는데, 몇 시간째 잠을 못 잔 건지 이젠 기억도 안 나는 상태입니다.

지난 리뷰 영상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잖아요. 부담은 없었어요? ‘이번에 눈물이 그렇게 잘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한다거나.

예리하시네요. 맞아요. 사실 제가 워낙 잘 울어서 뭐 못 울까 봐 걱정하지는 않았는데요.(웃음) 이전 리뷰 영상들에 좀 절묘했던 구석들이 있었거든요. 등장인물들에게 화를 내고 있다가 울기 시작한다거나, 빵을 먹다가 갑자기 운다거나. 누가 그런 부분들만 잘라서 쇼츠에 올렸는데 조회수랑 재게시가 엄청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분명 또 그런 순간을 기대할 텐데’ 하는 부담이 있긴 했는데, 뭐 결국 그냥 편하게 찍은 것 같아요.

<폭싹 속았수다>를 비롯해 그간 뭐랭하맨 채널에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죠. 역시나 제주도가 배경이었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나왔을 때도 주목을 받았고, 장기하 씨의 ‘부럽지가 않아’를 제주도 사투리로 고쳐 부른 콘텐츠가 터졌을 때도 인지도가 많이 올랐고요. 물론 숏폼 콘텐츠의 경우에는 꾸준히 잘되긴 했는데요. 지금 SNS 생태계에서 롱폼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건 다른 문제거든요. 숏폼은 사람들이 스크롤하다 재미있는 게 걸리면 볼 수도 있지만 롱폼은 그걸 보기로 직접 선택하게 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제주도라는 키워드로 묶인 호재들이 있었던 것도 맞지만, 제가 콘텐츠를 잘 택하고 잘 풀어나간 덕분도 있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채널이 벌써 10년이나 됐더라고요.

제가 생각보다 엄청난 고인 물입니다.(웃음) 고등학생 때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는 사실 이런 방향을 가진 채널은 아니었어요. 돈이 없을 때니까 무조건 돈 많이 안 드는 거, 그래서 ‘편의점 음식 조합’ 뭐 이런 콘텐츠를 만들었죠. 군대 다녀와서는 제주도 맛집 소개 영상도 많이 찍었는데 딱히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고요. 그러다 숏폼이 유행하길래 저도 한번 해봤는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이후로 숏폼 콘텐츠들 많이 만들다가 지금에 이르게 된 거죠. 뭐 제주도 관련된 거는 정말 안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이제 역으로 인터넷 밈에 제주도 관련 내용을 섞은 것들을 만들고 있고요. 예를 들어 이번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제주도 버전으로 부른다든지, 밈이 된 쇼츠에 제주도 관련 상황을 넣어서 만들어본다든지.

개인적으로 뭐랭하맨 상황극 특유의 톤을 좋아해요. 연기는 굉장히 열심히 하는데 의상은 말도 안 되게 대충 입는 부분이라거나.

(웃음) 그건 사실 전략 같은 건 아니고요. 제가 원래 사람 자체가 그런 식이라 만들어진 부분이에요. 초창기에 그렇게 대충해서 올렸다가 이제는 말씀하신 것처럼 아예 제 채널의 색깔이 된 거죠. 물론 그때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 중간에 바꿨겠죠. 옷이나 화장도 좀 더 신경 쓰고. 그런데 그냥 휴지를 둘러서 머리띠 만들고, 셔츠를 뒤집어 입어서 오프숄더처럼 만들고, B급도 안 되는 그런 C급 감성을 오히려 좋아해주더라고요. 분장과 의상에 엄청나게 공을 들이는 콘텐츠의 매력도 있겠지만 이런 콘텐츠만의 매력도 있다고 받아들여준 거죠. 저한테는 잘된 일이고요. 일단 촬영이 좀 더 용이하니까.

핵심적인 콘텐츠 소스 중 하나가 ‘제주도 방언’이죠. 타지 사람들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독특한 언어 체계와 표현들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쵸. 제 영상 댓글 중에 그런 말이 제일 많아요. 왜 말을 하다 마느냐고. 제주도 사투리가 ‘밥 먹었어?’ 하는 대신에 ‘밥 먹언?’ 하잖아요. 그게 육지 사람들이 듣기에는 하다 만 것처럼 들리나 봐요. 억양 같은 것도 요즘 친구들이 쓰는 사투리에는 거의 없는데 할머니들 말씀하시는 것 들어보면 굉장히 센 편이고요.

이제 제주도 토박이도 젊은 사람들은 사투리를 거의 안 쓰지 않나요? 지방 중에서 제주도 사람들이 서울 말씨를 제일 자연스럽게 쓰는 것 같던데.

아니에요. 그래도 저희끼리는 얘기하면서 사투리를 안 쓰면 막 오그라들어요. “뭐하맨?” “밥 먹언?” 안 하고 “뭐 해?” ““밥 먹었어?” 하면 바로 “너 말투 뭐야” 하고 핀잔이 돌아오죠.(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엄청 나이 든 분들만 아니면 삼춘들도 서울말을 잘 쓰는 편이긴 한데, 그건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어요. 제주도에 워낙 관광객이나 이주하는 외지인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섞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제주도 방언, 제주도 사람들의 특성, 제주도 현실에 대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있잖아요.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 하는 뭐랭하맨만의 마지노선이 있을까요?

마지노선이라기보다는 실제로 제가 예전에 한 실수인데요. 제주도 맛집이나 놀러 가기 좋은 곳들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었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 제주도를 정말 ‘관광지’로만 다루고 소비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정보도 가치가 있죠. 하지만 요즘 보면 그런 콘텐츠가 그야말로 쏟아지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많거든요. 제주도 사람들 눈에는 다 보여요. 진짜 맛집이라서 올리는 건지 광고 성격인지. 그래서 저라도 (SNS상에서 제주도를 소비하는) 그런 흐름에 일조하는 걸 자제해야겠다 하고 있죠. 지금은 제가 살면서 진심으로 느꼈던 제주, 제가 애정하는 제주를 솔직하게 얘기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 같아요.

그럼 뭐랭하맨 채널의 가장 큰 강점은 뭘까요?

저는 제가 ‘웃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상황극 같은 콘텐츠는 특히 자칫 오그라드는 느낌이 생기기 쉬운데, 저한테는 흔히 희극인들이 가진 특유의 유머러스한 톤이 있어서 그래도 연기나 편집에 비는 부분 없이 잘 메울 수 있는 것 같거든요. 그게 10년 넘게 영상을 만들며 스스로 깨닫은 부분이죠.

최근에 스탠드업 코미디도 하셨잖아요. 저는 놀랐던 게, 웃긴 건 물론이고 관객들의 집중을 유도하고 즉석에서 소통하고 순발력 있게 받아치는 호흡 같은 게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건 ‘웃긴 영상을 잘 만드는 능력’과는 좀 다른 거 아닌가요?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상황극이든 콩트든 스탠드업 코미디든 다 통하는 게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똑같은 멘트를 해도 0.5초 늦게 하는 거랑 1초 쉬었다 하는 거랑 효과가 천차만별이죠. 방금 말씀드린 제 장점도 결국은 그런 ‘호흡’인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도, 편집을 할 때도, 공연을 할 때도요. 채널이 잘된 후에 강연을 많이 다니면서 관객과 호흡하는 능력이 성장한 덕분도 좀 있을 것 같고요. 특히 학교 강연을 정말 많이 갔거든요. 아무래도 학생들이 성인보다는 집중력이 낮을 수 있으니까 좀 웃긴 부분들을 준비했는데, 그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서 정말 많이 배웠죠.

뭐랭하맨이라는 브랜드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그러게요. 저도 매해 신년이 될 때마다 그 고민을 하거든요. ‘이 채널을 어떻게 할 것인가?’ ‘확장을 한다면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또 어떻게 다양성을 추구할 것인가?’ 사실 지금쯤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결론을 내리고 그 목표에 따른 전략으로 가는 게 맞는데요. 그런데 제가 그런 성격이 못 돼요. 어느새 또 ‘아 이런 거 만들면 너무 재미있겠다’ ‘어 이런 거 올리면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겠는데’ 그런 생각에만 빠져서 바쁘게 살고 있죠.

매해 생각하지만 한 번도 답을 내려본 적이 없는 질문이군요.

(웃음) 좀 큰 범주에서 답을 드려도 된다면, 뭘 하든 인기나 돈을 따라가진 않을 거예요. ‘진정성 있게 하자.’ 이건 제가 늘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니까요. →

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안리엔
  • HAIR & MAKEUP 김환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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