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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클레르 그레노블의 2025 F/W 컬렉션

이번엔 프랑스 쿠르슈벨 알티포트 공항이었다. 활주로는 런웨이가 되었고 끝없이 쏟아진 함박눈은 캣워크의 드라마틱한 배경이 되었다.

프로필 by 민병준 2025.05.02

1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는 몽클레르 그레노블의 2024 F/W 컬렉션. 스위스 생모리츠 설산에서 펼쳐진 패션쇼를 찾아가는 여정은 험난했다. 하지만 눈 덮인 숲속을 힘차게 활보하는 모델들이 등장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며 차원이 다른 패션쇼 장면을 연출했다. 그렇게 시작된 모든 장면은 몽클레르의 정체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그레노블 라인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고,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함축적으로 전달했다.


몽클레르 그레노블만의 독창적인 테크니컬 테일러링이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였다.

몽클레르 그레노블만의 독창적인 테크니컬 테일러링이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였다.

몽클레르 그레노블의 2025 F/W 컬렉션, 올해도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프랑스 쿠르슈벨(Courchevel), 생소한 곳이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 접경에 위치한 쿠르슈벨을 찾아가기 위해 밀라노에서 차로 5시간을 넘게 달렸다. 봄기운이 완연한 3월인데 이번 패션쇼는 눈밭에서 펼쳐지지 않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쿠르슈벨에 가까워질수록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프랑스 동부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쿠르슈벨은 지난번 생모리츠 못지않은 유럽의 유명 스키 리조트였다. 사방이 설산이었고 날씨는 추웠으며 눈은 끊임없이 내렸다.


컬렉션이 열리기 딱 하루 전인 3월 14일 깜짝 공개된 패션쇼 장소는 ‘쿠르슈벨 알티포트(Courchevel Altiport)’.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공항으로 해발 2008m의 눈 덮인 산골짜기에, 알프스산맥 스키장 바로 옆에 있었다. 격납고에서 쇼가 펼쳐질까? 하지만 이 예상 또한 빗나갔다. 3월 15일 저녁 눈발이 점점 거세지다 못해 검푸른 밤하늘이 가득 찰 만큼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고, 안내받은 패션쇼 장소는 격납고도 별도의 공간도 아닌 쿠르슈벨 공항의 활주로였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활주로를 조망하는데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물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쏟아져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관객석 앞 아래쪽에 자리 잡은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했고 저 멀리 활주로 끝에서 날카로운 조명이 켜지면서 쇼가 시작되었다. 활주로는 순식간에 캣워크가 되었고 광활하게 펼쳐진 U자형 런웨이로 모델들이 힘차게 걸어 나왔다. 총 140명의 모델이 선보인 140개의 룩은 전문적인 스키복에서부터 고급스러운 캐주얼까지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여줬다. 운동복 또는 기능성 겨울 의류면 으레 떠올리는 컬러와 실루엣, 소재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컬러와 소재를 활용한 것도 돋보였다. 데님, 니트, 퍼의 활용이 특히 눈에 띄었고 테크니컬 소재의 고급스러운 연출도 매력적이었다. 화이트와 아이보리를 적극 활용한 룩들은 공간과 어울려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패션쇼의 이 모든 요소들이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게 조화를 이뤘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알프스산맥의 활주로, 그 위를 줄지어 걷고 있는 140명의 모델 그리고 이 순간 이 공간에 딱 들어맞는 멋진 패션과 고급스러운 취향을 드러내는 스타일의 조합이 절묘했다. 이번 몽클레르 그레노블 2025 F/W 컬렉션의 슬로건은 ‘Altitude as an attitude’였다. 텍스트만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이렇게 완성도 높은 스타일을 확인하고 나니 그 의미가 바로 체감되었다.


Credit

  • PHOTO 몽클레르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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